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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오크들의 마을로 5
"너야?"
"네?"
"내 바보 같은 아버지가 만나라고 한 게 너야?"
"용케 저를 기억하시는 군요. 예상밖인데요. 전 라이샤님이 절 기억못하지면 한대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걸
요."
한 근육질의 사내가 자기와 비슷한 체구를 가졌지만 근육이 얼마 붙지않은 청년에게 말했다. 그러자 청년이
화난 듯이 말했다.
"난 예전의 내가 아냐! 이젠 불의 신이란 자리도 차지하구 있다구!"
「우연찮게 말이죠.」
"무슨뜻이야 카이드라스? 설마 넌 내가 불의 신이 된 것이 맘에 안든다 이거야?"
「물론이죠.」
청년 라이샤는 굳어버렸다. 카이드라스의 저 태도에 라이샤는 뭐라 반박할 여지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라이
샤가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옆의 근육질의 사내가 말했다.
"카이드라스님. 너무 라이샤님을 가지고 노시는 것 아닙니까?"
"뭐야! 누가 이런 불덩어리의 장난에......"
「흠...... 역시 자네의 눈은 속일 수 없군. 자네 앞에서라면 라이샤님을 놀려먹지도 못하겠는걸?」
"이이잇!! 이 놈의 불덩어리가!"
라이샤는 화를 내며 붉은 검을 집어던지려 했지만 붉은 검은 라이샤의 손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왠지 이 검이 라이샤님의 손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군요.」
"이이잇!!"
라이샤는 있는 힘껏 검을 떨치려 했지만 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검을 손에서 떼려고 용쓰는 라이샤를 보고
근육질의 사내는 말했다.
"음...... 아직 제가 제대로 소개를 하지 못했군요."
"그딴거 안해도 돼! 난 널 알고 넌 날 알아. 그럼 됐지?"
「흠...... 자네와 내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니 그러도록 하게. 스크린으로 많이 보긴 했지만 말이야.」
왠지 퉁가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한마디였다. 그들은 자신이 이렇게 됨을 알고 이때까지 감시해왔던 것인가!
퉁가리는 속으로 두 팔을 어깨까지 올리고 고개를 휘휘 저으며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말했다.
"이번 천상력 998년, 지상 자이드라역 387년에 땅의 신 자리를 맡게 된 퉁촵가촵리 촵퉁촵가촵스라고 합니
다."
"으잉? 땅의 신? 387이면...... 3년 전?"
「흐음...... 그 나이에 벌써 땅의 신이라니 어쨌든 축하하네. 아니 축하드리옵니다 인가?」
"아닙니다. 카이드라스님 당신은 저보다 오래사신 위대하신 분. 제가 어찌 존댓말을 듣겠습니다. 그냥 이대로
해오던 것처럼만 대해 주십시오."
「허허. 자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네.」
"자, 잠깐! 너 나와 헤어지고 3년 뒤에 그런 자리에 올랐다고? 그렇게 약한 힘으로?"
"......제 기억엔 그때 당시엔 저와 라이샤님의 힘이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데요......"
"......그런가...... 아닌데. 내가 더 센것 같은데......"
라이샤는 생각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고 퉁가리는 그 모습을 보다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 저 분을 잊고 있었군요."
"응? 누구?"
"꾸르! 머가 그러케 하마리 마나!"
「카케카님을 잊었군요. 그런데...... 아까까지 보이지 않더니...... 어디갔다 오신거죠?」
만약 카케카가 인간이었다면 아주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었으리라하고 라이샤는 생각해보았다.
'카이드라스의 인간모습? 음...... 대머리에 능글맞아보이는 얼굴에 축처진 눈가에 또......'
「......라이샤님. 과대망상은 그만둬 주시길 바랍니다.」
"후...... 못 말리겠군. 또 남의 생각을 읽은 거야?"
라이샤는 고개를 휘휘 젓으며 말했다. 하지만 카이드라스는 라이샤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라이샤님의 생각이 얼마나 강한 염원을 담고 있었는지 저 이상의 고위급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 모
습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을 나타내셨나 보군요.」
"......"
"꾸르. 바버."
"카케카님......이라고 하셨습니까?"
"꿀. 그러타."
카케카가 고개를 들어 퉁가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려고 하자 퉁가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각성한 오크들 중 가장 느리군요."
"꾸르. 느려? 머가?"
