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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욕, 숲으로의 여행[차윤정]
삼림욕이란 무엇인가.
삼림욕이라는 말은 일본의 임야청장관이었던 추산지영씨가 처음으로 사용했었는데 이것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공통적인 내용은 울창한 산림안으로 들어가 숲의 신선한 공기와 접촉하여 휴양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산림욕이라하지 않고 '삼'자를 붙인 것은 아마 '신'이 가지는 단순한 토지로서의 의미보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삼림욕은 해수욕, 일광욕, 공기욕을 이르는 삼욕중 공기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삼림욕은 특히 일본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는데, 온천 휴양지가 발달된 산림에서 온천욕과 더불어 행하는 삼림욕은 건강비결의 요체라고 하고 있다. 실제 일본 국민의 72%가 삼림욕이 건강을 증진한다고 생각하여 최고의 건강법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임업관련 기관이나 국민보건 당국에서는 삼림욕에 대한 전문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각종 단체나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숲의 신비
(산장의 여인)이라는 대중가요의 가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중략)...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끌어안고 나 혼자 재생의 길 찾아 외로이 살아가네.' 이 노래는 병든 몸을 치유하기 위해 숲에서 요양하는 내용이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은 영양상태가 나쁘고 국민보건이 열악하여 폐병환자들이 많았을 때 깊숙한 산속이나 절간에서 요양하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방법이었다. 이 당시의 우리나라 대기의 오염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비단 깨끗한 공기 때문만은 아니고, 직접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의 유명한 흑림지대 근처의 요양소에는 실제로 콜레라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의 대도시에서 찾아와 3-6주씩 체재하면서 건강을 회복해 간다고 한다. 수도를 행하는 주요 사찰이나 수도원 등은 모두 숲속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잔병이 없고 피부는 아무 치장을 하지 않아도 맑고 투명하다. 자연 속의 산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숲으로 많이 들어온다. 비단 숲속의 조용함뿐만 아니라 숲에서는 집중이 잘되고 잡념이 없어지며 머리를 맑게 해주는 구체적인 무엇을 찾아오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늘고 있는 노년층을 위한 실버타운건설 붐이 일 조짐이 보이는데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곳으로 삼림이 손꼽히고 있다. 산지의 맑은 공기, 아늑한 분위기, 아름다운 풍광은 노인의 건강과 복지에 아주 좋은 입지조건으로 이런 곳에서의 생활은 삼림욕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삼림욕의 숨겨진 비밀
그러면 실제로 폐병을 치유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숲에서 들이마시게 되는 공기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가. 숲에서는 다양한 향기가 나는데 이것은 수목에서 분비되는 휘발성 물질들 때문이다. 우리가 숲속에 들어설 때 우리의 코를 자극하고 가슴 속을 파고드는 향기의 실체는 바로 테르펜이라는 화학물질이다. 이는 특히 소나무 가지를 꺾거나 솔잎을 문지를 때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자연의 향이라고 광고되는 방향제, 탈취제, 세정제와 같은 대부분의 생활용품이 숲에서의 향기를 모방하고 있다. 테르펜은 식물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많은 이소프렌이 모여서 된 탄화수소의 일종으로 이소프렌이 2개 혹은 3개, 4개인 모노테르펜, 세스퀴테르펜, 디테르펜 등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약 140종류의 테르펜이 있다. 이 중 정유, 수지, 카로틴, 스테롤, 라텍스, 고무 등은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다. 테르펜류는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 곤충 등을 죽이거나 발육,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살충제, 살균제, 방부제등으로 이용된다. 테르펜은 휘발성이고 액화시킬 수 있어 몸 깊숙한 곳까지 흡입할 수 있으며 자체의 독성이 적기 때문에 실제적인 이용가치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테르펜게 물질의 약리효과는 피부자극제, 소염제, 소독제, 혈압완화제로 이용되고 있으며 거담제, 항히스타민제, 강장제, 피로회복제 등의 복합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지만 뉴질랜드, 호주 등지에서 주요한 수종인 유칼리 나무에서 추출한 장뇌유, 치몰, 규피산 등은 폐렴, 결핵, 나병 등의 치료에 이용되고 쥐손이풀에서 추출한 제라늄산은 폐결핵 치료에 그리고 큐마린은 박테리아 특히 대장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숲의 살충제-피톤치드
