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5일 시행 전 |
주5일 시행 후 |
향후 | ||
외출 |
생활권 내 |
가족과 함께 |
18.1 |
22.3 |
24.4 |
가족과 따로 |
15.7 |
15.5 |
14.1 | ||
생활권 밖 |
가족과 함께 |
12.9 |
18.0 |
23.1 | |
가족과 따로 |
13.1 |
15.1 |
14.1 | ||
합계 |
100 |
100 |
100 |
자료: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보고서
<표 2> 현재와 주5일 근무제 시행 후의 주말 여가시간 비중의 예상변화(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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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
영세상공인 | ||||
현재 |
주5일 근무제 시행 후 |
현재 |
주5일 근무제 시행 후 | |||
외출 |
생활권 내 |
가족과 함께 |
20.0 |
23.4 |
20.1 |
21.8 |
가족과 따로 |
14.9 |
13.8 |
16.5 |
16.0 | ||
생활권 밖 |
가족과 함께 |
14.3 |
23.2 |
15.9 |
19.9 | |
가족과 따로 |
11.8 |
13.1 |
16.3 |
17.3 | ||
합계 |
100 |
100 |
100 |
100 |
자료: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보고서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누구와 함께 여가를 보내고 있는가 또는 보낼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80.7%를 차지해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건전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여가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47.5%가 가족여가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다. 그 뒤를 이어서 문화예술프로그램(16.9%), 생활체육프로그램(11.8%), 자기계발프로그램(11.5%) 등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가족여가프로그램이라는 응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러한 응답은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이혼률로 말미암아 가족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경제위기 이후로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족의 중요성이 증대한데에도 기인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주5일 근무제는 가족해체의 위기와 가족통합의 기회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다.
5. 주5일 근무제와 교회
가. 주5일 근무제와 종교생활
주5일 근무제는 여가와 노동에만 변동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종교생활에도 엄청난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상기 보고서에 의하면, 주5일 근무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은행원들 중에서 주말에 가장 많이 참여한 활동이 종교활동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주5일 근무제 실시 이전 3.7%에서 실시 이후 3.8%로 증가하였으나, 향후로는 2.5%만이 종교활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나 영세상공인들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종교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공무원은 6.3%에서 2.2%로, 영세상공인은 18.8%에서 8.6%로 떨어진다. 이러한 의식조사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주5일 근무제는 교회에 상당한 위기로 다가 올 가능성이 높다.
나. 주5일 근무제와 목회
따라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대비는 목회현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가 되어야한다고 본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한국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가 72.4%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는 교회는 2.1%에 불과한 실정이다(기독교보 2003년 10월 1일자, 정인교 2004: 41-42에서 재인용).
이러한 조사연구 결과는 목회자들이 주5일 근무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비책을 세워서 시행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실질적인 대비책을 세운 교회는 2.1%에 불과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가져 올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전지구적 여가변동과 최근 한국사회의 여가변동에 대한 연구 그리고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목회적 대비의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제안한다.
첫째, 민족정체성이 구현된 목회가 절실히 요청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전지구가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정체성 정치를 펼쳤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나라, 콜라보다 자국 음료수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나라라는 외형적 여가현상은 한국인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민족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주5일 근무제는 이틀간의 연휴를 허용함으로써 여가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다. 독서․영화관람․대중음악감상 등 여가활동을 통하여 강한 민족정체성 정치를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5일 근무제는 민족정체성을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을 주당 하루 더 늘림으로써 한국인의 민족정체성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 따라서 민족정체성이 구현된 목회가 요청되고 있다. 미국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목회프로그램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 한국화해야 한다.
둘째, 가족목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주5일 근무제의 시행과 함께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여가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 중심의 목회가 요청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하루 더 늘어나면서 이전에 잠재되어 있던 가족갈등이 현재화 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에 가족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가족응집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족목회프로그램도 절실히 요청된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주4일제(주 28.8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이혼율이 급증하는 사례가 나타나서 가족해체가 사회문제로 대두한 적이 있다. 볼프스부르크시의 사례인데, 폴크스바겐 자동자공장이 이 도시는 지난 1994년에 노사 양측의 합의로 주4일제를 전면 실시했다. 이 조치로 모두 30,000개의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혼율이 약 60%나 증가한 것이다(최균호 2003: 105-115).