"다른 각성한 오크들은 모두 인간들의 언어를 모두 제대로 구사할 줄 압니다. 또한 그들은 점점 인간의 모습
을 닮아가고 있죠. 각성한 오크들은 다 저마다의 뜻을 품고 인간세상에 내려사 수련비슷한 것을 겪었는데 그
것을 겪으며 인간과 친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인간들과 같이
정확한 그들의 언어를 듣다보니 그들의 정확한 언어를 표현하게 되었고, 그들은 모두 하나의 계기를 가지고
언어를 정확히 구사하게 되었는데 그 계기는......"
딱!
"이 바보 오크야!"
"꿋! 뭐야! 할 줄 아는건 무식하게 검만 휘두르는 것 밖에 모르는 바보같은 불의 신이!"
"뭐, 뭐야!"
"......벌써 나왔군요. 바로 인간들과 지내며 무시당하자 이때까지 쌓여왔던 인간들에 대한 불만들이 하나로 뭉
쳐져 오크들의 언어구사능력을 급격히 늘려주었습니다. 아까 라이샤님이 카케카님을 때린 것 처럼 말이죠."
아까부터 가만히 듣고만 있던 카이드라스가 한 마디 했다.
「그렇다면 그 오크와 같이 다니던 인간들은 모두 어떤 이유로 오크에게 화를 냈겠지? 그것은 아마도 방금
라이샤님처럼 무식하게 검만 휘두르는 전사들이 방금 퉁가리에게 들었던 것처럼 어떤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
를 들었는데 그 전사는 자기들과 같이 있는 오크만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고 때렸겠지. 그리고 그 오크는 그
걸로 제대로 인간의 언어를 정확히 구사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그 오크는 인간과 잘 다니려 하지 않으려 했
겠지.」
"......정확하시군요. 역시 카이드라스님은 뭔가가 다르군요."
「후...... 칭찬고맙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어떤 의문점이 생기고 있거든? 그 의문점은...... 그 어떤 오크보다
제일 먼저 인간들의 언어를 깨달은 오크가 있을 것이 아닌가?」
순간 퉁가리가 작게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카이드라스는 그것을 보지 못한것 같았다.
「그 오크의 이름은 무엇이며, 그 오크와 같이 다니던 인간의 이름은 뭐지? 난 지금 그것이 제일 궁금하군.」
"......"
「대답해주기 어려운건가?」
"그런건 아닙니다만......"
"어려운게 아니면 말해. 나 충격받을 준비하고 있으니깐 말이야."
라이샤는 그렇게 말하며 풀이 많이 자라 풀썩거리는 곳에 쓰러질 준비하고 있었다. 퉁가리는 혹시나 라이샤
가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이 아닌가 하고 놀랐으나 라이샤가 그런 기술을 터득했을리도 없고 정말 라이샤가
퉁가리의 마음을 읽었다면 저렇게 제대로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퉁가리는 한숨을 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 말했다.
"그 오크의 이름은...... 가루가."
"꿋! 가루가......"
"후...... 이런곳에 이런 인연의 끈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카케카님 아십니까?"
"꾸르...... 모른다면 내가 병신이지. 그 녀석은 옛날 내 친구다! 그 바보같은 자식이 제일 먼저 하다니...... 어떻
게 된거야!"
"......또 가루가님과 같이 다니던 인간...... 아니, 신의 이름은......"
"신?"
「호...... 신과 같이 다녔단 말인가? 과연 어떤 신인지 궁금하군.」
라이샤는 지금 자신의 심장이 매우 두근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왜일까, 왜일까'하고 스스로 반문해보았으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라이샤는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바로......
"천상력 995년, 자이드라력 382년......"
라이샤는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자의 이름이 이 퉁가리의 입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라이샤는 그의 이름이 퉁가리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에 물의 신에 임명되신 마이샤우샤 퍼라스님이십니다."
라이샤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
「후...... 충격먹은 건가? 그 잘난 불의 신이?」
"시끄럽다. 죽은 영혼덩어리."
"꿋. 웃기는 녀석. 동생에게 뒤졌다고 그 꼴이냐?"
"시끄럽다. 삶은 돼지머리."
"......그대로 두십시오. 혼자 계시고 싶을 것입니다."
퉁가리가 그렇게 말하며 카케카와 붉은 검을 들고 가려 하자 그 둘은 동시에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병신."
