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소홀했는데/덕분에 소식 듣게 돼’ 이 한 줄 시의 제목을 들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SNS시인으로 유명한 하상욱의 ‘애니팡’이다. 웃음을 자아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글로 화제를 일으켰던 그는 단편시집 ‘서울시’의 저자이다. ‘안 되면, 될 거 하라’를 모토로 삼고 있는 그는 의외로 서울시를 쉽게 쓰지 않는다. 그가 가진 장난스러운 이미지와 유머러스함에 수많은 고민 끝에 나오는 글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감지하지 못했을 터다. 하상욱은 10여 년간 디자이너분야에서 활동했기에 ‘시’ 또한 ‘문학’으로 보지 않고, 디자인으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다소 특이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을 가진 그가 궁금하다면 지금 만나보자.
SNS시인
하상욱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글 쓰는 직장인 하상욱입니다.
ⓒ 단편시집 '서울시'의 저자 하상욱
호칭이 다양하신데, 뭐라고 불리는 게 편하신가요?
사람들이 작가로 부를지, 시인으로 부를지, 회사원으로 부를지 머뭇거리는데, 이런 반응이 재미있어요. 요즘은 작가님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요. 가장 듣기 편한 호칭은 하상욱 님이에요. 회사에서 사용하는 호칭이라 익숙하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처럼 부르고 싶은 데로 불러주셨으면 해요.
요즘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강연을 좋아해서 강연을 많이 다니고 있고, ‘서울시’ 2권을 준비하고 있어요. 다른 연재도 준비하고 있고요.
ⓒ 청춘 페스티벌 (동영상 출처 - 하상욱 유튜브)
보통 어떤 주제로 강연하시나요?
‘서울시’에 관한 얘기를 해요. 왜 글을 썼는지, 어떤 식으로 글을 썼고, 서울시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 영알리안츠-SNS31 세미나 (동영상 출처 - 유튜브 Donghyeok Lee)
서울시라는 이름 덕분에 서울특별시와 연계해서 특별한 일도 진행하셨죠.
서울특별시에서 행사요청이 왔었어요. 그때 박원순 시장님과 고재열 기자님과 간담회처럼 이야기를 나눴었죠. 서울 시민도 초청하고요. 서울시 공무원분들이 ‘서울시’라는 이름을 써서 절 좋게 봐주고 있다고 들었어요. (웃음)
ⓒ 시민 블로그 40여명과 소셜미디어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고재열기자, 하상욱 작가, 박원순 시장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처음 시작은 장난삼아 쓴 글을 SNS에 올린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정말 장난이었고, SNS에 올렸을 때 주변 사람들이 재밌어했어요. 제가 디자인 쪽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기 때문에, 주변에 전자책 업계에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책을 만들어서 유통해보지 않겠냐고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처음엔 귀담아듣지 않았는데, 콘텐츠가 쌓이고, 반응들을 살펴보니 될 것도 같더라고요. 게다가 회사에서 어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의 구조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정이 편했고요.
사람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주는 글을 쓰고 계신 데, 하상욱 씨만의 글 쓰는 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해요.
방법론은 따로 없어요. 화장실이나 지하철에서 혹은 운전하면서 아무 곳에서 글을 쓰죠. 스마트폰으로는 메모장에 글을 써놓고, SNS에 올리기 전에 주변 분에게 미리 보여줘요. 혼자 글을 쓰고 판단하면 아무래도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재미있다고 얘기해주시면 그때 SNS에 올리는 거죠. 쓴 글 중에 3분의 2 정도만 올라가는 편이에요
ⓒ 스마트폰 메모장을 이용하는 하상욱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주변 분들에게 미리 보여줄 때 보통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재밌다’, ‘재미없다’ 둘 중 하나에요. 워낙에 글을 자주 봤고, 익숙해서 바로바로 얘기해줘요. 안 좋다고 얘기 들으면 구차하게 설명을 안 하고요. 이걸 말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분들이 솔직하게 평가를 못 하니까요. 설명 없이 공감과 재미를 사야 좋은 글이니까 반응은 그거면 충분해요.
