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어버린 섬, 영종도
영종도는 인천 국제공항이 자리하기 전에는 인천 연안 부두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완전한 섬이었다. 공항이 영종도에 자리하면서 영종대교가 건설되었고 그후 섬이라기보다 육지에 가까운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다리가 놓인 후 이곳은 오히려 한가한 섬이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공항과 영종도를 통과해 갈 수 있는 용유도, 무의도 등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정작 영종도는 ‘인천공항’이라는 이름에 묻혀버린 것이다. 번쩍이는 인천공항과는 대조적인 공간 영종도의 아름다움을 찾아 여행을 떠나자.
영종도를 만나는 두 가지 방법
영종도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흔히 알고 있는 방법으로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가는 길이 있다. 공항 고속도로를 선택했다면 고속도로 변에 있는 영종대교 기념관에 잠시 들러보자. 우리나라 교량건축사에 길이 남을 만한 영종대교의 건축 기법을 자세히 소개해놓은 공간이다. 또 이곳에서는 서해안의 드넓은 뻘밭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바다인지 갯벌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드넓다. 반짝이는 갯벌 위로 듬성듬성 작은 섬들이 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이곳을 나서면 영종대교 하단 다리로 이어진다. 2층으로 지어진 다리 구조가 재미있다. 영종대교를 건너 조금 더 달리면 신불 나들목이 나온다. 이곳이 영종도로 가는 출구이다. 고속도로를 내려서 용유·무의도 방향으로 달리면 영종도로 들어서는 것. 두 번째는 배를 타고 건너는 것.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의 구읍뱃터로 자동차를 싣고 건너가는 방법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보다 섬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좋고 영종도를 더 쉽게 돌아볼 수 있다.
약수암에서 바라보는 영종도의 숨은 비경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백운산 용궁사와 약수암이다. 구읍뱃터를 통해 영종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예부터 형성되어 있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보자. 백운산 기슭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 영종도는 지나치게 커져버린 지금의 영종도만 알고 있는 사람에겐 이해하기 힘들 만큼 조그마하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도로와 이정표 없는 도로 때문에 사뭇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영종도의 명소인 용궁사와 약수암에 올라가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본 사람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용궁사와 약수암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가 없어 찾아가기 힘들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찾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용궁사(032-746-1361)는 절 자체는 작지만, 대원군과 얽힌 이야기가 남아 있는 사찰이다. 대원군이 아들인 고종이 등극하기 전 10년 동안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며 절치부심했던 곳이 바로 이곳 용궁사이다. 사찰에는 대원군의 흔적도 남아 있다. ‘용궁사’라 적혀 있는 현판이 대원군의 친필인 것. 사찰 입구에는 수령 1천 년이 넘는 느티나무 고목이 서 있다.
약수암은 원래 신라시대 창건한 용궁사의 일부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절터 곳곳에서 옛 영화를 말해주는 기와와 주춧돌이 나오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하지만 지금의 사찰은 1950년대에 다시 지어져 소박한 모습이다. 병을 치료하는 약수가 솟아난다 해서 이름 붙은 약수암. 약사여래를 모신 절이라는 뜻의 약사암이라 불리기도 한다. 유명하지도 볼거리도 없는 이 작은 암자를 굳이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풍경 때문이다. 약사암 앞마당의 벚나무로 지붕을 엮은 벤치에 앉으면 눈앞으로 서해와 바다를 향해 달리는 영종도의 치맛자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서해의 어느 섬에서도 보기 힘든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보온병에 따뜻한 차 한잔을 담아 올라가면 이곳보다 더 좋은 카페는 없을 듯.
해안도로와 염전
약수암을 내려오면 영종도의 해안도로가 기다린다. 구읍뱃터에서부터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면 갯벌에서 작업하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한창 조개 잡이가 이뤄지고 있어 기다란 꼬챙이를 들고 사람들이 뻘을 헤치며 조개를 잡아 올리는 것. 해안도로를 달리다 만나는 보너스 같은 풍경이다. 넓디넓은 갯벌과 갯벌 끝자락에 올라 앉은 고깃배들이 만들어내는 풍광도 압권. 달리던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게 하는 멋이 있는 곳이다.
해안도로를 계속 달리면 길가에 소금자루를 쌓아놓고 파는 섬 주민들을 만난다. 소금이 쌓여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염전이 있다. 해안도로에서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면 소금을 팔고 있는 부근에 염전이 있으므로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차를 세우고 염전을 향해 내려가보자.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날이라면 오후 3~5시경에 ‘염전’을 찾아갈 것. 햇살 좋은 날 오후 운이 좋다면 소금을 긁어 올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영종도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사찰과 온천 구읍뱃터에서 만나는 영종도의 해산물, 거기에 다양한 음식을 세련되게 만날 수 있는 특급 호텔까지. 충분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영종도의 매력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는 아니다. 좀더 둘러보면 영종도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용유도와 무의도를 돌아볼 수 있다. 용유도는 인천공항이 생기면서 영종도와 이어져 이제는 섬이 아니다. 하지만 영종도보다 섬다운 정취를 좀더 많이 느낄 수 있고 고즈넉한 해안선이 아름답다. 저녁 무렵 용유도의 해안에는 일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해안의 내로라하는 일몰 명소 중 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