「병신.」
하지만 라이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퉁가리는 그 둘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라이샤는 아까 퉁가리의 말을 되짚었다. 설마 자신이 잘못들은게 아닌가 하고......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
번에도 자신을 능가하고 자신보다 이름을 더욱 빨리 날린것은 마이샤였다. 민트에게 고백을 하려 했을때도, 민
트가 황비가 되려 했을때도, 라이샤가 마법을 익히기 전에도, 마이샤는, 마이샤는 그렇게 계속해서 라이샤를
뛰어넘었다. 그리고는 항상 자신의 형을 걱정했다. 형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기 바라는 마음에 그랬
다. 하지만 라이샤는 그런 마이샤의 모습이 자신을 비참하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제길...... 이번에도...... 이번에도 마이샤에게 뒤진 것인가? 제기랄! 그 녀석은 언제나 나보다 앞섰어. 민트가
황비가 되려 했을 때도 먼저 만났지.
물론 자신이 민트의 앞에 직접 나선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우으...... 젠장!'
라이샤는 자신의 손에 잡히는 것을 뜯어서는 하늘로 던져버렸다. 하지만 라이샤의 손에 갈기갈기 찢어진 그
물건은 끝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라이샤에게로 되돌아왔다.
'난...... 난 왜 이런거야. 왜 난 이런 거지? 왜 난 동생에게 항상 뒤쳐지는 형이냔 말이야! 제길, 빌어먹을! 젠
장!'
라이샤의 눈에선 의미를 알 수 없는 형체를 제대로 가지지 않은 물체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어이! 넌 안가?"
"꿋! 내가 왜 가! 난 여기 남을 거다! 난 여기가 내 고향이야! 가긴 어딜간다는 거냐!"
"그 놈의 삶은 돼지머리. 소리하난 되게 크네."
"꾸엣! 나는 삶은 돼지머리가 아니야아~~~~~!!!!!!!!!"
라이샤는 즐거운 듯 웃으며 카케카의 절규를 들었다. 퉁가리는 질린다는 듯한 얼굴로 라이샤를 보며 말했다.
"......즐거우신 겁니까?"
"응? 그렇게 보여? 흠...... 내가 어제 저 녀석한테 너무 바보같은 모습을 보여줬거든. 그러니까 이렇게 복수를
하는거지. 케케케. 역쉬~ 난 넘 사악한 신이야."
「......어제 울고 이렇게 쾌활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라이샤님이 단순하단 이야기지?」
"아무래도...... 그런것 같아요."
"뭐얏! 퉁가리 너 마저도 이젠 날 무시하는 거얏! 어제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해져 괜찮아 졌다고 했잖아!"
「그걸 누가 믿어......」
"맞아요."
빈정거리는 카이드라스의 말과 그에 응하는 퉁가리의 태도에 라이샤는 너무나 화가 나고 말았다.
"이...... 이 죽은 영혼덩어리와 머리가 근육으로만 찬 녀석이!"
라이샤는 자신의 뒤로 엄청난 살기가 느껴짐을 느끼고 황급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기서십시오!」
"거기 선다면 용서하겠습니다!"
"누가 믿어! 우헤헤헤."
겉으로는 웃고 바보처럼 행동하는 라이샤지만 속으로는 뭔가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하
지만 라이샤는 단순했기에 그런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럼 자이드라로! 우헤헤헤!"
「거기섯!」
"서! 서란 말야!"
"우캬캬캬~~!!!!"
기분 좋게 만드는 라이샤의 웃음소리였다.
<외전> 레진와 나이라세의 관계
「죽어라......」
"죽어라......"
이렇게 그들은 말하며 검을 휘둘렀고 그 순간 레진의 모습은 사라졌다.
가만히 수정만 바라보고 있는 나이라세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
「저...... 저것들이......!」
나이라세가 화내는 이유. 나이라세는 레진을 퍼라스 집안 다음으로 중요시 한다. 퍼라스 집안에 대해 집착하
는 이유는 따로 있고 레진을 아끼는 이유는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이라세. 그는 옛날 왕따였다. 창조주가 제일 처음만들었다는 것과 엄청난 힘을 가진 그를 치천사 세라핌이
나 지천사 케루빔조차도 두려워했던 것이다.
태어난 순서만 본다면 그들의 형쯤 되지만 그들은 그를 두려워하기만 할뿐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나이라세는 그런 자신을 저주했다. 강하기만한 자신이 너무도 싫었던 것이다. 그 '너무도 강한 자신'때문에
그는 천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고 그를 만든 창조주는 바쁘다는 이유 하나로 그와 만나지 않고 있었다.