식물들이 발산하는 테르펜이 항균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사람은 구소련 레닌그라드 대학의 토킨박사다. 1936년 토킨 박사는 약 240가지 고등식물의 잎, 수피, 꽃 등을 이용하여 테르펜의 항균작용 실험을 했다. 아카시아 꽃과 떡갈나무의 잎을 폐병균과 함께 뚜고 잠시 뚜껑을 덮어놓았다가 얼마 후 관찰한 결과 폐병균이 완전히 죽어 있었던 것이다. 즉 아카시아 꽃과 떡갈나무 잎에 존재하는 방향성분의 살균 효과를 입증한 셈이다. 토킨 박사는 이러한 물질을 피톤치드라고 이름붙였는데 이것은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과 다른 생물을 죽인다는 뜻의 치드가 합성된 말이다 따라서 피톤치드는 어떤 특정한 화학성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숲의 식물이 만들어내는 정유를 포함한 테르펜 물질과 살균성질을 가진 모든 화합물을 총칭하는 것으로 토킨 박사에 의하면 인간에게 생기를 주는 물질이다. 피톤치드는 원래 식물이 가지는 방어 및 치료기술이다. 식물이 야생동물에게 상처를 받으면 상처 부위로 각종 병원균이 침투하게 된다. 상처 부위로 침입한 병원균은 식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데 식물은 스스로 방어물질을 생산해 이런 위험을 제거한다. 소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소나무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송진을 분비하여 상처 부위를 감싸 침입하는 병원균을 죽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 줄기에서 불거져 나온 옹이나 돌출부는 대부분 상처 부위의 치유 흔적들이다. 이들 숲에서 천연적으로 생성되는 피톤치드가 일반 항생제와 다른 점은 다양한 식물로부터 생성되기 때문에 각각의 균에 대해 선택성이 있어 의약 항균제가 어느 특정한 균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내성개체의 발생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천연물질로 인간의 몸에 무리없이 흡수되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방어능력을 촉진시킨다. 더불어 공기 중에 테르펜 물질이 섞여 있으면 공기의 응결핵 밀도가 상대적으로 희박해져 호흡할 때 폐로 들어가는 먼지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도심에서 마시게 되는 먼지나 오염물질 대신 숲에서는 피톤치드를 마시게 되는 셈이다.
산책의 효과
삼림욕과 관련하여 중요한 운동은 산책이라는 보행운동이다. 산책은 삼림욕의 피톤치드 효과와 더불어 신체를 건강하게 2대 요인이다. 산책이 신체적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심박동수, 산소섭취량, 최대 산소섭취율, 에너지대사율, 혈압 등이다. 이러한 신체적 운동은 삼림욕 코스의 설치조건, 산책하는 사람의 보행방법, 기상조건, 산책시간 등에 따라 그 효과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건강상의 이유로 삼림욕을 실시할 때는 자기 진단을 하고 적절한 코스와 강도를 적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보행은 사람이 평생을 걸쳐 기본적으로 행하는 운동으로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운동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보행운동을 하게 되면 최대산소흡수량이 증가하는데 이것은 심장의 용적과 근육의 산소함유량을 증대 시킨다. 보행시의 호흡조절은 폐의 호흡효율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지속되면 결국 폐활량을 증가시킨다. 또한 운동량의 증가에 따라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그러나 수축기 혈압(최대혈압)은 상승하고 확장기 혈압은 거의 상승하지 않는다. 보행운동에 의해 혈관은 광대한 조직의 말초혈관에 많은 혈액을 순조롭게 흘려보내고 혈관 자체도 유연성을 증가시켜 혈관이 젊어진다. 섭취하는 산소의 증가는 근육세포의 대사활동을 촉진시키고 증가된 근육 모세혈관으로부터 산소와 탄산가스의 교환이 보다 용이하게 이루어져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시켜주고 근육의 양을 늘려준다. 보통 산림욕을 하는 동안 산책을 하면 보행이 낳는 효과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맑고 깨끗한 산소가 많이 포함된 공기, 신경을 안정시키고 해로운 잡균을 죽이는 피톤치드, 쾌적한 환경, 자연스러운 숲길, 다양한 경관, 이 모든 것이 걷는 것 자체를 매우 즐겁게 하여 그 효과는 배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HRmax나 산소섭취량, 에너지대사량, 혈압 등을 숲속에서 간단하게 측정하기란 어렵다. 특수하게 고안된 장비를 가지고 매번 측정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최근 건강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신체적인 조건을 관련 병원이나 운동 센터 등에서 간단하게 검사받을 수 있다. 