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새로 나온 책 소개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생활글,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용 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2종, 동시 1종, 동화 1종, 과학 1종, 예술 1종, 만화 1종 모두 7종입니다.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고티에 다비드, 마리 꼬드리 글, 그림|이경혜 옮김
모래알|2018.12.24|56쪽|15,000원|그림책|10~11세
곰은 남쪽 나라로 떠난 새가 보고 싶어 편지를 쓴다. 곰은 편지만으로 새에 대한 그리움이 채워지지 않자 새를 보러 떠날 결심을 한다. 태어나서 처음 먼 길을 떠나는 곰을 오소리와 여우와 비버가 배웅한다. 곰은 새를 만나러 가는 동안 계속해서 새에게 편지를 쓴다. 직접 말을 거는 듯 쓰인 곰의 편지엔 처음 가게 된 길에서 겪는 두려운 마음과 새를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나의 새에게”, “사랑하는 새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는 “네가 보고 싶어”, “나의 새야, 너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어,” 등 새를 그리워하는 말들로 끝난다. 곰은 숲과 사막, 바다를 지나고 전투가 벌어지는 위험한 곳을 지나기도 하지만 곰에게 도움을 주는 인어, 고양이 등 친구들도 만나 여행의 고단함을 던다. 오직 새를 보고 싶어 낯선 길을 떠난 곰은 우여곡절 끝에 남쪽 나라에 도착한다. 곰은 새를 만났을까?
그림은 낯선 곳을 여행하는 곰의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듯 조금은 엉뚱하고 초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이야기에 독특한 분위기를 준다.(김미경)
아빠, 숙제 도와주세요
데이비드 에즈라 스테인 글, 그림|김세실 옮김
시공주니어|2018.12.05|48쪽|12,000원|그림책|8~9세
학교에서 돌아온 꼬마 닭이 아빠 닭에게 책을 읽자고 한다. 꼬마 닭은 오늘 학교에서 모든 이야기에는 깜짝 놀라게 하는 코끼리가 나온다고 배웠다고 말한다. 아빠 닭은 코끼리가 아니라 이야기의 놀라운 부분이라고 알려 주지만 소용없다.
꼬마 닭은 아빠가 읽어 주는 미운오리새끼 이야기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짜잔! 나는 깜짝 코끼리야!”라며 코끼리를 등장시킨다. 그림책에 있던 백조와 아빠가 깜짝 놀란다.
라푼첼, 인어공주 이야기 속에서도 어김없이 코끼리를 등장시키며 세 권의 책읽기 숙제를 끝낸다. 이어서 아빠 닭은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아빠 닭과 꼬마 닭은 어떤 이야기를 완성했을까?
말풍선의 활용과 이야기에 또 다른 이야기를 넣은 액자식 구성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진난만한 꼬마 닭의 엉뚱함을 잘 표현했다.(김현정)
착한 마녀의 일기
송현섭 시|소윤경 그림
문학동네어린이|2018.11.09|104쪽|10,500원|동시|12~13세
작은 것들만 잡아먹고 ‘피 묻은 부리’를 쓱쓱 닦은 후 “아무 것도 아니야.” / “아무 일도 없었어.”라는 부엉이, ‘외다리 수도꼭지가/물방울의 목을 / 조르고 있었어요.’라며 힘 없는 것들에게 가하는 잔혹함과 억압에 대한 공포를 날것 그대로 들려준다.
시인은 죽어 가는 풍뎅이, 절뚝절뚝 걸어가는 나비, 눈도 없고 날개도 없는 까만 새가 나오는 세상은 깨진 유리창 같다고 말한다.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시들이 마치 무서운 옛이야기를 듣는 듯 으스스하다. 그렇지만 세상이 무섭다는 올챙이, 송사리, 물뱀 새끼들에게 “괜찮아”라고 위로를 건넨다. 초록 벌레가 갉아 먹어 죽은 초록 잎이 아주 죽은 건 아니라며 “초록 잎 두 장을 달고 / 예쁜 나방이 나올” 거라는 희망을 보여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동시에서 볼 수 없었던 현실의 어두운 면을 거침없이 드러낸 시집이다.
