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선비들은 풍류로써 세상을 구하리라 생각하였단다.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에 일국의 유교, 불교, 도교의 진리가 풍류에 있다고 하였다.
풍류 중에서도 왕희지의 흐르는 물에다 술잔을 띄워 보내면 그 술잔을 받는 사람이 시를 지어 화답하는 놀이인데 경주의 포석정도 시를 지어 노래했던 곳이다.
술 항아리에 신선이 있다고 하는데, 기분 좋게 취하면 이 몸도 한잔 또 한 잔에 얼큰하게 취해 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한솥밥 나눠 먹고 정리를 다지듯이 한 잔술 나누어 마시고 의리를 다졌으며 그 공동체 운명을 확인하는 의식용 술잔이 대포요, 대포에 담는 의식용 술을 막걸리이게 마련이었다
동심일체를 다지는 의례의 술잔으로서의 대포문화는 다양하게 발달하고 있다.
옛날 각 관청마다 한 말들이 대폿잔을 만들어 두고 돌려 마시며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의식이 제도화돼 있었다.
사헌부의 대포는 아란배(鵝卵杯), 교서관의 대포는 홍도배(洪桃杯), 예문관의 대포는 벽송배(碧松杯), 시사(詩史)라 하는 풍류 모임에서는 연종배(蓮鍾杯), 기생의 꽃신에 술을 담아 돌려 마시는 화혜배(花鞋杯)란 대폿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리하여 생사고락을 같이하기로 약속된 사이를 대포지교라 하기까지 했다.
세조는 여진족을 토벌하러 함경도로 떠나는 체찰사 신숙주를 편전에 불러 놓고 벽을 타고 오르는 박덩굴을 가리키며
“저 덩굴에 박이 여물 때까지 오랑캐를 평정하겠는가?” 하고 물었다.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 그 덩굴에 달덩이 같은 박이 여물었고 세조는 그 박으로 대포를 만들어 막걸리를 가득 붓고 한 잔 술에 입을 번갈아 대며 취하도록 마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