가족들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검사하여 건강관리를 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각종 내과 검진과 더불어 신체적 운동능력을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는 스포츠 분야에도 첨단의 과학장비들을 투입하여 인체의 운동역학을 밝혀내고 그 기능들을 최대한 향상시키고 있다. 100m 단거리 육상은 이제 인간이 낼 수 있는 기록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제부터 기록향상의 최대 관건은 신체의 운동성을 최대한 높여 줄 장비를 개발하는 것인데,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 하는 의복, 땅표면과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동화가 그 요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신체조건을 측정하는 간단한 방법들이 다양하게 고안되고 있는데, 산림욕이 전문건겅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있는 일본에서는 특히 이 분야가 눈에 띄게 발전했다. 일본에는 현재 백여 군데의 전문 삼림욕 코스가 개발되어 있는데 각 코스별로 코스 자체의 강도, 내리막길, 오르막길, 노면 특성 등이 전문적으로 설계되어 있거나 자연적인 코스의 상태도 잘 분석되어 있다. 한편 매 코스마다 실제 이용한 사람들의 신체적 조건을 분석하여 혈압, 심박동수, 에너지 대사량 등 모든 항목에 대해 실측한 자료들로 추정식을 만들어 기준표를 작성해 놓았다. 이 표에 의해서 삼림욕 참가자가 직접 측정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항목들의 추정값을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삼림욕장이나 휴양림 안에 간단한 운동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한 켠에 신체조건에 따른 운동기준표가 마련된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개가 삼림욕에 필요한 것이기 보다는 윗몸일으키기, 오래매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의 운동시설을 사용해 자신의 비만정도를 체크하는 것들이어서 국민건강이나 체력관리면에서 이 분야에 대한 사회적 연구와 지원이 요구된다.
산책로의 조건
삼림욕에서 산책을 할 때는 산책하는 사람의 보행조건과 산책로의 조건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이상적이다. 즐거운 산책이 가능할 것,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것, 정신적인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 것, 상쾌한 산소 운동이 가능할 것, 행위자가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을 것, 건강도 및 연령층에 따른 다양한 산책로의 선택이 가능할 것, 언제든지 산책을 중지하고 휴식할 수 있을 것, 미리 코스의 보행 강도가 측정되어 추정치가 나와 있을 것, 그 산림의 특성을 살릴 것. 그러나 이상의 조건들은 사실상 숲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대부분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개개조건에 부응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자연스럽게 갖추어 져야 바람직하다. 이상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설계상의 요점을 다음의 7가지로 꼽았다. 보행로의 곡선형 배치. 완만한 경사, 급경사. 평지의 상호조화. 강한 바람과 빛의 차단. 명암과 고저의 변화. 호수, 연못, 늪, 습지, 시냇물의 배합, 숲의 방향의 고려. 산책로의 코스는 기존의 숲길을 개발하는 것이니 자연적인 모습을 잘 보존하면 산책로의 조건을 만족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산책의 보행방법
100m 단거리 육상 경기에서는 최대한의 속도로 질주해야 한다. 그러나 마라톤은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여 달리는 사람의 호흡을 잘 조절해야 한다. 아침운동으로 인기 있는 조깅은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빨리 달려서는 안 된다. 걷고 달리는 데는 적절한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산책도 마찬가지로 적당한 보행방법이 있다. 사람에 따라 약간은 다르지만 알맞은 보행속도로 알맞은 거리를 걸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삼림욕의 경우 보행에 관해 두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산책의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 즉 숲에서 하는 산책을 매일 해서 운동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는 걷는 속도를 약간 빠른 듯한 걸음으로 하는 것이 좋다. 거리도 연령별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적절히 배치하여 총 산책거리를 결정하고 휴식지점을 결정해서 실시한다. 그러나 삼림욕을 숲에서의 보건 및 휴양을 목적으로 할 때는 굳이 보행속도나 거리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삼림욕을 위해 운동 조건에 따라 특수하게 설계된 삼림욕장은 없는 실정이고 사회적으로 숲을 찾는 이유가 휴양이나 여가 쪽으로 기우는 것을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거닐다 가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다. 특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분전환을 위해 산을 찾는 경우는 피톤치드의 효과를 만끽하기 위해 숲속에서 오래 머물며 심리적 안정을 구해야 할 것이다.
