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아스라한 기암절벽 위에 핀 연꽃 '산청 정취암'
천상계가 혹시 이런 곳일까? 높은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야가 확 트인다. 적막과 고요를 더해 꼭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다.
날카로운 절벽에 자리한 온화한 사찰이라 ‘절벽 위에 핀 연꽃’으로 불리는 산청 정취암(浄趣庵)은 사찰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볼거리다.
아찔한 절벽 위 산천을 품은 사찰
구불구불한 산속 소나무 숲을 헤치고 주변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금세 고즈넉한 사찰 정취암을 만날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사찰, 자칫 잘못하면 금방이라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높은 곳에서 아래 세계를 내려다보는 시원함, 적막과 고요 속에 온갖 번뇌를 잊고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 든다.
산청군 신등면 대성산(大聖山·593m) 절벽에 자리한 정취암은 산청 9경 중 하나로, 상서로운 기운이 가히 금강에 버금간다고 해 예부터 소금강(小金剛)이라 일컬었다. 신라 신문왕 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전통 사찰 제83호로 지정됐다.
겹겹이 이어지는 능선의 환상적인 선율
기암절벽에서 풍경을 내려다보기 위해 사찰 뒤안길로 5분 정도를 더 올랐다. 너럭바위 끝에 서자 그제야 기다렸던 산천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너럭바위 위 돌탑과 고사목은 멀리 보이는 산 능선들과 어우러져 깊은 정취를 더한다.
눈앞 반경 180도가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러 개의 산 능선이 차곡차곡 모여 선율을 만들어낸다.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없을 만큼 겹친 산 능선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정취암으로 올라온 길을 뒤 돌아본다. 한 마리 뱀이 산을 휘감아 올라오는 듯, 지리산 오도재를 연상케 한다.
탁 트인 시원함을 느끼고 나면 적막함과 고요함이 한없이 밀려온다. 소리 없는 산세의 외로움과 쓸쓸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빠져들게 한다. 산 능선에 둘러싸여 한참을 너럭바위에 앉아 있다 보면 한없이 초라해졌던 나의 존재감이 오히려 부각되는 듯 기운이 솟는다.
1300년 세월 품은 정취암
정취암은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신라 신문왕 6년인 687년에 동해에서 아미타불이 솟아올라 두 줄기 서광이 비치더니 한 줄기는 금강산을 비추고 또 한 줄기는 대성산을 비췄다. 이때 의상대사가 두 줄기 서광을 좇아 금강산에는 원통암(圓通庵)을 세우고 대성산에는 정취사(淨趣寺)를 창건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지금껏 전해 내려온다. 고려 공민왕 때 중수하고 조선 효종 때 소실됐다가 봉성당 치헌선사가 중건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243호 산신탱화가 봉안돼 있고, 부부 금슬을 좋게 하고 귀한 자손을 보게 하는 쌍거북 바위가 영험함을 지니고 있다. 원통보전에 모셔진 목조 관음보살 좌상, 석조산신상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