왕따를 당하던 그는 어느날 창조주가 바쁘다며 만들고 있는 인간세상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어느 누구든지
어울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스스로는 살아가지 못하고 스스로 다 할 수 없음을 알고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
인간'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저들은...... 참으로 행복해보인다...... 그런데...... 그런데 난 뭔가...... 이 빌어먹을 힘때문에...... 제길!'
"저, 저기......"
「응?」
나이라세가 한창 자신을 저주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슬퍼할때쯤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
다. 나이는...... 100살쯤 되었을까,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한 천사꼬맹이가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있었다.
"저, 저기......"
「무슨일이지?」
나이라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진심으로 웃고 있을리는 없다. 그 천사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것
자체는 정말 기뻐 날뛰고 싶은 일이나 다른 천사들의 끝행동은 모두 같았는데 그것은 모두 도망이었다. 그래
서 그는 저절로 가식적인 웃음이나 행동들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저절로 그런 행동이 나왔다.
"저, 저기...... 자......"
그 천사는 앙증맞게 작은 손으로 나이라세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뭐지?」
나이라세는 또 천사들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너무 부질없음을 알았다. 천
사들은 그런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는다.
천사꼬마가 내민 손에는 자그마한 생물이 있었다. 자그마했지만 그 생물의 모습을 알아보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인간의 몸보다는 더욱 날씬하고 날렵해보였고 인간의 귀와 달리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또 늘씬
한 다리에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나이라세의 가식적인 웃음은 점차 진실된 웃음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 어린천사가 자신에게 말
을 걸고 아직까지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이 기뻤기 때문이다.
"이, 이거...... 내가 만든건데...... 형한테 주는거야."
「이...... 이걸 나에게?」
"응, 형은 혼자 노니까 심심할꺼 아냐. 그러니까 얘하고 같이 놀아."
나이라세의 두 눈에서 '밝은 빛'이 두개 떨어졌다. 나이라세는 태어나서 이때까지 살아오며 이렇게 기뻤던 적
은 없었다. 이때까지 그렇게 왕따를 당하며 혼자 지내왔던 그였기에 감정이라 불리는 모든것들은 씨가 마른지
오래전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씨가 말라버린 감정중 기쁨이라는 감정이 다시 살아나며 나이라세는 그 표시로
두개의 '밝은 빛'을 흘린것이다.
"우웅...... 형, 왜 울어?"
「아, 아냐...... 울긴 누가 울어?」
그렇게 말하는 나이라세의 눈엔 두개가 아니라 폭포가 내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밝은 빛이' 흘러내
리고 있었다. 나이라세는 자신을 많이 추스리려고 하였지만 그것조차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았다. 그의 '밝은 빛'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느낌...... 뭐랄까...... 후...... 처음 느껴본...... 기분이다......'
나이라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작은 생물은 나이라세가 흘리는 밝은 빛을 맞고는 그의 손안으로 숨어들어갔
다. 나이라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로써는 태어나고 처음으로 웃는 정말로 기쁨의 웃음이었다. 작은생
물의 행동이 아직까지 제대로 한번 웃어보지 못한 그의 얼굴에 웃음이 피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형...... 이제 그만 울어...... 나도 울음이 나오잖아......"
그렇게 말하는 어린천사의 얼굴에는 건들이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런 천사의 얼굴을 보며 나이라세
는 말했다.
「후...... 내가 너에게 주책만부렸구나. 안 울어도 되다. 안 울어도 돼.」
나이라세는 어린천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어린천사는 웃는 나이라세의 얼굴을 보자 곧 웃음을 보였고
환하게 웃었다.
나이라세의 손에 들어갔던 조그마한 생물도 나와 같이 웃었다. 환하디 환한 미소였다.
나이라세는 그런 생물의 모습을 보다 생각난 것이 있는지 어린천사에게 말했다.
「얘야.」
"네?"
「나에게 준 이 녀석과 비슷한 녀석을 몇몇 더 만들지 그러니?」
"네? 그건 왜요?"
「후......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니. 얘도 생물인데 혼자살아서는 안돼지.」
"웅......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제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형의 이름은 뭐에요? 맨날 형 혼자
노니까 아무도 형의 이름을 몰라요. 아, 제가 이름을 물으면서 제 이름을 밝히지 않았군요. 제 이름은 레진이
라고 해요. 나이는 이제 100세고요."
「후...... 내 이름은 나이라세라고 한다. 100세라?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구나.」
나이라세의 말에 레진은 볼을 불퉁거려 화가 났다는 것을 표시했고 나이라세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기쁜 웃
음을 뿜어냈다.
"웅...... 형이 바라던건 여기 있어요."
