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의 약속/정동윤
남산의 갤러리에서
'아프로디테의 약속'이라는 그림을 보고
이런 줄거리가 떠올랐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단장하며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일 중독에 빠진 대장장이의 신인
남편 헤파이스토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곧장
전쟁의 신 아레스를 불러
사랑을 나누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늘 위 동에서 서로 달리며
태양 마차를 끌고 있는 아폴론이
이 불륜 모습을 본 뒤에
헤파이스토스에게 귀띔하여 주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불륜을 몰래 확인하고
며칠 동안 대장간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며칠 후 헤파이스토스는 침실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설치하고
출근하는 척하며 집 근처 숲에서
집안을 지켜보았다
훤하고 잘 생긴 아레스가 날아와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아프로디테의 침실로 뛰어들었다
조금 뒤 살갗을 스치는 이상한 느낌,
두 신은 그물에 갇혀 공중에 매달렸다
방문이 활짝 열리고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와 헤르메스 포세이돈 등의
올림포스 신들과 함께 나타났다
미의 여신과 전쟁의 신은
몸 둘 바를 모르고...
이 광경을 지켜본 어느 남신은
아프로디테와 함께 자신도 벌거벗고
그물에 갇히고 싶다며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첫댓글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이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나타내어 근사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