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연구원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아래 문장이 떴다.
'동생은 밥을 먹고,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드신다.' 2015년 설문조사 결과는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수치가 82%나 된다고. (누구를 상대로, 몇 명이나, 어떤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지는 의문스럽고...)
도대체 위 말은 몇 살 먹은 사람이 하는 말일까?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동생은 밥 먹고, 아버지도 밥 먹어요.'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드신다'라는 글을 외국어로 번역하면 어떤 문장이 나올까?
언어의 민주화를 도모해야 할 국어연구원이 충효사상, 윤리과목을 가르치나 보다. 과거 봉건사회, 왕권국가, 양반시대도 아닌데...
1999년 국어연구원은 표준국어대백과사전을 초판 발간했다. 50만 단어를 수록했다고 자랑했는데도 아쉽게도 틀린 단어는 5,000여 개. 그 뒤로는 종이로 출판하지 못한 채 전자 앱으로 수정본을 보급한다. 내년 2018년에는 대폭 수정된 사전으로써 다시 종이로 출판되려나?
위 문장을 보면 촌구석에서 텃밭농사를 짓는 나조차 황당하다. 나이가 일흔 살인 내가 아이들한테 듣고 싶은 말은 평어체이다. 괴상망측한 '께서'라는 억지 존댓말을 원하지 않는다.
내 손녀는 이제 30개월을 조금 넘었다. 쉬운 말로도 제 뜻을 제법 펼친다. 나한테는 '하부지, 밥 먹어'라고 말한다. 나는 그 어린것한테서 존경받고 싶지 않다. 그냥 평범한 인간관계, 평등한 관계이고 싶다.
우리 카페에서도 그렇다. 어떤 회원의 글은 '께서 oo하셨다'라는 문구가 너무나도 많아서 나는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그렇게 효심이 극도로 많은 자식이여? 하는 의문도 들고.
나는 재작년에 아흔일곱 살의 어머니를 잃었다. 아들이 혼자뿐인 내가 어머니를 모셨어도 최고의 높임말은 쓰지 않았다. 말이 끝날 때에 '요'를 붙이면 되었다. 그냥 쉬운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예전에는 존댓말이 지나치게 많았다. 벽촌에서 살았기에. 당시 노인에 대한 숭배제도는 지나쳤다. 설날 때에는 어른이 있는 집집마다 세배하러 다녔다. 정월 보름까지도 먼 곳까지도. 방학이 되어 고향에 내려오면 어른네를 일일이 찾아가서 문안인사를 드려야 했다. 나는 싫은데도... 시키니까. 그런데 그게 얼마나 허구이며, 잘못된 것인지를 깨달았다. 과거 왕권시대, 양반시대에서는 충효사상을 강요했다. 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엄격한 제례행사, 이중 언어를 쓰고, 백성(요즘에는 국민)을 통제했다.
나는 종가의 종손이다. 시향 때에는 제일 먼저 절한다. 그런데 제사 음식물의 이름과 절차가 아리까리하다. 밥은 '메'로 부르고 그냥 쉬운 말로 제사 지내고, 앞으로도 제례절차도 대폭 축소하고 생략할 계획이다.
나는 충효사상에 길들여진 사람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조금은 배웠다. 더군다나 지금은 21세기이다.
내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식들은 저절로 존댓말을 쓴다. 하지만 위처럼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드신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그런데도 웃어른한테 하는 말투가 배어 있기에.
외국인 사위와 사돈총각들한테 물어야겠다.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드신다'라는 문장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설마하니 영어(다른 외국어를 포함)로 된 존댓말로 번역할까?
나는 쉬운 말로 말하고, 쉬운 한글로 글 쓰고 싶다. 너와 내가 평등한 위치에서 생활하고 싶다. 언어도 민주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국어대백과사전'조차도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우왕좌왕한다? 아쉽게도 이북 김두봉 체계의 국어사전이 남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믿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사실 여부는 논외로 한다.
우리말을 배우려고 외국사람이 한국에 많이 와 있다. 이들한테는 제대로된 언어교육, 통일된 언어정책이었으면 싶다.
아래 문장을 약간씩 다르게 쓰면....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드신다(위 원안)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자신다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잡수신다 아버지께서는 진지를 먹으신다
아버님께서는 진지를 드신다 아버님께서는 진지를 자신다 아버님께서는 진지를 잡수신다 아버님께서는 진지를 먹으신다
아버지께서는 밥을 드신다 아버지께서는 식사를 드신다 . . . 정말로 많은 예가 한없이 이어질 게다.
도대체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이 말투를 배워서 무엇하게? 그냥 쉬운 말로 가르치자. 나중에 크면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먹다'의 말이 '드신다, 자신다, 잡수신다, 먹으신다 등으로 표현된다. 아이들이 알아야 한 단어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고작 단어 하나의 변형인 존댓말이나 배워서 어디에 쓸까? 어려운 한자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꾸자.
'께서는' 이런 말투는 삭제시켜야 한다.
주어 인칭 뒤에는 '는, 가' 로 말하고, 끝말에만 '요'를 붙이자. 언어의 민주화를 이룩하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