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설악산은 국립공원이다, 군립공원이 아니고
한국 대표 국립공원이면
생태, 경관 고려한 노선으로
세계적 名品 탄생 가능할 텐데
지자체 재정만 갖고
郡 경계 내에 욱여넣는
양양군만 위한 케이블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입력 2023.11.01. 03:20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예정 노선. 하부정류장, 상부정류장과 로프웨이 구간 모두 양양군에 속한다. 바다와 외설악 절경을 조망할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행정 절차가 얼마 전 마무리됐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관광단지에서 출발해 3.3㎞ 떨어진 설악산 끝청 아래(해발 1430m)까지 닿는 ‘오색 케이블카’를 내년 착공해 후년 연말 완공한다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양양군·속초시가 1982년 처음 시도해 41년 만에 성사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설악산은 국립(國立)공원 아닌가. 말 그대로 중앙정부가 국민 전체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해 관리, 보전, 활용할 책무를 갖는다. 그러나 마치 군립(郡立)공원인 것처럼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하부 정류장이 들어설 곳의 지번(地番)은 ‘양양군 오색리 466번지’, 상부 정류장은 ‘오색리 산1번지’이다. 시설 전체가 ‘양양군 오색리’에 속한다. 총 1172억원이 드는데 양양군이 948억원, 강원도가 224억원을 부담한다고 한다. 양양군 한 해 예산의 거의 20%를 쓰게 된다. 국립공원 내 시설인데 국가 예산은 하나도 없이 거의 군청 예산으로 짓게 된다. 운영도 군(郡)이 맡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정상인가 하는 것이다.
설악산은 강원도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의 네 곳 지자체에 걸쳐 있다. 네 시군은 오래 전부터 각기 케이블카 노선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2010년 국립공원 케이블카 길이 규제를 2㎞에서 5㎞로 완화한 다음, 어느 시점부터인가 설악산 케이블카는 ‘양양군의 오색 케이블카’로 단일화됐다. 속초, 인제, 고성은 손을 뗐다. 그 정확한 배경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2012년 9월 지역신문이 보도한 시장·군수 토론회 기사에서 당시 양양군수가 “속초, 고성, 인제가 협약서까지 제출하면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지원했다”고 발언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4개 지자체가 모종의 협상을 통해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각자 고집할 경우 시간만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전직 환경부 장관과 현직 국립공원관리공단 고위직에게 물었더니 같은 의심을 품고 있었다.
2015년 8월 ‘설악산 케이블카, 놓으려면 바다 보이는 곳에’라는 칼럼을 썼다. 오색 케이블카의 로프웨이 구간과 끝청 부근 상부 정류장에선 동해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는 위치라서 적절치 않다는 취지였다. 끄트머리에서 간신히 바다가 시야에 잡히는 정도이고, 대청봉에 막혀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의 숨 막히는 경관도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태 파괴 논란을 무릅쓰고 기왕 만들기로 한 것이면 세계적인 명품(名品) 케이블카를 조성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동해 바다와 외설악 경관을 끌어안는 노선이라야 했다. 그 칼럼 이후 상부 정류장 위치가 약간 조정됐다고는 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관광객들은 설악산의 얼굴 쪽을 보고 싶어하는데 시설은 등판에다 붙인 셈이다.
