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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없이 오늘도 무척 덥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염과 동시에 에어컨부터 켠다.
창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아도 더워 보이고
산아래 마을을 바라 보노라니 찌는 듯이 더워 보인다.
그 더위가 무서워 오늘도
느즈막하게 집을 나섰다.
몸이 워낙 게으른 탓에 집밖을 나서지 않으면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맨손체조 외에는 집안에서 하는 운동은 없다.
가끔 가벼운 아령이나 손완력기 정도만 만지작거리는 정도다.
그래서 집은 매일 나서야 한다.
그것도 겯기운동을 핑게삼아 하는 산책 정도다.
대신 하루 두 시간 정도 걷기는 기본이다.
말이 두 시간 걷는 것이지
이 또한 거북이 걸음이다.
걷는 장소도 오늘처럼 더운날에는 대부분 자갈치역에서 중앙동 역까지 이어지는
지하상가를 걷는 일이다.
지하상가이기에 여름에는 에어컨이 잘 나오고 겨울에는 난방도 빵빵하게 잘 된다.
그래도 절반 이상은 육상을 걷는다.
송도해수욕장까지 걷거나 구덕운동장을 넘어 대신운동장까지 걷는다.
걷다가 오늘처럼 더운날엔 물밀면이나 물냉면을 먹는다.
원래는 더운 여름에도 차가운 물냉면을 잘 먹지 않는데
올해는 벌써 몇 번째를 먹었는 지 모르겠다.
일기예보대로 올 여름이 덥긴 무척 더운 모양이다.
식사를 한 후에는
역시 커피 한 잔이 제일 이다.
그것도 숲이 보이는 공원 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라떼가 최고다.
오늘 저녁에 찾은 바다는
송도 해수욕장이다.
집에서 찾아 가기에는 제일 만만 하다.
걸어서 반 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그 것도 절반은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의외다.
걸어 오면서 길에서 느끼던 시원함이 온데 간데 없어 졌다.
길거리보다 바다가 더 덥다.
오다가 바람이 다 죽어 버렸나 보다.
그래도 바다에 오니 좋다.
덥든 지 말든 지.
바다를 걷는 수많은 사람을 보니 더욱 좋다.
이처럼 사람많은 것이 좋고
사람이 그리운 것이 좋으니
어쩔 수 없이 나도 사람이나 보다.
사람을 그리워 하는 사람.
오늘 그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함께 바다도 바라보고
산책도 하면 참 좋을 텐데.
아쉽다.
나도 맨발로 바닷가 모래밭을 걸어보고 싶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모르까
혼자서는 서먹 하다.
부산의 야경은 어디 든 아름답다.
모든 해수욕장이 그렇고
모든 거리가 그렇다.
어디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대도시.
자연도 그렇고 생활환경도 그렇다.
한 발만 내 딛으면 바다요, 산이요, 강이고, 호수(저수지)다.
또 한 팔만 내 밀면 병원이요, 시장이요, 화려한 도시 불빛 이다.
이 도시에 사는 것이 즐겁고 자랑스럽다.
가끔씩 온바다를 품에 싸감고 있는 안개도 좋다.
떄로는 종일 이런 안개 속에 파묻히고 싶을 때도 많다.
어쩌면 아직도 내 삶의 앞날은 이 안개와 전혀 다를 바 없다.
모르겠다.
그냥 차나 마시고 말자.
그나저나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