ⓒ SNS에 업로드 하기 전 주변인에게 미리 보여줘 반응을 살핀다는 하상욱
개인 활동이 많으신데, 직장생활이 가능한가요?
현재는 직장은 그만둔 상태예요. 개인일정이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정도가 되었거든요. 제가 더 중요하니까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낫죠. 하상욱을 그만둘 순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생활이 일시적일 거로 생각해요. 그래서 적당한 시기가 오면 회사를 다시 다닐 것 같아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이는 글을 쓰는 데 어떤 영향을 주나요?
줄바꿈이나 칸의 배치, 타이포그래피에서 그래픽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단어를 쓸 때 한문으로 바꾸는 걸 예로 들 수 있는데, 그냥 한글로만 쓰는 것과 단어하나를 한문으로 변형시키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이런 게 디자인에서 오는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 하상욱이 그린 작품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시를 문학보다는 일종의 디자인으로 인식한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교육받은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그래픽요소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싶은 의도를 간결하고, 단순하게 표현해내는 거라고 배웠어요. 시에는 그러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메시지가 들어있고, 형식 안에서 의미를 부여하니까요.
ⓒ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서 그래픽요소를 만드는 하상욱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화제를 끌었던 ‘애니팡’ 시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시’가 출간되었는데, 이 과정은 어땠나요?
특별한 과정은 없었어요. SNS에서 반응이 좋았고, 저와 관련된 일이어서 전자책은 쉽게 만들어졌죠. 그런데 이게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면서 몇몇 사이트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되니까 저에게까지 관심이 왔고,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한 달 정도 후에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죠. 서울시를 만들었던 출판사는 사실 다른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려고 찾아왔었는데, 회사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건 힘들 것 같고, 써놓은 글들이 많은데 이걸 엮어서 책을 만드는 건 어떠냐고 해서 진행하게 된 거에요. 원래 있었던 약 70편의 작품들에서 50편을 더했고, SNS에 올린 글들을 합쳐서 200편 정도의 글이 나왔죠. 여기에 제가 직접 삽화를 그렸고요.
ⓒ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 하상욱의 시 '애니팡'
추가로 50편의 글을 썼다고 하셨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없어 보여요.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기한을 길게 잡았어요. 제의를 받았던 때가 작년 9월 추석 때였는데, 설 연휴쯤에 책이 발간되는 걸로 이야기를 했죠. 약 3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작가로서 욕심이 크게 없지만 써보고 싶은 책은 두 권 정도 있어요. 하나는 지금 준비 중인 서울시 2편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풀어쓴 책이요. 서울시 안에는 메시지가 없는 글이 없거든요. 이것들은 풀어서 쓴 에세이죠.
ⓒ 서울시 2편을 준비 중이라는 하상욱
‘서울시’의 연장 선상이라 볼 수 있네요.
그렇죠. 제 욕심에 쓰는 책일 수도 있어요.
서울시의 반응은 예상하셨나요?
‘잘 팔릴 수 있을까?’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전자책으로는 어울리는 콘텐츠이고, 무료배포였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았지만, 이것이 책으로 나왔을 때 팔릴 만한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거든요. 어느 정도 화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했었어요.
서울시가 나오기까지 SNS의 활용이 컸다고 볼 수 있는데, 정확히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게 언제쯤인가요?
2012년 7월이었어요. 그때는 지금이랑 콘셉트가 달랐죠. 허세 유머 글이 전부였어요. 허세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 나름대로 메시지를 담기 시작한 거고, 도시인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도시인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니까 더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 허세를 콘셉트로 쓴 하상욱의 시 '개허세'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SNS의 특성상 반응이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데, 어떤 반응을 얻을 때 가장 좋으신가요?