아이들도 세상이 착하고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이 낯선 시집을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을 듯하다.(김성희)
내일, 날다
쓰카다 스미에 글|신야 유코 그림|김영주 옮김
머스트비|2018.12.10|160쪽|13,000원|외국 동화|12~13세
2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잃자 엄마와 호시노는 늘 우울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있는 히메시마로 이사를 왔다. 이곳에서 별과 등호, 숫자 100이 적혀 있는 왕나비를 잡게 된다. 아빠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이 별이라는 뜻이라 별무늬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담임 선생님과 할머니의 도움으로 호시노가 잡은 왕나비가 나가노에서부터 날아왔고, 별무늬 표시를 한 사람이 같은 학년의 남자아이, 류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선생님은 별 표시를 낙서라고 했지만 호시노는 류세이의 특별하고 소중한 생각이 담긴 것 같다. 호시노는 류세이에게 별과 등호, 숫자 100의 의미를 묻는 편지를 써 보내면서 설렌다. 호시노와 류세이는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편지를 주고받는다. 왕나비로 이어진 두 아이는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내보이며 천천히 회복해간다. 왕나비의 힘찬 날갯짓처럼 내일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두 아이의 이야기가 뭉클하다.(김인숙)
저듸, 곰새기 -제주 돌고래, 동물 행동 관찰기
장수진 글, 사진│김준영 그림
아이들은자연이다│2018.12.21│80쪽│자연의 세계│12~13세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바다로 돌아갔다. 2017년까지 ‘생명다양성재단’ 소식지에 실렸던 이들에 관한 글을 어린이책에 맞게 재편집했고 2018년 내용을 보탰다.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낸 나라는 꽤 있지만 방류된 돌고래가 새끼 낳은 것을 기록한 것은 제주의 돌고래가 유일하다고 한다. 오랫동안 관찰하고 연구해 온 과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생태가 멋지게, 즐겁게,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호기심이 많아 스스로 가두리를 떠난 삼팔이, 신중하고 우직한 춘삼이, 좀 늦된 제돌이. 돌고래들도 각자 성격이 있다. 방류를 준비하면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돌고래들은 바다로 돌아가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온전히 자신들이 살던 바다로 되돌아’ 간 것이다. 새끼로 추정되는 죽은 돌고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시월이 이야기는 죽은 자식에게 일어나라고 애원하는 엄마의 모습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사진에 만화형식을 더해 더 쉽고 재미있다.(홍숙경)
심사정-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
이예성 글
나무숲│2018.11.23│48쪽│13,000원│우리 미술│12~13세
조선 시대 문인 화가 심사정의 삶과 작품을 소개한다. 현재 심사정은 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과 더불어 삼재로 부른다. 명문가 자손으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의 역모 사건으로 벼슬길이 막혀 그림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힘겨운 현실에서도 화보를 따라 그리며 그림에 몰두한 결과 문인화의 틀을 벗어나 독창적인 기법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다. 글쓴이는 화가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작품을 설명한다. <초충도> 속 가을 풀잎에서 떨고 있는 메뚜기, <설죽숙조도> 속 눈 쌓인 대나무 가지 위에 얼굴을 묻고 졸고 있는 작은 새에서 고단한 화가의 처지를 헤아린다.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 영모화 등 심사정의 다양한 그림을 크기에 변화를 주어 짜임새 있게 배치하였다. 그 중 <촉잔도>는 가로 길이 8m가 넘어 네 쪽에 거쳐 실려 있다.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의 삶을 보듯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부록에 <호응박토>, <파교심매> 등 ‘옛그림의 제목 읽기’도 실려 있다.(배숙영)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유승하 만화
창비│2018.1.25│216쪽│15,000원│만화│12~13세
2015년 개관한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야기이다. 연이네 가족이 도서관의 주인이 되는 과정을 연이 이모 김민지의 변화에 맞추어 그렸다. 구산동은 열 곳이 넘는 학교가 있는 동네임에도 문화 시설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동주민센터 건물 3층에 자리한 작은 어린이도서실은 책을 읽거나 동무를 만나기 위한 장소로 이용자가 넘쳤다. 제대로 된 도서관을 상상하며 엄마들을 중심으로 기획안을 만들었으나 늘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도서관은 수익이 나는 곳이 아니기에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일도 큰 문제였다. 지역 단체 5곳을 중심으로 힘을 모았지만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10년이 넘게 걸렸다. 열람실이 없는 도서관,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도서관, 주택 8채를 이어 붙여 만화 서고를 둔 도서관, 방이 55개나 되는 이 도서관 이름에 왜 ‘마을’이 붙었는지 알게 된다.(이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