그동안의 오색 케이블카 반대 논리의 핵심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이용객들이 대거 대청봉(1708m) 일대를 누비고 다니면 그 답압(踏壓)으로 설악의 예민한 고산 생태계가 엉망이 될 것이란 점이었다. 양양군은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으로 연계되는 탐방로를 막겠다고 하지만 덕유산이나 두륜산 케이블카 전례를 봐도 그 약속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경관에서 약점을 갖고 있어 케이블카를 두 번 타려 들겠느냐”고 했다. 케이블카 운영이 적자에 허덕이게 되면 이용객 유치를 위해 대청봉 탐방로 쪽을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립등산학교 교장과 월간산 편집장을 지낸 산악인 안중국씨는 지난 4월 주간조선 기고에서 바다 쪽 경관을 품으면서 연계 등반을 방지할 수 있는 두 개 대안(代案) 노선을 제시했다. 하나는 속초 시내 쪽에서 울산바위(780m) 정상까지의 노선이고, 다른 하나는 양양군 회룡리 개활지에서 송암산(767m)을 거쳐 화채봉(1328m)까지 잇는 노선이다. 울산바위와 화채봉은 설악산 외곽에 우뚝 솟은 지형이라 외설악 절경과 동해 바다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다. 울산바위와 화채봉 정상에선 대청봉 등 설악산 본체로 직접 연결되지 않아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연계 등산의 엄두를 내기 힘들다. 따라서 환경단체의 반대도 훨씬 덜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왜 애당초 이런 대안 노선을 강구하는 논의 자체가 없었을까. 개발 논리와 보전 논리가 부딪쳐 어느 쪽도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경우, 양극단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보전도 하면서 개발의 이익도 취하는 대안을 강구했어야 하는데 그런 시도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국가를 대표하는 명산(名山) 국립공원의 케이블카를 군 단위 지자체가 지역 입장만 고려해 지역 재정만 갖고 건설하게 방치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기사 전체보기
많이 본 뉴스
美 반대에도 반공포로 석방… 납북될뻔한 남한 청년 2만명 구했다
은퇴 자금 10억 필요? 은행·보험사의 공포 마케팅이다
[만물상] “한국X도 아니면서”
100자평16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동방삭
2023.11.01 05:00:49
환경단체 반대의식 노선이 결정되어 // 동해의 경치조차 볼수없게 되는구나 // 국민들 요구반영한 대안노선 마련해
답글작성
21
1
밥좀도
2023.11.01 05:15:26
설악산은 대한민국의 보배 같은 명산이다. 세계인이 감탄하는 명품 관광지로 만들자. 환경 보전과 관광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찾도록 하자.
답글작성
18
0
anak
2023.11.01 06:15:42
자칭 산악인의 반대에 부딪쳐 수십년을 떠돌다 노선이 정해지니 이제는 졸속이란다.
답글작성
9
1
Brian N.Y
2023.11.01 06:22:35
서울 양양고속도로때문에 설악산이 당일 관광코스가 되어 희망이 없다.고속도로 터널 생겨서 좋아할때 나는 강원도는 강원도 다워야 살아남을거라고 예언했다.고속철이 속초가면 더 망할듯.옛날 마장동에서 버스타고 검문소 지나면서 뭔가 미지의 세계로 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답글작성
3
1
설도인
2023.11.01 06:10:37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색-주전골-흘림골-곰배령을 연결해라. 주산은 건드리지 말고…제발 부탁한다.
답글작성
3
0
청룡6602
2023.11.01 06:19:07
중국을 닮아가는가? 중국은 땅이 넓고 명산이 많아 훼손같은건 신경안쓰고 온통 관광용 시설로 산을 덮었다, 아니 거긴 환경단체란게 없어 맘??케이블카를 설치하고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몇개없는 우리네 명산은 케이블카는 최소화 해야한다,산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
답글작성
2
1
tx2198
2023.11.01 06:51:53
뭐요?울산바위에 케블카? 회룡리에서 화채봉? 참 어이가 없네. 설악산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이라는 걸 알거다. 회룡리-화채봉은 설악산 내부를 전혀 볼수없는 사면이고 울산바위는 지형상 상부터미널을 지을 수 없고 구테어 지으려면 엄청난 자연 훼손을 해야한다. 그리고 주체는 양양군으로 서 자신들의 권역에 자신들의 자원으로 자신들의 수익사업을 목적으로 진행한 사업인데 왜 타 시군이 숟가락을 얹나? 그리고 애초 설립발상은 양양군에서 나왔고 양양군이 주체였다.국비를 지원 안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국비로 건립하면 국가소유물이 되고 국립공원공단에서 관리운영수익할 건데 숱한고난끝에 텃밭닦아놓으니 나라가 농사짓겠다고 강탈하는거나 무에 다르냐. 어디가서 이딴 주장 섣뿔리 하면 귀싸데기 맞는다. 참고로 난 양양군민 아니고 속초사람이다.
답글작성
1
0
Turtleusa
2023.11.01 06:32:19
지방자치를 인식한 멍청한 결정이군요. 국립이란 단어가 분명히 있어도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도 없고 의견도 없으니 한심한 정부가 되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무능하고 괸심도 없으니 지방자치는 독불장군처럼 예산을 탕진하고 산림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무능이 언제쯤 변화될까요?
답글작성
1
0
청진Kim
2023.11.01 06:28:39
돈벌이에 옛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차리리 히말라야에 케이블카 설치를 네팔 정부와 협의하라. 그 난리 부루스를 추던 환경 단체들은 다 어디갔나?