‘웃기다’, ‘ㅋㅋㅋ’이런 반응이 가장 좋아요. 예전에 책으로 발간되기 전에 몇몇 분들은 ‘이거 정말 책으로 나와도 되겠다’고 하셨죠.
ⓒ SNS를 이용해서 빠르게 반응을 살핀다는 하상욱
SNS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가요?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놨어요. 논쟁하지 않는 거죠. 건드려서 안 되는 몇 가지 주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나 종교 남녀 간의 싸움문제 같은 사항이요. 사실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은 많죠. 그래서 ‘나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얘기를 안 하면서 재밌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제 역할은 아닌 것 같았거든요. 저도 고집이 세고 의견이 확실한 사람인데, 이걸 SNS에서 표현하고, 언쟁하지 않는 게 나름의 원칙이에요.
ⓒ 단어를 재미있게 묘사한 하상욱의 작업물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인터넷과 SNS에서 유머 글을 쓰시는 분들은 ‘드립퍼’라고 지칭하는데 이분들과 하상욱 씨의 차이점을 들자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저도 사실 ‘드립퍼’죠. 그렇지만 콘텐츠를 쌓아가고 창작해내는 과정에서 차이점을 들 순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인과 창작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떠한 콘텐츠를 상품으로서 포장하는 기까지엔 기획력이 필요하거든요. 단순 드립의 연속과 원칙을 만들어서 콘텐츠로서 개발하는 건 다르니까요. 기획력의 차이인 것 같아요.
ⓒ '드립퍼'와 자신의 차이점을 기획력이라고 말하는 하상욱
기획이 들어간 콘텐츠를 제작하는 점이 큰 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서울시’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에 담긴 메시지 때문이에요. 서울시의 사람들이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을 던지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제목을 ‘도시’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시보다는 ‘서울시’가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해서 서울시가 된 거죠. 그리고 이건 기획자의 마인드인데 무언가를 하면 기대는 안 하더라도 잘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해보잖아요. 저는 서울시가 잘 되면 서울특별시와 엮일 수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혹시라도 나중에 박원순 시장님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막연한 상상을 했었죠. 그런데 재밌게도 이건 이미 이뤘죠. 전략적인 기획은 아니지만, 그 뒷모습을 상상해 봤을 때 가정했던 일들을 실행해나가고 있어서 저도 놀라워요. 예전에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거니까요.
ⓒ 자신의 단편시집 '서울시'를 촬영하고 있는 하상욱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서 SNS 시 공모전을 열었는데, 이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셨어요. 혹시 이것도 막연한 상상의 일부였나요?
신기하게도 맞아요. 서울시가 잘 되면 브랜드와 엮어 공모전을 하면 재밌겠다 싶었거든요. SK텔레콤에서 SNS 광고를 대행하는 기획자께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바른 SNS캠페인을 할 예정인데,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요. 저는 사실 무슨 기획이건 간에 ‘SK텔레콤’이란 말만 듣고 하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서울시를 인터넷 유머 글을 보듯이 하찮게 볼 수 있는데, 큰 브랜드와 일을 하면 편견을 조금 덜 수 있거든요.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죠.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 가수 윤종신(신치림)과 함께 바른 SNS 소셜 콘셔트를 진행하고 있는 하상욱의 모습 (사진 출처 - 페이스북 SK telecom)
작품은 선발할 때 어떤 것을 중점으로 생각하셨나요?
재밌는 글이죠. 또 서울시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비슷한 글을 선발했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심사평을 재미있게 쓸 수 있을 만한 글이었어요. 당선작은 발표하면 되는데, 여기에 심사평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는 재미요소의 차이가 커요. 그래서 심사평을 잘 쓸 수 있는 글인지도 중요했죠.
