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추억
내가 체리나무를 알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터였다. 직장의 담장 옆에 조성된 화단에 자라는 체리나무으콤한 열매의 추억 때문이다. 앵두 같지만 앵두보단 커서 앵두가 아닌 것 같기도 한 열매, 이중에 이 열매가 체리나무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는 아, 체라가 앵두 사촌쯤되는 구나 하는 상식만 알고 있을 뿐이다. 체리를 서양 앵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버찌에 더 가깝다는 것, 체리를 앞에 두고서 국적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체리면 어땋고 앵두면 어떤가. 빨간 빛깔과 감촉이 어릴 적 맛보았던 앵두를 소환한다면 그만 아닌가.
내 고형집 뒤란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내 허리춤만큼 자란 앵두나무는 흘러간 계절 속에서 제 소임을 다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열매가 달리는 진리 말이다.
앵두나무도 그랬다. 오래된 고향집은 낡고 무너져 가지만 앵두는 더 왕성하게 제 소임을 다했다.
희디흰 꽃이 지고나면 어김없이 달리는 빨간 열매, 그릇에 가득 따 담아 식구들과 우물우물 씹던 기억, 그러다가 혀 끝에 뒹굴던 씨앗 하나를 마당 멀리 퉤 하고 뱉으면 파리가 그것을 낚아채 듯 쌩 하고 날아가는 풍경은 봄날의 흥미진진한 놀이였다.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 앵두의 추억 때문인가. 예순 넘어 옛날의 추억을 소환한다. 종이컵에 쳬리 열매를 가득 따 담아 우물우물 씹으면서 바닥에 퉤하고 뱉는다. 열 살에서 예순살로 흘러오는 동안 고향집 뒤란의 앵두나무와 주차장 화단의 체리나무는 꽃과 열매를 수없이 맞교환 하였으리,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