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 훨씬 더 지난 일이지만, 직장을 정리하고 은퇴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자동차를 없애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으로 움직일 때는 늘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어쩌다
필요한 경우에는
아들 차를 잠깐 쓸 생각이었지만 사실은 그것도 거의 쓴 적이 없었지요.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에는 자동차가 꼭 있어야 할 일이 처음으로
생기더군요.
아들은 직장 따라 지방으로 이사 가버렸고, 택시를 부르자니 비용도
비용이지만
가서 물건 싣고 기다리고 내리고 오가는 일이 무척이나 번거로울 것 같더군요.
이래저래 걱정을 하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카쉐어링을 보고는
검색을 합니다.
쏘카(SO Car)와 그린카(Green
Car)가 인터넷에 떠 있어서,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예약에 들어가려는데 아뿔싸,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에서 딱 막히더군요.
사실은 자동차만 없애버린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도 모조리 없애버렸거든요.
하는 수 없이 은행으로 가서 쓰지도 않을 체크카드 한 장 발급받아 와서는 다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전기자동차 카쉐어링이 눈에
뜨이더군요.
“그래, 기왕이면 새로운 추세로 떠 오르는 전기 자동차를 한 번 써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씨티카(http://www.citycar.co.kr/)에 접속을 합니다.
인터넷에서 회원가입과 결제카드 확인 및 예약을 하고는, 사용방법을
몇 번이나
자세히 훑어보며 숙지한 후에 잠실역 지하 환승 주차장으로 갑니다.
지하 환승 주차장의 씨티카 지정석에는, 미리 예약한 SM3 ZE만 달랑 서 있을 뿐
무인운영이어서 그런지 주변에 따로 도와줄 사람이 있지는 않더군요.
충전기를 분리하여 제 자리에 걸어두고, 운전석에 앉아 『Start』버튼을 누르자
진동도 소리도 없이, 차량이 정상 운행 가능하다는 안내만 나옵니다.
그리고는, 조용하기만 한 전기자동차로 3시간에 걸쳐 여기저기 돌아다녔답니다.
다 쓰고 나서, 주행한 거리를 기름 값과 전기요금으로 환산해
보니, 기름차보다
거의 8분의 1 내지는 9분의 1 수준의 비용이 들어 무척이나 저렴합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싸고 가속성능 좋고 다 좋은데, 문제는 충전시간이더군요.
SM3 ZE의 충전시간은
완속 충전으로 할 때 6시간, 급속 충전으로 해도 30분이나
걸리니, 기름 자동차의 주유시간 2~3분에 비하면 너무 긴 시간입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 앞으로 한 번 충전에 500Km 정도의
주행이 가능하다 하고
무엇보다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이 활성화 된다니 점점 더 편리해지겠지요.
스왑 스테이션이란, 내가 배터리 한 개만 구입하여 스왑 시스템에
가입해 두면,
충전소에서 1 분 이내에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해 주는
제도랍니다.
지금의 기름 차 주유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편리한 제도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앞으로 도시의 모든 차량이 전기 차로 바뀔 때쯤이면
지금보다 휠씬 더
깨끗한 환경에 자동차 소음도 없는 조용한 도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자주 쓰지도 않을 자동차를
세금 내가며 굳이
집에 모셔둘 필요 없이, 필요할 때 잠깐 빌려 쓰는 제도가 마음에
들더군요.
걱정을 오히려 즐거운 하루로 만들어주신, 전기자동차 씨티카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