ⓒ 소셜멘토 하상욱, 신치림과 함께 한 바른 SNS 소셜콘서트 (동영상 출처 - 유튜브 SK telecom)
앞으로 강연이나 다른 재밌는 일들을 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단에 서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일이 정말 즐거워요. 여태까지 많은 것을 해봤지만, 이렇게까지 재밌던 적이 없었을 정도예요. 인터넷이나 SNS는 댓글로 반응을 보지만, 그 사람이 보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강연은 얼굴을 직접 보고 얘기를 주고받는 거라서 정말 재미있어요. 또 제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이런 게 너무 짜릿해요. 강연은 앞으로 할 수 있는 데로 많이 하려고 해요. 또 어떤 회사와의 프로젝트도 준비 중인 상태에요. 이건 아직 준비단계라 뭐라고 말하기엔 섣부를 것 같으니 말을 아낄게요. (웃음)
ⓒ 강단에 서서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 반고 있는 하상욱의 모습 (사진 출처 - 티스토리 vvdesignstudio)
‘서울시’는 기존에 보던 글들과 차이점이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사실 제 글이 ‘시’라고 생각하지 않고,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라는 말보다 글쓴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죠.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긴 하거든요. 시인이라고 생각은 잘 안 하고요. 그런데 ‘서울시’라고 제목을 정했잖아요. 이점은 콘셉트였어요. ‘시’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선입관이 있는데, 그걸 이용한 거죠. 시라고 지칭하면 ‘이게 뭐야?’ 하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어딘가 애매한 느낌을 주는 데 이걸 이용한 거죠. 또 시라는 콘텐츠가 이 시대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함축되어있고, 간단하잖아요.
ⓒ 하상욱 단편 시집 '휴대폰 진동' 편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타고난 기획자의 면모를 갖고 계시네요. ‘시’라는 자체가 콘셉트라고 생각하실 줄은 몰랐어요.
글을 기획해서 쓰고 있고,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데, 기획과 디자인은 어느 정도 맞물려 있잖아요. 공통점이 많죠. 저를 기획자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함축성과 간단함을 가지고 있어 '시'가 이시대와 잘 맞는다고 말하는 하상욱
강연을 즐기신다고 하셨는데, 인터뷰하면서도 느끼지만, 말을 참 잘하시네요.
말실수를 잘 안 하고, 말이 막혔을 때 잘 푸는 편이에요. 이건 제가 어려운 단어를 잘 몰라서인 것 같아요. 쉬운 단어를 풀어서 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잘하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전문적이진 않지만, 재밌고, 자기이야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강연을 즐기고 있는 것 같고요.
ⓒ 하상욱의 일상사진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지금까지 썼던 시 중에 가장 애착 되고 좋아하는 글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옥철’이요. ‘착하게 살았는데/우리가 왜 이곳에’라는 짧은 글귀인데, 서울시가 하려는 이야기가 가장 잘 담겨있죠. 제가 구성해 놓은 원칙에서 운율이 가장 잘 맞고, ‘착하게’와 제목의 ‘지옥’이란 말이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재미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글이죠.
ⓒ '서울시' 가 하려는 이야기가 가장 잘 드러났다는 '지옥철' (사진 출처 - 티스토리 actionisher)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만한 글이네요. 그렇다면 ‘서울시’에서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서울시의 가장 주된 정서는 ‘씁쓸함’이에요. ‘우리가 왜 이러고 사나’를 웃음으로 얘기하는 거죠. 또 ‘나만 이런 게 아니네?’라는 생각하게 하는 거예요. 서울의 씁쓸함을 웃음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지금보단 덜 칙칙하지 않을까 싶어요.
ⓒ '서울시'의 주된 정서를 씁쓸함이라고 말하는 하상욱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항상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이때 이걸 하면 좋겠다는 정도만 생각해요. 짧게 잡은 계획을 실행하기도 벅차서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글을 쓰시는 하상욱 씨의 일상이 궁금하네요. 평소에는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일주일 중 스케줄이 없는 날이 2~3일을 차지해요. 쉬는 날이면 집에서 흔히 ‘잉여생활’이라고 말하는 나날을 보내요. 제일 좋아하는 일이죠.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뒹굴하는 거요.
