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형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종형(從形)」이란 특징상 지명에 남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충남과 충북은 남과 북이 아닌 동과 서로 나뉘어있어 동도(東道) 서도(西道)로 구분해야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굳이 남도(南道)와 북도(北道)로 구분하고 있다.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구분하는 호칭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조선조 시대는 모르겠지만, 일제시대에는 남선(南鮮)과 북선(北鮮)이 사용되었다.
남부 조선과 북부 조선의 약칭. 당시는 DMZ 같은 민감한 정치적 의미가 없는 순수한 구분의 목적이기 때문에
딱 부러진 경계선도 없었다.
자연스러운 남북 경계선에 험악한 요소가 개입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미국과 소련이 「지들 멋대로」
직선으로 그은 3.8선이 생기면서부터였다. 이때부터 나온 말이 「남조선」과 「북조선」.
이전에 사용하던 남선 북선 대신 왜 남조선 북조선으로 바뀌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
1948년 7월 17일 제헌국회에서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제정되기 전까지 「남한」 「한국」 등의 호칭은 존재하지 않았다. 1948년 런던에서 개최된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한국의 공식 명칭은 「조선올림픽위원회(KOC)」였고,
그 후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조선 대신 대한으로 개칭되었다. 미 군정 당국도 공식적으로 「남조선」을 사용했다.
1948년을 기점으로 남조선은 대한민국으로, 북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명으로 바뀌었다.
한반도 남북에 2개의 국명이 출현했고, 이때부터 서로의 국명 대신 상대를 「괴뢰도당」으로 호칭했다.
또한 남한은 「조선」을, 북한은 「한국」을 금기어화(禁忌語化)했다.
70년대까지 북한에 대한 호칭은 「북괴(北傀)」가 일반적이고, 괴뢰도당, 북한 등이 함께 사용되었다. 괴뢰가 포함되지 않은「북한」을 사용해도 잠재적 용공분자로 의심할 정도였다. 하물며 남조선, 북조선이란 호칭을 사용했다간 간첩 피의자로
잡혀갈 수도 있고, 북한의 정식 국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입에 담았다간 즉각 「남산」에 끌려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1987년 6공 체제가 시작되면서 「반공」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고, 「북괴(北傀)」는 사어(私語) 내지 금기어가 되고 말았다. 유명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북한을 북괴로 호칭했다간 붉으죽죽한 성향의 집단으로부터, 옛날 남산에 끌려갔을 때와 유사한 수주의 정신적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좌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란 호칭 자체를 기피하는 것 같다.
「좌통령(左統領」이란 호칭이 어울릴 정도로 노골적인 좌편향 행보를 취했던 자가 평양에 가서 대한민국 대통령 대신
「남측 대통령」으로 스스로를 격하시켰다. 그 시기 광복절 행사에서는 대한민국으로 표기해야 할 곳에 「우리나라」로
표기하기도 했다.
북한을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의 북한과 관련된 「시건방성 언행」은 주지(周知)의 사실이고, 「반공의 최후 보루」쯤으로 생각하는 보훈부 장관이 한술 더 떠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인민공화국」으로 호칭했다. 헌법 조항을 따진다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누구 말마따나 막 나가자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보훈부 장관의 「인민공화국」이 북한을 지칭한 건지, 해방 공간에서의 인공(人共)을 지칭한 건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스스로를 「인민공화국」으로 호칭하지 않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장문의 풀네임보다 「공화국」이나 「우리 조선」을 주로 사용한다. 「인민공화국」은 1945년 9월 기존의 건국준비위원회가 해체되고 「조선인민공화국」으로 개칭되면서 나온 말로, 인공(人共)이란 약칭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보훈부 장관의 「인민공화국」 발언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고 주장했던 「극좌자(極左者)」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의심은, 그의 적절한 해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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