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 주로프스키 지음, 음식의 언어 : 맛있는 인문학, 어크로스, 2015(강추!)
- 알렉싼드르 쏠제니친 지음,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2000.
- 븟 커뮤니티, 사회학자 엄기호 님 강의 '기술자에서 전문가로' 총 3강을 중심으로.
나는 대학에서 유교 철학을 오랫동안(!!) 전공했고, 그 전후로 항상 여러 책들을 읽어왔다. '어쩌다 똑 떨어진' 요식업계 총각이 말 그대로 수불석권- 책을 놓지 않으니 신기해보이기도 했나보다. 그 당시 밥 디쟈이너이자 동화작가이신 유바카 누님이, "병문 씨, 철학이 대체 뭐야? 공부해볼래도 너무 어려워서 할 수가 있어야지." 하시기에 나는 별 생각없이 "철학, 하나도 안 어려운데요, 철학은 삶의 태도를 배우는 일이에요.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해도, 사실은 모두가 자기의 언어로 철학을 하시고 있는거 아닐까요." 라고 말씀드려서 어쩜 그렇게 말을 멋있게 하냐고 꽁술 한 잔 찐하게 얻어먹었다. 꺅!
그렇다. 인문학도들은 모두 인문학의 패배를 이야기하며 공무원 학원으로 몰리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은 끊임없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다. 인간의 삶 자체를 증거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언어로 끊임없이 생각하며 사는 태도 자체로 철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식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새삼 먹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 와중인데, 더더욱 놀라웠던 게,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먹는 것에 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더란 점이었다. 단순히 음식 자체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식문화의 거시적 변화, 태도와 매너의 변화, 심지어 외식업의 발달에 따른 경제 동향 분석도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를 하고 있다 자신하는 언어학자 댄 주로프스키의 '음식의 언어' 는 동서양 인간이 먹어온 음식의 변천사뿐 아니라, 그 음식과 맞닿은 언어들이 어떻게 변화되며 사용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어 흥미로웠으며,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엄기호 님의 강의 또한, 주방이라는 공간과, 요리사라는 인간 사이의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하여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다 수긍할 수는 없으나!)
그러므로 공부는 사실 몹시 즐거운 것이다. 공부가 어렵고 짐이 된다고 느끼는 것은,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외압에 의해 짐처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가난하고 빈한하고 마음도 넓지 않으나, 나는 피곤해도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다. 이반 데니소비치처럼, 노동에 닳아질지언정 그처럼 죽 한 그릇, 빵 한 조각, 담배 하나, 장갑 하나에 인간된 마음을 잃어버리고 길들여지지 아니하려 하여 다행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공부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러므로 오래 전 고미숙 선생은, 공부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술과 밥과 좋은 인연들이 따라온다 늘 말씀하셨었다.
첫댓글 헐, 컴퓨터로 작성한건 전화기로 수정이 안되는구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