ⓒ 평소 셔츠와 검정 뿔테안경을 즐겨 쓰는 하상욱의 모습
글을 쓸 때 영감을 어디서 받고 있나요?
억지로 찾아봐요. 번뜩이는 영감은 거의 없어요. 위에서 말했다시피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 좋아하다가도 문득 ‘서울시, 하나 써야 하는 거 아니야?’하고 혼자만의 책임감으로 소재를 찾아봐요. 버스를 타고 있다. 커피숍에 앉아있다고 가정해보고 제목을 정해서 상황을 문장으로 만들어요. 그게 도시의 이야기와 연결이 되면 다듬어가고요. 나름의 과정은 있어요.
의외네요. 다소 쉽게 만들어내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은 고민의 연속이잖아요. 자기를 통제해야 하고, 나름의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저는 서울시를 그렇게 쓰고 있어요. 그리고 10년 이상 디자인을 해왔기 때문에 몸에 배서 이렇게 하는 것이 편하고요.
ⓒ 하상욱의 작업물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 하상욱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작업물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학창 시절에는 어떤 아이였나요?
어렸을 때는 어렸어요. (웃음) 어렸을 때는 누구나 특별하고, 창의적이지 않아도 좋잖아요. 재미있게 놀면 그만이니까요. 제가 ‘서울시’로 유명해 진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특별한 것처럼 포장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어린 시절에는 어렸다고 말해요. 말을 하다 보면 지어내기도 하는데,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말을 꾸미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거짓으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어요. 지금은 인터뷰하는 분들이 허탈해하시더라도 특별한 거 하나 없다고 얘기해요.
ⓒ 솔직하게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하상욱
SNS시인으로 유명세를 얻기 전에 오랫동안 디자인분야에서 일하셨고, 시를 쓰는 일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잖아요.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고등학생 때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제 주변에 만화가를 꿈꿨던 친구들도 몇 명 있었고요. 그 중에서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문하생을 시작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의 삶과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건 못 하겠더라고요. 또 친구가 그림을 너무 잘 그렸어요. 이 친구보다도 잘 그릴 자신이 없어서 이러한 이유로 포기한 거죠. 그래서 그 친구보다 잘하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잔머리는 좋은 것 같아서 디자인이 괜찮겠다 싶었어요. 디자인하려고 마음먹으니 뒤늦게 대학에 가고 싶어져서 1년 재수를 하고 건국대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갔어요. 그렇게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역시나 저와 잘 맞더라고요. 그 중 광고 분야가 정말 잘 맞았고요.
ⓒ 하상욱이 만화가 꿈이었던 고등학생 때 그린 작업물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광고부터 UI 디자인까지 여러 분야를 거치셨다고 들었어요. 이 과정이 궁금해요.
제게 ‘병맛’이 있잖아요. 광고가 바로 이런 게 필요하거든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끔 재밌고, 멋있게 포장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제가 그런 게 있었죠. 그래서 광고 회사를 들어갔는데, 다녀보니까 못하겠더라고요. 광고 분야는 정말 그 분야에 빠져서 일해야 하거든요. 저는 무언가에 미쳐 사는 걸 싫어할뿐더러 여가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 다음 회사는 야근이 거의 없는 회사에 들어가서 편집디자인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 일은 편하고, 근무시간이 짧았지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서비스 기획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UI 디자인까지 여러 분야에서 일 해봤어요.
ⓒ 하상욱이 2009년도에 작업한 픽토그램(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이때 느낌 경험들이 ‘서울시’에 녹아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서울시의 50%가 직장이야기예요. 저는 서울을 상징하는 게 회사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서울시라는 제목이 더 상징성이 있는 거죠.
ⓒ 서울을 상징하는 것을 '회사원'이라고 꼽은 하상욱
독특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 것 같은데, 평소 주위 사람이 말하는 하상욱은 어떤가요?
