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난11년을 꾸준히 길음역 7번출구를 이침저녁으로 들낙거린다
며칠전 7번출구를 나가려고 코너를 돌려고 하는데 일어난 일이다
7번출구는 마지막으로 에스카레이터를 타기직전 경사가 좀 있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용하는계단이 오른편에 있고 경사가 거의 없이 좌우로 서너번 이리저리 오르는 노인용 경사로가 있다
그날따라 전날저녁에 꽤 많이 온 눈이 지하철역까지 스며들어 온통 내부도로가 반은 눈길에 미끄럽고 반은 녹은 눈이 철석철석
하고 있었느데 나는 그 7번출구의 에스카레이터를 타고 나가려고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허리는 90도 구부러진 상태에서 젊은이용 계단을 오르려고 하는 찰라 그옆의 한 젊은이가 소리쳤다
"할머니 그쪽으로 오르지 마시고 저쪽 완만 경사로로 올라 가세요"
그러나 그 할머니는 젊은이의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그냥 꾸물꾸물 계단쪽으로 계속 오더니 180도 돌아서 지하철 타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꾸물꾸물 걸음을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 상황이 이해가 안되었다
7번출구를 나가려다가 마음이 바뀌어 지하철을 다시 타시려고 방향을 바꾼줄 알고 나도 그냥 7번출구를 나서고 있었다
내 사무실 쪽으로 걸으면서 그 상황이 좀 이상해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닌거 같고
그 할머니는 본래부터 지하철을 타려고 7번출구를 들어가 노인용경사로로 내려가니 바닥이 너무 혼란스럽고 미끄럽고
불안하여 미끄럽지 않은 젊은이 계단쪽으로 180도 돌아서 다시 지하철 타는쪽으로 다시 180도 돌아서 왔다갔다 하시다가
안전하게 방향을 잡으신 거고
젊은이 말에 대답도 안한 것은 아마도 귀가 안들리신 거겠지
나는 다시 생각해 본다
"내가 뭐하러 저런일까지 고민했지?"
혼자 낄낄거리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