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고록 4막21장 (4부)
"포그니"
얼핏 들으면 현대자동차 제품인 "포니"가 연상케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포그니"는 종로1가 YMCA 뒷골목길에 위치한 돈까스와 맥주를 파는 레스토랑이였다.
종로대로상에서는 보이질 않고 YMCA건물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 바로 옆 우측 골목길로 10m를 가면 보게 되는 레스토랑이였다.
규모는 20평내외의 소규모 레스토랑이였고 DJ실을 별도로 둔 음악감상실도 병행하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단촐하였고 종로는 오가는 아베크족이나 재수생들이 가끔마다 회포는 푸는 단촐한 식당이였다.
포그니는 집안의 고종사촌 누님이 하는 레스토랑이였다.
재수에 참패한 나로서는 물만난 고기처럼 그곳에 가끔마다 방문하였다.
그럴시면 고종사촌 누님은
"기붕아
네가 한번 DJ 봐라.
너 대중음악 많이 알잖아?"
나는 뜻밖의 제안에 어리둥절하였다.
그당시 나는 장발머리에 노량진역에서 장발단속에 걸려 머리를 잘릴뻔 한적도 있었다.(이것은 엄연한 실화임.)
어물정거리다 나는
"그래요"
하고 나는 긴머리를 짤랑거리며 답하고 만것이다.
DJ는 덕담도 하고 사연글도 읽어주고 신청곡도 정리하는 바쁜 소임을 다하여야 하건만 나는 그저 DJ박스안에서 레코드판(LP판)을 찾아 음악을 틀어주어 분위기만 형성하면 되는것이었다.
으잉.
그런데 DJ실에 앉은 나는 소스라 치고 말았다.
생전 처음보는 판들이 빼곡이 꽂혀 있으니 어디부터 음악을 틀어야 할지 난감하였다.
내가 집에서 듣던 팝송이 한정적이다보니 수백개의 레코드판(LP판)을 뒤치닥거리다 나는 무작위로 레코드판을 집어들고 음악을 틀기 시작하였다.
제목은 영어로 돼있으나 손님들은 자기들만의 대화에 신경쓰느라 음악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행이였다.
전문 음악실이 아니다 보니(그당시 종로에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틀어주는 커피숖이 몇군데 있었다.
그곳은 커피숍이기보다는 음악 신청곡을 받아주는
음악감상실 개념이 더욱 많았다.
나도 종종 친구들과 커피숍에 가서 신청곡 2곡을 신청하고 한곡은 필히 듣고오는 것이 관례였던 시기였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현재의 커피숍에서는 음악신청곡을 받아주는곳도 없고 따스한 음악은 사라진채 휘황찬란한 조명이 받혀주는 푹신한 쇼파에 앉아 빵과 커피만 마셔대는 먹자판 커피숍으로 변질된것이다.
음악이 사라진 레스토랑
음악이 없어진 커피숍
DJ가 실업자 천국이 된 세상.
나는 포그니에서 세상을 배우게 되였다.
음악을 다루는 것은 어느누구의 정성어린 산물을 물동이에 이고 가듯 조심스러워야 하였고
모든이들이 꿈꾸는 조그마한 속삭임이 크게 들리게 마이크를 잡고 대변해주는 대변인이 되여야 하였다.
DJ
아닌
DJ가 되여 음악을 틀어주던 나는
한갓
보잘것 없는 구름이였거늘 ...
지금 생각해보니
한평남짓 DJ실은 나에게
태평양같은 큰 공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