답글작성
1
1
516유공자
2023.11.01 06:18:32
군 행정이 국가 관광 사업을 주관하지 말고 국내 관광 업계 전문 관광 단체, 정부 강원도가 전부 토의 후 장소를 정해야 하고 지금 처럼 내 관할 지역에서 내가 주관하는 것으로 내 공적이 되는 사업은 거부 해야 한다.
답글작성
1
0
sonam
2023.11.01 05:59:03
하나 더 놓으면 되자나요.
답글작성
1
4
이후양
2023.11.01 07:15:23
읽고 보니 맞는 말씀이다. 사실 지금 설계.운영하려는 케이블 카로는 설악산의 절경인 천불동 계곡과 공룡능선의 그 기막힌 풍광들을 즐길 수가 없다. 내 산행경험을 되돌아봐도 그렇다. 10년쯤 전인가 10월 한달에 공룡능선을 두번 걸었다. 처음에는 마등령 쪽으로 기다시피 걸어 올라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두번째는 천불동계곡으로 올라 공룡능선을 따라 걷고 마등령을 걸어내려는 코스를 택했었다. 공룡능선을 한 쪽방향으로만 걸으면 또 다른 한쪽의 풍광들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장호 님이 쓴 '韓國名山記'의 기록엔 조선시대의 어느 선비는 가마를 타고 험준한 마등령을 넘어 공룡능선 입구쪽으로 산행했었다는 기록도 실어 뒀다. 설악산 산해에서 공룡능선을 걸어보지 않고서는 설악산에 올랐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다. 그러니 마땅히 정부에서 관리해야 될 것 같다. 마등령, 천불동계곡, 십이선녀탕계곡, 서부능선등을 모두 쉽게 볼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답글작성
0
0
tx2198
2023.11.01 06:58:24
그리고 애초에 남설악일대의 수려한 관광자원과 오색지구의 인프라를 활용하기위한 프로젝트인데 여기서 바다조망이 왜 나오냐.바다 조망이 주 목적이 아니자나.
답글작성
0
0
심해어부
2023.11.01 06:54:31
환경적으로 최고는 사람이 산속에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관광선진국에서는 케이블카 같은 로프웨이가 많은 이유므로 등산로 보다 케이블카가 더 친환경적이다. 예산문제는 몇년전 부터 많이 만든 케이블카 지자체 예산으로 한것으로 알고 있다. 동해 조망노선은 이해되나 기본적으로 설악과 동해는 멀어서 실상 대단한 경치라 하기 어렵다. 끝청도 서북주능 용아장성 대청을 비롯 대단한 경관을 볼 수 있다. 다만 향후 여러 문제에서 끝청에서 대청방향 가는 등산객을 막기는 어려울 듯 하지만 중청산장도 없어져서 등산객 숫자는 예상보다 적을 것이다.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현 상황에선 최선이라 봅니다.
답글작성
0
0
tx2198
2023.11.01 06:27:23
참.기자들ㅇ.ㅣ 머리는 왜 이렇게 나쁠까.
답글작성
0
0
Wicked_JJ
2023.11.01 06:26:03
세금은 적게내고, 요구는 많은게 문제다... 지자체는 없애야 할 대상이다...
답글작성
0
0
많이 본 뉴스
1
“尹 끝까지 진실된 대통령으로 남아야… 진실이 이긴다”
2
“아들 앞에서 아빠 때렸다…경찰 출동 순간까지도 폭행” 무슨 일
3
새만금과 달랐다… 1000만명 간 순천만정원, 3가지 성공비결
4
美 반대에도 반공포로 석방… 납북될뻔한 남한 청년 2만명 구했다
5
“꽃뱀이 준 팁 4억 때문에...” 돈자랑했던 男 접대부의 반전 결말
6
은퇴 자금 10억 필요? 은행·보험사의 공포 마케팅이다
7
흰 천 싸인 시신 한 구가 코를 긁네? 세계가 분노한 영상의 반전
8
[단독] 대선 경선때 이재명 캠프 ‘대장동 Q&A’ 문건, 김만배가 관여한 정황
9
“오랜 기간 고민” 아나운서 출신 박지윤‧최동석, 결혼 14년 만에 파경
10
[한삼희의 환경칼럼] 설악산은 국립공원이다, 군립공원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