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吉冶隱(증길야은) 야은 길재에게 드리며
-조승숙(趙承肅)
負山臨水卜閑居 부산임수복한거
月夕烟朝興有餘 월석연조흥유여
京洛故人如問我 경락고인여문아
竹林深處臥看書 죽림심처와간서
산을 등지고 물을 굽어보는 한가로운 거처를 택했으니
달 밝은 저녁과 안개 낀 아침에 흥취가 넉넉하리
서울의 옛 친구들이 어떠냐고 나에게 물으면
대숲 깊은 곳에 누워 책을 본다 하리라.
閑居(한거): 한가롭게 살다, 은거하다 月夕(월석): 달 밝은 저녁
烟朝(연조): 안개 낀 아침京洛(경락): 서울(당시 개경)
故人(고인): 옛 친구如問我(여문아): 만약 나에게 물으면
고려 말의 문신 조승숙이 은거하고 있는 길재에게 보낸 시다. 길재는 고려가 망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선산에 은거하며 학문에 전념했다. 조승숙은 그러한 길재의 한가롭고 풍류로운 삶을 부러워하며, 혹시 서울의 옛 친구들이 길재의 안부를 묻거든 대숲 속에서 책을 읽으며 지낸다고 전해리라고 한다.
이는 길재의 은둔 생활을 존경하고 그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덕곡의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조승숙(趙承肅, 1357~1417)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 자: 경부(敬夫). 호: 덕곡(德谷). 시호: 문경(文敬). 고려 우왕 때 문과에 급제하여 원나라에 가서 저작랑을 지내고 귀국했다. 1391년 부여감무를 지내다가 1392년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 후진 양성에만 전념하여 많은 영재를 배출했다. 1701년 도곡서원에 배향되고, 문집에는 《덕곡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