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0장을 보면 옥상에서 기도를 올리는 베드로 사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드로는 무아지경 속에서 온갖 네발 가진 짐승과 땅을 기어다니는 짐승과 하늘의 날짐승이 들어 있는 보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영상을 봅니다. 그리고 보자기 속의 음식을 먹으라는 하늘의 음성에 깜짝 놀라며 절대로 안 된다는 대답을 합니다. 왜 베드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일까요?
레위기에 나오는 정결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유다인들은 먹어도 되는 음식(코쉐르, kosher)과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고기의 경우 소나 양, 염소처럼 되새김질을 하고 발굽이 있는 동물은 먹어도 되지만 말·낙타같이 되새김질은 하지만 굽이 갈라지지 않은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돼지는 발굽이 갈라졌지만 되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먹을 수 없었습니다. 어류의 경우에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비늘이 없는 상어나 미꾸라지 등은 먹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오징어·낙지도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어류이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에 속했습니다. 조류는 대부분의 가금류는 먹어도 되는 음식이었지만 야생조류와 육식을 하는 새는 먹으면 안 되었습니다.
또한 레위 17장 1112절(“생물의 목숨은 그 피에 있다. …`너희는 아무도 피를 먹지 말라”)의 말씀에 따라 고기에서 피를 완전히 뺀 다음에 먹어야 했습니다. 피를 빼기 위해서 소금을 사용하였으며, 소금을 먹으면 안 되는 환자를 위해서는 고기를 불에 구워서 피를 제거하였습니다. 고기는 찌거나 구워서 또는 말려서 먹었지만 양고기나 쇠고기를 우유에 넣고 요리해 먹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출애 23장 19절의 말씀(“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아도 안 된다”)에 따른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자가 아니고서야 축제 때를 제외하고는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없었습니다. 호숫가에 사는 주민들은 가끔 생선을 먹었지만 물고기가 날 만한 강이 적었기 때문에 그 역시 일반적인 음식물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유다인들의 주식은 빵이었습니다. 빵을 만들려면 먼저 곡식을 갈아야 했기 때문에 집집마다 절구가 있었습니다. 절구 외에 곡식을 더 곱게 빻는 도구로 맷돌이 있었는데 모양은 우리나라 맷돌과 거의 비슷하였습니다. 크기가 큰 것은 두 사람이 마주앉아 갈았습니다. 가루를 미리 빻아놓지 않기 때문에 하루 종일 절구질 소리와 맷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레미야서를 보면 유다인들이 바빌론으로 유배를 떠나게 되리라는 뜻으로 “기뻐서 노래하며 흥겹게 노는 소리도`… 맷돌질 소리도 더이상 나지 않으리라”는 예언이 나옵니다. 바로 맷돌 소리는 번영의 소리이며, 이 소리가 나지 않음은 멸망으로 향하는 징조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맷돌은 이와 같이 매일 쓰는 도구였으므로 유다인들은 이것을 저당잡는 것을 금하였습니다. 신명기에 이에 대한 규정이 나옵니다. “맷돌은커녕 맷돌 위짝도 저당잡힐 수 없다. 그것은 남의 목숨을 저당잡는 일이다.”
이렇게 만든 곡식가루에 물이나 우유를 넣고 반죽을 했는데 누룩을 넣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은 금방 만들어 내올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브라함이 천사에게 대접했다는 빵은 누룩을 넣지 않고 구운 빵일 것입니다. 이 반죽을 평평한 돌 위에 얇게 펴서 화덕에 구워 먹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는 밀로 만든 빵을 먹었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보리로 만든 빵을 먹었습니다. 예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실 때 한 어린아이가 내민 빵은 보리빵이었습니다.(요한 6,`9) 메뚜기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메뚜기는 튀기거나 삶거나 구워서 먹고 가루를 내어 과자로 만들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메뚜기를 먹었다는 것은 가난한 생활을 했다는 뜻입니다.
그 외에 여러 채소가 상 위에 올라왔습니다. 양파·콩·부추·대추야자·오이·호박·마늘 등의 채소가 있었으며, 과일로는 석류·포도·대추야자·무화과 그리고 여러 종류의 견과류가 있었습니다. 특히 올리브는 빠짐없이 상에 올랐습니다. 올리브는 그냥 먹기도 하고 소금에 절여 먹기도 하였는데, 대부분의 유다인들이 아침식사로 빵과 올리브만을 조금 먹을 뿐이었습니다. 각종 채소와 곡물을 넣어 끓인 수프와 빵을 먹는 것은 주된 식사인 저녁식사 때였습니다.
올리브는 음식으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숱하게 쓰였습니다. 10월경 올리브 열매가 익으면 막대기로 가지를 두드려서 열매를 털어 농장 안에 있는 압착기로 으깨고, 그 으깬 것을 다시 짜서 올리브 기름을 추출하였습니다. 짜낸 올리브 기름은 항아리에 넣어 서늘한 곳에 보관하였습니다. 이 올리브 기름은 식용으로는 물론 등잔불을 켜는 데 쓰기도 하였고, 피부에 바르거나 머리에 바르는 화장품으로 쓰기도 하였으며, 장례용으로 죽은 사람에게 바르기도 하였습니다. 또 상처난 사람에게 올리브 기름을 발라주기도 하였습니다. 루가복음 10장 34절을 보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던 사람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에 나오는 기름이 바로 올리브 기름입니다. 처음 짜낸 깨끗한 기름은 최상의 품질이므로 성전의 등잔불을 밝히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또 올리브 기름은 사제와 예언자, 왕을 성별할 때 쓰기도 하였습니다. 특별한 직분을 수행하기 위해 ‘따로 떼어놓은 사람들’에게 기름을 발라주는 예식은 이들이 하느님께 봉헌되었음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음료수는 주로 우유와 포도주였습니다. 소와 양의 젖이 음료로 사용되었고, 포도는 과즙으로 또는 발효시켜 포도주로 먹었습니다. 우유나 포도주는 얕은 컵에 따라 마셨습니다. 포도 수확은 7월부터 시작하여 9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때는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포도밭에서 살다시피 하였습니다. 수확한 포도는 바위를 깎아 만든 커다란 확에 넣고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발로 밟아 포도즙을 짜냈습니다. 포도즙이 옆에 뚫린 구멍을 통하여 아래쪽 확에 모이면 발효되도록 6주 정도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 그 다음 항아리에 붓고 잘 봉인하여 두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포도주는 유다인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였습니다. 특히 과월절 예식에서 포도주 잔을 드는 것은 출애굽 사건을 통해 당신 백성을 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행위였습니다. 또 매주 행하는 안식일 예식 때도 가장이 포도주 잔을 들며 축복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식사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 유다인들의 습관이었는데 이것은 청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마르 7장 34절에서 보는 것처럼 종교적인 의미가 더 컸습니다. 신앙심 깊은 유다인들은 아침에 자리에 일어나서, 잠자기 전, 매식사 전후 그리고 매일 바치는 세 번의 일상기도 전에 반드시 손을 씻는 정결례를 행하였다고 합니다. ●
[시청각통신성서교육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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