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물리학] 8. 적극적의미의 공
- 공은 상호작용하는 만물의 실상표현-
- 전체가 하나 이루며 제각각 역할달라-
입자와 입자 사이에 힘을 주고 받는 상호작용을 물리학자들은 수식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화인만 그래프(Feynman Graph)라는 그림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이 그래프를 그려보면 물리적 진공을 이루는 가상입자들과 우리의 경험세계에서 보는 입자들 모두가 또다른 가상입자들로 연결되어 색(色)이나 공(空)이나 구별없이 전체가 하나를 이룬다. 가상입자들이라 해서 보이는 입자와 다른 것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관측되지 않기에 그렇게 부를 뿐 보이는 입자나 보이지 않는 입자나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그러니 이 물질세계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말이 있다면 그것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이겠는데 존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모든 것이 환상이요 꿈이라는 뜻으로 이말을 해석한다. 색즉시공은 결코 그런 허무적인 뜻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전체가 하나를 이룬다는 뜻이다. 바로 연기설을 뜻한다.
진공이나 소립자를 떠나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만 생각하더라도 책상이 여기에 있고 벽이 저기에 있어 딱딱한 무엇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책상이나 벽을 이루는 물질의 입자들과 우리 몸의 입자들이 전자기적(電磁氣的)인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느끼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몸이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에 참여하지 않는 중성미자(中性微子, meutrino)라는 입자로 되어 있다면 우리몸은 만리장성이라도 텅빈 공간처럼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만리장성이 문제가 아니라 지구와 태양사이를 납으로 채워 놓더라도 우리몸은 텅빈 공간을 통과하듯 그것을 뚫고 나갈 것이다. 물론 중성미자도 약력(weak interaction)과 중력(重力)을 통해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니 전체와 연결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색즉시공은 환경보호를 뜻하기도 한다.
바다에 사는 산호는 값싼 보석으로나 소용될까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큰 관계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알고보면 우리가 살 수 있도록 공기중에서 탄산가스를 제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상에 원시생물들만 살던 수십억년전의 지구대기중에는 탄산가스가 너무 많아 고등생물이 살 수 없었다.
이 지상에서 탄산가스를 제거하여 사람이 살수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산호다. 공기 중의 탄산가스와 바다속의 칼슘을 결합하여 석회석을 만든 것이 바로 산호고 이 석회석은 시멘트의 원료이니 산호와 사람의 삶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산호뿐 아니라 독사나 지네 거미 파리는 물론 박테리아 마저도 다 저마다 맡은 바 역할이 있어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색즉시공은 이것을 가리키는 적극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 중에는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니 모든 것이 꿈에 불과한 허무적인 뜻으로 색즉시공을 해석하기도 한다. 전체를 하나로 꿰뚫어 보는 반야지가 없으니 그런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는 없으나 분별지로써도 물리학은 전체가 하나임을 설명할 수 있으니 색즉시공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당부하고자 한다.
달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가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연기설을 주장하느냐고 누군가가 불교를 공격했지만 이것은 머리털이 하나 빠진다고해서 무슨 큰일이냐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씩 둘씩 빠지면 분명히 대머리가 되니 머리세포를 건강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물(微物)이건 무생물이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어찌 함부로 생명있는 것을 죽일 수 있겠으며 생명없는 것이라고 해서 어찌 함부로 파괴할 수 있겠는가? 불교적 윤리의 핵심을 이루는 자비 보시는 바로 전체가 더불어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색즉시공의 공사상(空思想)을 깨달으면 저절로 우러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공(空), 이것은 모든 것의 실상을 표현하는 말이며 적극적인 윤리를 가르치는 말이다.
김성구 <이화여대 교수.물리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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