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보다 4배 큰 새알도 '꿀꺽'…
목에 힘줘 알 깨고 껍데기는 토해
알뱀
최근 미국 신시내티대가 전 세계 뱀 중 어떤 종류가 자기 몸보다 큰 먹잇감을 삼키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지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그 주인공은 무서운 독을 지닌 코브라도, 어마어마한 몸집의 아나콘다도 아닌 '알뱀'이었대요. 다 자란 몸길이는 1m이고, 맹독이나 무시무시하게 죄는 힘도 없는 비교적 작은 몸집의 뱀이에요. 하지만 자기 머리 크기의 최대 네 배가량 되는 커다란 먹잇감을 거뜬히 삼키는 것만큼은 다른 뱀도 갖지 못한 능력이랍니다. 아프리카 전역과 인도 일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 뱀은 이름 그대로 알, 그중에서도 새알만 먹고 사는 뱀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뱀의 사냥 방법은 주로 다음과 같아요. 살아있는 동물에게 독을 주입하거나 칭칭 감아 죄어서 숨통을 끊은 다음 삼키죠. 혹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꿀꺽 삼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뱀은 여느 뱀과 달리 새알만 먹고 살아가도록 진화했답니다. 그래서 다른 뱀이 먹잇감을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동안 알뱀은 새 둥지 근처에 가만히 몸을 숨기고 어미·아비 새들이 둥지를 떠나기만을 기다려요. 그리고 텅 빈 둥지로 스르르 침입한 뒤 알을 꿀꺽 삼키죠. 입을 벌리고 알을 삼키기 시작할 때 아래턱 피부는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면서 커다란 알을 감싸듯 목구멍으로 아주 천천히 넘겨요. 알을 부드럽게 목구멍 안에 들이밀 수 있도록 이빨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퇴화했어요.
그렇게 알을 막 삼키고 난 다음 알뱀은 다른 뱀에게선 볼 수 없는 독특한 행동을 한답니다. 목 근육에 힘껏 힘을 줘서 알을 깨버리는 거예요. 이때 우두둑 알껍데기 깨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예요. 이렇게 알이 깨지면 노른자와 흰자 등 부드러운 내용물만 배 속으로 후루룩 넘어가고 딱딱해서 소화가 어려운 알껍데기는 바로 토해내요. 이빨도 없으면서 단단한 알껍데기를 깰 수 있는 건 알뱀에게 '식도치(食道齒)'라고 부르는 특수한 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식도에 난 이빨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이빨은 아니고 등뼈에서 아래를 향해 튀어나온 날카로운 돌기예요.
삼킨 알이 식도치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알뱀은 머리와 목 부분을 이리저리 뒤트는데 이때 식도치 끝이 알껍데기를 파고들어 부수는 거죠. 우리나라 토종뱀 구렁이도 즐겨 먹는 먹이 중 하나가 새알이고, 식도치와 비슷하게 알껍데기를 깨부수는 기관이 있지만, 알뱀처럼 껍질을 토해내지는 않고 삼켜서 소화시킨대요. 주 먹잇감이 새알이다 보니 새들이 번식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알을 먹고, 그 외 시기에는 장기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몸이 적응돼 있대요.
덩치도 그리 크지 않고 독도 없는 알뱀 중 어떤 종류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구사해요. 바로 독사 흉내 내기죠. 가장 무서운 독사로 꼽히는 코브라는 위협을 느끼면 목 부분을 펼치고 일어나 '쉿' 소리를 내며 상대방을 겁주는 걸로 유명해요. 알뱀도 위협을 받으면 코브라와 비슷한 동작을 취하면서 피부를 문질러 코브라를 연상케 하는 '쉿' 소리를 만들어내요. 독사인 척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