‘무언가 될 것 같다’나 ‘사고를 치던지, 특이한 사람이 되든지, 유명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많이 들었어요. 특이하긴 했죠. 제 입으로 말하기엔 뭐하지만, 디자인도 되게 잘했어요. 누가 가장 잘하느냐고 물어보면 한두 명 안에 꼽히는 학생이었죠. (웃음) 나름의 디자인 유망주였어요. 디자이너는 말을 잘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쇼맨십이 필요하잖아요. 제가 그런 걸 잘해서 ‘될 것 같다’를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 10여년간 디자인 분야에서 일해온 하상욱의 작업물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 네이버 작업 3D 완성 영상 (동영상 출처 - 하상욱 트위터)
평소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에요. (웃음) 제 이름 검색해보면서 지내고 있어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많이 찾아보고요. 포털 검색사이트 다음(Daum)에 여자 친구가 가입된 유명한 카페에서 댓글과 이야기를 찾아보고요. 이런 얘기를 인터뷰에서 몇 번 했더니 댓글에 ‘보고 계신 가요?’ 하면서 글도 달렸더라고요. 답글을 달고 싶었지만, 여자 친구의 정체가 탄로 나기 때문에 참았어요. (웃음)
ⓒ 평소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본다는 것을 직접 SNS를 통해 인증한 사진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글을 쓰다 보니 모토가 정리가 되었어요. 그게 바로 ‘안 되면, 될 거 하라’ 에요. 제가 안 되면 될 거를 하고 있더라고요. 만화가에서 디자이너로 옮겼고, 광고 분야에 있다가 편집디자인으로 옮겨보고요. UI 디자인까지 한 거잖아요. ‘안 되면 되게 하라’의 패러디인데, 느낌은 정말 많이 다르죠.
ⓒ 하상욱의 모토 '안 되면 될 거 하라'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페이스북에 ‘박성광’, ‘ㅂㅅㄱ’이 금지어더라고요. 평소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나요?
박은영 아나운서랑 라디오를 하고 있는데, 저를 처음 보시고서 ‘박성광 씨가 안어벙 씨를 흉내를 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웃음) 많이 듣는 편이죠. 정말 닮긴 한 것 같아요.
ⓒ 하상욱이 평소 닮았다는 소리를 만이 듣는 다는 개그맨 박성광 (사진 출처 - 하상욱 트위터)
하상욱 씨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안 좋게 기억되느니 잊혀지는 게 나아요. 사실은 서울을 유쾌하게 잘 포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제가 만들어낸 글들이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기존에 없었던 포맷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서 자부심이 있어요. 또 시간이 지난 후, 단지 재미만 있는 게 아니고 그 안에 숨은 의미가 있었다고 재평가를 받고 싶어요. 얼마 전에 ‘서울시’ 평론 글을 봤는데, 정말 마음에 든 글이 있어서 제 페이스북에도 올렸어요. ‘나중에 자식이 태어나면 엄마가 27살 때 살았던 2013년도에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랬다고 보여줄 수 있는 글’이라 표현해 주셨더라고요.
ⓒ 기존에 없던 포맷을 만들었기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하상욱
마지막으로 큐비즘 매거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할게요.
‘서울시’를 사고 싶다는 분들은 많은데, 구매는 안 하세요. 좀 사달라고 하고 싶네요. (웃음) 전자책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이 있고, 사서 읽으면 더 재미있어요. 책이 많이 팔려서 판매 부수가 커졌으면 좋겠어요. ‘서울시’의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주는 요소라 생각하거든요. 또 다른 이야깃거리도 되는 거고요. 그래서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웃음)
첫댓글 ㅋㅋ 이분은 지루할수 있는 시에 잼있는 요소들을 넣어서 현대인들도 즐겨서 볼수있는 글귀 들을 써주시는분 같아요 ㅎ
학교로 가는길에 가끔 sns 에 올라오는 글귀 들을 보면 피식웃고는 합니다 ㅎ
웅섭아 안녕.
난 하상욱씨 글은 안봤지만 재미있을거 같네.
기회가 되면 보고 싶은 글일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