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노옥희(더불어숲 대표)
며칠 전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지역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작년과 올해 현대중공업 하청인원이 감소한 비율만큼 자영업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 같지만 그 비율이 똑같다는 자영업자의 얘기를 듣고 모두들 놀랐습니다. 앞으로 정규직의 인원감소를 비롯한 구조조정의 규모에 따라 자영업의 매출도 더 감소되겠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만 1만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결코 숫자에 불과한 일은 아니겠지요. 이 분들에게는 모두 가족이 있을테고 가족 중에도 특히 자녀들이 있을테지요. 1만명의 실직은 1만가정이 무너짐을 의미하는게 아닐까요?
돈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자본이 주인인 사회에서 몸뚱아리가 가진 게 전부인 노동자들의 실직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협받게 되는 상황입니다.
살아남은 분들도 언제 실직당할 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소비를 줄이고, 일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이 일하게 되겠지요. 그 결과는 자영업의 매출 감소와 노동자의 과로로 연결되어 가정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건강한 기운들이 생겨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처한 고통과 아픔이 너무 크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에 귀기울이고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왜 나의 고통과 아픔에 관심 기울여주지 않는지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태의 책임과 해법을 개인에게로 돌리면 답이 없습니다. 그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헌법에는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근로자의 고용증진, 적정임금 보장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국가에 당당하게 요구하고 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 빠지고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가면 그 결과는 뻔합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자리잡게 되겠지요. 그야말로 생지옥이 될 겁니다. 약자들이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 대해 공격하는 상황이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연대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이웃이 불행한데 나만, 우리 가족만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서 함께하는 것입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강자라고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대를 하자고만 하면 그 방법이 나올 것입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보내기에서부터 앞장서서 싸우는 분들에게 지지와 지원을 보내고 나아가 직접 나서는 것까지 각자 처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연대하는 것입니다. 이 연대를 통해 우리는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 한 곳이라도 아프면 행복할 수 없다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만 익숙한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