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삐까번쩍했던 설날이 지났다. 아메리칸 스타일(웃기려고)의 나는,
그런 거 별 신경 안 쓰지만(웃기네), 어쨌든 그렇게 지났다.
살아있는 아메리칸 스타일 덕분에(?) 여기저기 싸다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씻는 건 원래 잘 안하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tv를 봤고, 거기에서 좋아해마지않는 가수의 라이브 무대를 보게 됐다. 참 오랜만에. 아마 올 추석 최고의 짜릿함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원래 단순해. 그래도 귀엽지...?
송창식이라는 가수가 있다. 다들 아는. 唱植이더라, 예전에 한자로 쓴 거 보니까.
노래를 심는다는 뜻인가?
옛날엔 예명도 한자로 지었나 봐.
‘왠지 있어 보인다’고 하면, 사대주의에 찌 들은 등신이라고 할 거지? 그래서 안 하려고. 히히.
창작, 가창, 연주 세 부분이 완벽하게 다 되는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설날특집 라이브 콘서트에 나오더군. 연주와 노래를 다 하는 진짜 라이브.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의 연장선에 있는 방송이래, 식당 아줌마가. 내가 본 건 재방송.
송창식과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어쿠스틱 라이브는 정말 최고다(유명해). 강산에와 하찌의 그것도 같은 등급(다들 인정할 걸? 아님 말고. 히히). 윤도현과 장기하와 송창식이 같이 하는 어쿠스틱 록앤롤(블루스), ‘담배가게 아가씨’는 추석 연휴에 방영된 그 무엇보다 끝내줬을 거다.
그는 흔히 말하는 김민기와 한 대수로부터(강산에와 김광석으로 이어지는) 시작된 진보와 저항의 모던 포크, 그리고 별 생각 없는 소비문화의 축이었던 ‘그냥’ 포크(윤형주, 김세환 등)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오롯한 자기만의 세계관을 투영한 독특한 혼자만의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어왔고, 들려주고 있다.
한 때 이런 얘기가 있었다더군. 김민기와 송창식 둘 중 누가 더 잘 치는가(기타). 한 번 붙은 적이 있었대나 뭐래나(기타). 자웅을 가린다는 게 무의미하기는 하지만(기타).
이런 가수들의 연주와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무진장 행복한 일이다.
이 천재의 목소리와 기타는 ‘하나’로서,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꽤 오래전에, 열어버렸다. 그것도 탁월하고 찬란하게.
전인권과 강산에로 이어지는 기타를 든 싱어송라이터의 계보에 그의 모습은 영원히 빛날 거야. 아.
원래 감탄을 잘 하는 것들은,
좀 재수없지...고칠 점이야...ㅎㅎ...
그의 노래 중에 ‘나의 기타 이야기’라는 노래가 있다.
그, 뭐냐, 피그말리온 신화의 모티브를 사용한 곡인데,
피그말리온 신화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다. 일종의 나르시즘 비슷한 감정일진데,
하여간 그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한 어떤 여신('유명한' 여신인데..술 끊은지 얼마 안되서..ㅎㅎ)이 그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줬다 하는,
뭐 대강 그런 이야기이다.
이 노래 속의 주인공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조각한다. 그리고 그 조각상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사이에 자신이 사랑하는 진짜 소녀는,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름답고 철모르던 지난날의 슬픈 이야기’지.
왜 오리지날을 두고 지가 만든 복제품에 마음을 빼앗겼을까.
물론 이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상징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조각 소녀’는 주인공이 마음을 빼앗긴, 직접 만든 다른 어떤 것,
성공·출세·명예 등(‘다른 여자’라고 말하는 者는.....공대생...?...히히)이고,
‘늘 푸른 동산’의 ‘소녀’는 순수와 동경을 간직한 그의 태곳적 사랑(혹은 관념 그 자체) 뭐 그런 것.
좀 유치하지?
아마 그런 건 아닐 거야.
그 소녀의 마음과 주인공의 마음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까 아니면 어디선가 만나서 함께 슬픈 별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어느 전능하고 심심한 여신이 그의 조각을 사람으로 바꾸어 줬을까.
노래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두 번째가 아닐까 해. 그래서 지구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기타’는 ‘딩동댕’ 울리는 거지. ‘아름답고 슬픈 지난날의 사랑 이야기’를 위하여.
이 구체적인 가사가 순수한 창작의 산물이라니,
역시 가수는 예술보다 위대한 거 같다.
이촌역에서 동원대까지 걷다보면, 노래에 환장한 산적이 사는 고개가 있다.
그 고개를 무사히 지나가려면, 그 산적에게 노래를 불러주어야 한다.
아름답고 애절할수록 좋다.
그래서 난 이 노래를 불러줬다.
그래서 무사할 수 있었지.
여러분도 해 보셔요. 산적은 생각보다 많거든요, 매봉산에도 있어요.
노래는 정보의 바다에서 들으시오.
백 프로, 그냥(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오.
이왕이면 송창식과 함춘호의 어쿠스틱 라이브로.
인터넷에 연주 동영상이 많을 것...?...이오...뭉이의 지갑을 걸고 자신있게 말할 수...있...지...
2월은 시작일까요, 이미 진행일까요.
민족주의자의 눈에는 시작일 테고, 현실주의자의 눈에는 이미 진행이겠지요.
포우의 눈에는 우울이고 엘리엇의 눈에는 희망이고
게으르고 볼품없는 나의 눈에는 그저 서른다섯 번째의 추위일 뿐인데,
여러분의 눈에 2월은 무엇이지요.
약간 서늘한 소망이 깃들은 노래라면 좋겠어요. 송창식의 그것처럼.
흐흐.
첫댓글 송창식 아저씨는 기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능많은 감정충만한 아저씨랄까... 여튼 참 노래 맛깔라게 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