레진은 손을 내뿜더니 그 손에서 환한 빛이 나며 아까와 비슷한 생물이 태어났다. 새로 나온 생물은 아까 나
이라세에게 주었던 생물과 비슷하긴 했으나 생김새가 약간 다른것이 아까 생물은 여자 지금 나온 생물은 남자
인것 같았다.나이라세는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했다.
「너...... 어떻게......」
"예?"
레진은 천진난만한 얼굴을하며 말했고 그 얼굴에 나이라세는 하려던 말을 접었다. 그 말을 했다간 왠지 이
천사가 자신에게 흥미를 잃고 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때문이다. 나이라세는 이때까지 살아오며 처음
사귄 천사를 잃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한 천사가 생물을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생물을 만들어 내는 재능? 그건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여섯개의 날개와 여섯개의 팔을 가진 천사가 어느 한 사람의 앞에 무릎을 꾾고 말하고 있었다. 그 천사는 치
천사라 불리는 세라핌이었다. 그 어떤 천사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엄청난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능력은
마치 어느 한 신과 비슷할 정도였다.
그런 세라핌의 보고를 받는 자는 바로 이 세상을 창조한 창조주였다. 창조주의 모습은 엄청나게 거대한 모습
을 하고 있었고 그의 얼굴엔 아무 표정도 없었었다. 아까까지 세라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거대한 눈
은 어느새 자신이 만들어낸 영상을 향해 있었다.
그 영상에는 200세가 채 되지 않았음직한 어린 천사가 뛰어놀고 있었다.
「이 천사가 맞는가?」
"네. 이 천사가 생물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지금 인간세상에 퍼뜨린 '엘프'라는 생물도 이
천사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엘프'라...... 그 인간보다 키크고 훨씬 지능적이며 어디서든 적응을 잘 한다고 자네가 보고했었지.」
"네. '엘프'가 인간세상에 간 결과 지금 인간세상에서는 엘프들과 인간들이 어우러져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엘프'란 존재들은 생물을 사랑하고 특히 숲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생
물을 죽이고 '엘프'들이 사랑하는 숲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수의 '엘프'들은 인간들과 적대관계에
놓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엘프'들은 인간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흐음...... 어쩌면...... 내가 만든 '인간'이라는 존재보다 저 천사가 만든 '엘프'라는 존재가 더 뛰어난지도 모
르겠군.」
"......상급천사급인 치천사, 지천사, 좌천사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투표를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엘프'들의 완
승입니다. 어느행동을 보아도 '인간'보다는 '엘프'가 더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예상밖이군. 그래서 자네들이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
"저희들의 생각은...... 그냥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그들은 별 문제없이 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한쪽을 없애버린다면 세상이 이상해질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 '엘프'를 만든 천사 레진을 데려와 저 둘이 싸우지 않고 잘 공존하도록 그 둘
을 중재해주는 생물을 만드는 한편, 그들에게......"
세라핌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창조주의 얼굴표정을 살피려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세라핌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오던 창조주의 얼굴에는 약간의 변화도 없었다.
「무엇인지 어서 말해보도록 하여라.」
창조주의 강압적인 말투에 세라핌은 아까 다 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그들에게...... 시련을 줄만한 생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치천사급 사탄이 강력하게 요구해왔습니다."
「이유는?」
"저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산다면 별 일이 없어 우리 천사들이나 창조주님의 할일이 없어진다는 것이 사탄이
내놓은 의견의 근거입니다. 이 문제로 우리 상급천사들은 한동안 토론을 했고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흐음...... 저들에게 시련을 줄 만한 생물들이라......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좋다. 사탄이 내놓은 의견을 수
용한다. 너희 상급천사들은 인간세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줄 시련의 생물을 구상하는 한편 어린천사 레진을 데
려오도록 하여라.」
"현명하신 창조주님의 의견이 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라핌의 말투가 너무 거칠었을까. 아무표정이 없던 창조주의 얼굴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아무래도 세라핌은
사탄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련의 생물이 없이 그들이 계속 살아간다면
그들은 평화라 불리는 존재에게 점령당해 나태해지고 교만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창조주는 세라핌의 당돌한 태도를 보며 그저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미소를 지을뿐이었다.
세라핌은 천천히 무릎을 꿇은 상태 그대로 뒤로 물러나 창조주의 앞에서 사라졌고 창조주는 천천히 아까 만
들어놓은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자신이 만든 영상을 보며 창조주는 독백했다.
「레진....... 나이라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