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날씨] 싸락우박
싸락눈에서 생긴 지름 2~5㎜ 얼음 알갱이… 땅에 떨어져도 피해 작아요
입력 : 2024.04.25 03:30 조선일보
싸락우박
▲ 땅에 떨어진 싸락우박. /세계기상기구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충북 청주 등 지역에서 새벽부터 낮 사이에 '싸락우박'이 떨어졌다고 해요. '싸락우박'은 어떤 우박일까요? 우박들이 한곳에 모여 얘기하는 걸 들어보세요.
크기가 아주 큰 한 우박이 말해요. "우리 힘은 엄청나. 크기가 작은 우박은 농작물을 망가뜨리고, 중간 크기 우박은 비닐하우스를 무너뜨리지. 큰 우박은 소·말 등 가축과 사람도 죽일 수 있어." 그러자 다들 손뼉을 치고 환호합니다. 그때 구석에 앉아있는 조그만 얼음 알갱이가 말합니다. "저도 우박이에요. 싸락우박요." 그러자 다른 우박들이 큰 소리를 냅니다. "넌 크기도 너무 작고 만들어진 과정도 우리랑 달라!" "힘도 없어 보이는데, 너도 우박이라고?" 정말 싸락우박은 우박으로 볼 수 없을까요?
우선 우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볼게요. 우박은 적란운에서 떨어지는 지름 5㎜~10㎝ 정도의 얼음덩어리예요. 적란운은 수직으로 발달한 커다란 구름인데요. 높이에 따라 물방울, 과냉각 물방울(영하에도 얼지 않고 액체로 존재하는 물방울), 빙정(氷晶·얼음 결정)이 분포돼 있죠. 높은 곳에 있는 빙정이 중력에 의해 땅으로 떨어지면서 과냉각 물방울층을 지나는데 이때 물방울들이 빙정에 달라붙어서 얼어요. 그런데 적란운은 상승기류가 무척 강한 구름이라서 내려가던 빙정이 상승기류를 만나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올라갈 때도 과냉각 물방울들이 추가로 달라붙어서 빙정은 크기가 계속 커지죠. 이렇게 오르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빙정은 자꾸 무거워지고, 너무 무거워지면 결국 땅으로 떨어져요. 이게 우박입니다. 우박은 대기가 불안정할수록 크기가 커요. 대기가 불안정하면 상승기류가 강하고, 그러면 빙정이 오르내리는 과정을 더 많이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죠.
'싸락우박'은 이름은 우박이지만 실제 우박으로 보기 힘들어요. 우박과 만들어지는 과정이 달라요. 싸락우박은 떨어지는 싸락눈에 과냉각 물방울들이 얼어붙은 거예요. 또 싸락눈이 녹았다가 얼면서 얇은 얼음이 되어서 떨어지기도 해요. 우박은 '빙정'에서 만들어지지만, 싸락우박은 '싸락눈'에서 만들어지는 거죠. 또 우박은 적란운에서만 만들어지지만, 싸락우박은 적란운뿐 아니라 둥글둥글하게 덩어리진 고적운에서도 만들어져요. 싸락우박은 지름이 2~5㎜인 얼음 알갱이로, 크기가 작아서 땅에 떨어져도 피해가 크지 않답니다.
우박들 모임에서 우박들이 싸락우박을 보고 왜 우박이 아니라고 말했는지 이제 알겠나요? 우박과 싸락우박은 출생 배경도 다르고, 형성되는 과정도 다르답니다.
우박과 싸락우박은 공통점도 하나 있어요. 둘 다 봄이나 가을에 주로 내린다는 겁니다. 겨울에는 대기 중의 수증기 함량이 적고 구름층이 빙정으로만 되어 있어 빙정이 우박으로 성장하지 못해요. 여름에는 기온이 높다 보니 빙정이 떨어지는 도중에 녹는 경우가 많아 우박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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