지난 8월 15일 광복절. 그 날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축하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용인민속촌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만남도 있었다. 경기시민사회포럼과 한일100년평화NETWORK, 동북아평화연대 일본사무국이 주최한 한일 청소년 평화캠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캠프는 한일 양국 청소년들의 만남을 통해 지난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상호간 이해와 관용의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양국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한국 청소년 6명과 일본 청소년 5명이 참가했고, 일정은 한일역사와 평화이해를 주제로 한 토의/친교시간과 경기지역 역사문화탐방, 경기청소년환경탐사행사 참여를 통한 DMZ탐사 등 서로간의 문화를 교류하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평화를 이해하는 시간들로 구성되었다.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일정은 바로 '안녕사요나라'라는 영화를 감상하고 서로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영화 '안녕사요나라'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독립영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안녕사요나라'라는 제목은 "한일간의 불행한 과거여 이제는 사요나라. 평화로운 미래야 안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를 감상한 한일 청소년들의 소감을 들어보자.
이바라키 이로하 (쿠마모토 다츠다 중2) - "학교에서 베워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있던 것 같다."
쿠니오카 미사키 (다츠다 중2) - "아직까지도 유가족이 아파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우리들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오쯔보 미키오 (가쿠엔대학 동아시아학과 1학년) - "우리가 대신 사과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정민서 (궁내중2) - "일본 여학생이 이희자씨를 부둥켜 안고 '미안해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철민 (창현고3) - "독도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가 뉴스에서 보도될 때마다 일본사람들 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본을 다시 보게 되었다."
김령현 (수리고3) - "한국인들 중에는 일본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본인들 중에도 한국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제는 서로 미워하지만 말고 좋은 방향으로 함께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좋은 쪽이건, 서로에게 불쾌한 일이건 상관없이 독도, 정신대,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의 문제만 보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더이상 이미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한국에는 "일본" 하면 반일감정을 갖고 일본을 무작정 싫어하는 한국인이 있다. 일본에도 "한국" 하면 우리나라에서 반일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처럼 무작정 한국을 싫어하는 일본인도 있다. 서로 미워하고, 헐뜯고, 서로 부축하고, 격려하고. 어느 쪽이 나은 것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어떻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과 일본은 더이상 서로를 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화 '안녕사요나라'의 후루카와 마사키씨와 이희자씨. 이들과 같은 양심적인 일본인과 한국인의 만남을 통해 한일 관계에 더 큰 평화가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첫댓글 령현이가 기사를 썼구나. 반갑고 장하구나!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계속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