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줄+12의 단상 <8>
히말리아시다의 목걸이
미르
가까운 거리라 차를 두고 집을 나섰다. 만보계를 차고 다닌 후로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건널목을 건너 골목길을 돌아서려는데 평소 보이지 않던 알루미늄 가드레일이 여느 집 담벼락을 따라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이 좁은 길에 생뚱맞게 서 있는 시설물의 용도를 살피다 보니 늘 보아오던 히말리아시다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손길로 예쁘게 다듬어진 나무라 오며 가며 애정을 듬뿍 실어 보던 나무였다. 그런데 뭔가 쓰여있는 표지판이 목걸이처럼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읽어보니 동래구청에서 알리는 일종의 행정명령 같은 것이었다. 기실 내용은 이러했다. ‘이 나무가 통행에 불편을 주니 언제까지 나무를 옮기든지 아니면 베라고 알리는 통지였다.’ 그리고 ‘이행되지 않으면 행정 대집행으로 강제 벌목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절차와 문구로 봐서는 법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형식이고 내용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전화기를 꺼냈다. 두 번을 돌아 담당자라고 하는 분이 전화를 받았다.
“아니 이곳 현장을 나와 보기나 한 건가요?” 현장 상황을 잘 모른다는 담당자의 탁상공론 행정을 먼저 탓했다. 그리고 보행자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가드레일이 오히려 방해물이 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이 골목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걸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므로 이 가드레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잘 관리된 나무를 없애는 것 또한 주민들의 공분만 살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사실 그랬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설물이 단 한 번도 설치된 적이 없었다. 모퉁이를 돌면 바로 이어지는 파출소 앞 도로에도 향나무 수 그루가 심겨 있다. 더군다나 우리 마을 길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가로수를 가꾸어 온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길이 만들어져 있다. 다행히 말귀를 알아듣는 공무원이었다. 현장을 다시 확인하고 민원을 참고해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히말라야시다는 아직 그 자리 그대로다. 목걸이를 걸어 주려면 제대로 된 순금 20돈 정도는 걸어 줘야지! 덕분에 나무를 향한 정만 오히려 듬뿍 커졌다.
첫댓글 "히말리아시다의 목걸이"에 외국이 아니고 동래구청이라는 우리나라이네요
미르님 좋은 일 하였습니다.
히말리아시다 나무의 친구가 되었네요.
친구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십여년 전 우리집 울타리 나무들 생각이 나네요.
인도 설치로 보상을 해 줄테니 나무를 옮겨심으라는 공문을 받고, 돈 안 받을테니 나무를 살려달라는 탄원서를 쓴 적이 있지요. 일단 한 번 현장 나와보시고 도로 반대편으로 1미터 정도 공간이 있는데 도로를 그리 틀면 수십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는데 돌틈에 심겨진 나무를 어찌 뽑아 살리냐고 했지요. 군청에서 실사를 나와보고 제 뜻대로 도로를 반대편으로 밀어서 가로수를 모두 살려내었습니다. 그 나무들이 지금 봄이오면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으로 산책하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지요. 지금은 단풍으로 눈길을 끄네요.
(나는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현장에 한 번 나와서 보면 우를 범하지 않을텐데.....)
정말 행동하는 시민이네요. 존경합니다.
미르님 좋은 일 하셨네요..
엄지척^^
역시 멋진 미르님!
해야 할 일, 할 일을 하십니다~^^
다행히 큰 소리 없이 잘 해결되어 히말리아시다는 지나다니는 모든 이들에게 눈을 즐겁게 하겠네요~
의로운 시민 상으로 순금 20돈 목걸이를 미르님 목에 걸어 주어야 겠네요.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