오감의 발현
숲의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가 비록 직접적인 치료효과를 가진 삼림욕의 실체라고 하지만 숲이 가진 다양한 물리적환경은 피톤치드 못지않게 놀라운 효과가 있다. 숲의 무형적인 혜택 이를테면 숲의 고요함, 자연적인 경관, 일상에서의 탈출감, 숲의 색채 등 이 모든 것이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고 숲의 기상, 흐르는 물, 울퉁불퉁하고 가파른 길은 사람의 신체를 치료한다. 우선 숲의 푸른색, 싱그러운 향기, 흙의 감촉,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 이것은 사람의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맑고 푸른색은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주고, 크고 넓은 숲의 전경을 바라보면 눈의 피로가 풀리게 된다. 숲속과 도시의 인공기후실에서 동공의 반응속도를 비교한 실험이 있는데, 숲속에서 동공은 인공기후 실험실보다 3배나 반응이 컸다고 한다. 동공의 반사는 자율신경의 움직임을 잘 나타내므로 그 상태를 비교하면 신경의 흥분상태를 알 수 있다. 숲속에서는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 동공에 생기가 충만하고 뇌의 활동까지 돕는다. 나뭇잎의 일렁이는 모습이나 낙엽이 쌓여 는 모습은 또한 시각적으로 질감이 아주 좋다. 숲의 온갖 향기는 살균력을 가지고 있어 이미 치료의 기능을 살펴보았지만 상쾌한 향 자체는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고 기분을 맑게 한다. 도시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퀴퀴하지만 숲속에서는 알싸한 향을 풍긴다. 도시의 포장길이 매끄러운 반면 숲속의 길은 거칠다. 숲속을 거닐 때 몸에 스치는 모든 것들은 탄성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숲속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도시의 것들과는 사뭇 다르며 거부감이 없다. 뭔가 두려운 것, 더러운 것에 닿을까 한껏 움츠렸던 몸을 숲에서는 마음껏 펼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닿아서 불쾌한 것이 없다, 숲의 소리는 맑다. 도시가 쏟아내는 온갖 소음들, 자동차 경적소리, TV, 라디오에서 훌러나오는 소리, 전화벨 소리, 삐삐소리, 심지어 사람의 말소리까지 인간의 음역을 거스른다. 비정상적으로 높고 가는 소리,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소리, 갑자기 쾅쾅거리는 소리,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소리 이런 유형의 모든 소리는 사람의 청각을 지나치게 자극하고 산경을 흥분시킨다. 도시의 생활은 끊임없는 소음 속에서 영위된다. 이에 비해 숲속에서 나는 소리는 사랑스럽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낙엽이 바스락대는 소리, 물이 흘러가는 소리, 새가 우는 소리, 모두가 낮고 조용하며 물흐르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간간이 들리는 것들이다. 우리의 귀가 자극받을 이유가 없다. 숲은 맛 또한 지녔다. 숲에서 흐르는 물은 달고 진하다. 뒷맛이 깨끗하다. 숲에서 나는 산채는 사람의 입맛을 돋군다. 산채의 여러 약리작용은 차치하더라도 그 독특한 향을 지닌 맛은 먹는 기쁨을 되찾아 준다. 만일 사람이 먹기 위해 만든 과자가 떫은 맛이라면 먹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숲에서 나는 도토리는 떫어도 먹을 수 있으며 옛날부터 그 맛은 사랑받아 왔다. 다래, 머루, 으름, 보리수, 산딸기, 오디, 산돌배 등 이름조차 상큼한 숲의 과실은 시어도 맛있다. 정말이지 숲에서 맛보는 모든 것이 사람의 미각을 자극한다. 이렇듯 숲은 사람의 혼탁해진 오감을 맑게 해주고 지나치지 않은 강도의 자극으로 감각을 마음껏 일깨워 준다. 절로 건강해질 수 있다.
풍부한 음이온
숲속을 흐르는 냇물과 폭포는 주위의 공기를 미세한 음이온상태로 만든다. 음전기를 띤 미세한 물방울들은 긴장되고 초조한 신경을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1950년대 프랑스의 메타디에 교수는 공기 중에 있는 전하를 띤 미립자 이온들이 인체조직이나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진이나 화산폭발 같은 천재지변이 있기 전에 동물들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지구 내부의 농축된 에너지는 지구의 자기장을 교란하거나 특이한 구름을 형성하는데 이 구름은 양전하를 띠게 된다. 양전하는 동물의 신경호르몬인 '세르토닌'의 분비를 자극한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동물이 생리 및 심리적으로 심한 장애를 느껴 불안해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세르토닌 증후군'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기 중의 양전하인 것이다. 사람의 몸은 정신적 긴장이나 육체적인 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양이온을 과다하게 방출하게 된다. 이것을 몸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각종 신경통이나, 경련, 신경장애 등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양이온은 혼탁한 공기나 환기가 안된 실내, 폭풍우 직전에 많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음이온은 태양의 지외선, 식물이 광합성작용을 하는 곳이나 폭포, 계곡물, 분수 등과 같이 물분자의 활동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곳에서 다량 생성된다. 숲에 많이 있는 음이온은 사람의 양이온을 상쇄하여 자율신경을 안정시킨다. 숲에 존재하는 음이온의 양은 활엽수림보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에서 더욱 많으며 도심에 존재하는 양에 비해 14배에서 최고 70배 가량 많다. 요컨대 지속적으로 물이 흐르고 물방울이 튀어오르는 계곡이 있는 숲에서는 풍부한 음전하의 영향으로 삼림욕의 효과가 더 커지게 된다.
삼림욕은 숲과의 만남이다.
숲의 생물과 접하고 삼림의 기후에 몸을 맡기는 것이므로 깊숙한 삼림에서 산책하고 대화하며 피톤치드를 한껏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마음이 숲에 동화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도심에서 긴장되고 초조해 하며 모든 것에 불안해 하는 습성을 떨쳐버리고 자연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숲이 행하는 정신적인 치유이다. 우선 숲과 대화하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 숲의 변화를 이해하고 숲의 질서를 깨우치며 하나하나의 놀라운 생명력과 섬세함에 심비감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을 숲속에 풀어놓고 유유자적하게 숲에 대한 애정을 품어야 한다.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의 살균, 살충 및 약리효과, 산책의 운동성, 최대한으로 발현되는 오감, 변화폭이 적고 완충성이 있는 숲의 기상, 신체운동에 이상적인 숲의 길, 맑은 공기, 맑은 물, 숲속의 풍부한 음이온 이 모든 것이 삼림욕의 효능을 실현시키는 실체들이다. 과거에는 일상생활이나 산업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찾거나 병이 들어 이를 직접적으로 치유할 목적으로, 수도하고 정진하려고, 혹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산을 찾았지만 오늘날에는 산을 찾는 이유가 휴양과 여가라는 문화적인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등산뿐만 아니라 야영활동, 사진촬영, 수렵, 방문, 등벽, 스키 등의 다양한 오락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이 찾아간다. 도시에 사는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이 뚜렷한 병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구하기 위해 간다. 결국 삼림욕의 목적은 병의 치유가 아니고 병을 예방하고 더욱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는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