가족끼리 함께 있거나 같이 여가를 즐기는 것만으로는 가족응집력을 높일 수 없다. 볼프스부르크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족여가는 오히려 가족해체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 즉,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 노동시간의 감소와 여가시간의 증대는 잠재적인 가족갈등을 현재화시키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양성평등에 기초한 가족관계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 주5일 근무제 또는 주4일 근무제 실시시기라고 할 수 있다(최석호, 2003: 52-53).
셋째, 지금은 치유목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로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청년실업과 조기퇴직 등으로 실업률이 높아졌다. 매일 30명가량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위기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주5일 근무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 돈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은 한 동안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위기 가운데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화해․용서 그리고 사랑의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병든 영혼을 치유하는 치유목회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Ⅲ. 결론 - 선한 즐거움으로 연단
그리스도인은 놀이와 여가를 도외시 한 교회의 오류를 반복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노동에서처럼 여가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휴일을 이윤창출의 기회로 전환하려고 하는 자본의 여가상업화 시도에 맞서서 절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선한 즐거움을 추구(여가생활)할 수 있도록 연단해야 할 것이다(Ryken, 1995: 259-268).
또한 한국교회는 후기근대사회의 도래와 함께 여가를 창조성과 삶의 질 향상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맥락변동과 한국인의 의식변화를 잘 파악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여가와 놀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하여 개혁신앙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패러다임이 전환된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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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균호. 2003. “더 적게 일하면 불행해 지는가?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주 28.8시간 근무제 도입과 가족생활 및 여가생활의 변화”. 한국여가문화학회. 『학술발표 논문집』
최석호. 2003. “여가와 교회 그리고 그리스도인”. 『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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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er, Staffan B. 1970. The Harried Leisure Class. Columbia University Press.
Schor, Juliet B. 1992. The Overworked American - The Unexpected Decline of Leisure. Basic Books.
[바로 서는 한국사회―전문가 기고] 놀이문화, 우리도 정부가 나설 때
국민일보 2004-04-18 15:45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되면서 여가시간,여가공간,여가활동,여가생산과 소비 등이 노동으로부터 분리돼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 사회에 접어들어서는 삶의 주된 관심이 노동에서 여가로 이전됐고 노동시간이 줄어든 대신 자유시간이 늘어났다.
21세기에는 일이 아닌 여가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여가산업도 급속하게 팽창하여 여타 산업생산을 압도할 정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음에 따라 여가의 사회적 중요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여가를 국민들만의 문제로 방치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정부가 나서서 여가를 국민들의 일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의 경우 여가권리를 보장하고 여가복지 혜택을 골고루 제공하기 위해서 1973년 콥햄보고서(Cobham Report)를 채택하여 혁신적인 여가개혁을 추진했다. 이 보고서에 따라 영국 정부는 공공부문 여가시설을 여가센터(Leisure Centre)로 통합해 시설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했고, 여가관리사(Leisure Manager) 제도를 도입, 여가프로그램 개발과 여가센터 운영의 전문화를 기했다. 또 대학에 여가관련 학과 개설을 유도, 여가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여가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양성했다.
일본에서도 1972년 정부 내에 여가부서를 신설하고 재단법인 여가개발센터를 설립해 체계적으로 여가문제에 접근했다. 그로부터 30년 후인 지난 2001년에 임무를 종료할 때까지 ‘여가산업에 대한 적절한 정비와 유도’, ‘국민 여가의식 계발’, ‘여가를 통한 공동체의 복원’ 등과 같은 여가정책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일본이 주5일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 1987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여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왔으며 또한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
영국과 일본이 1970년대 초반부터 여가개혁을 추진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여가를 철저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간주하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주5일제 실시 이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두지 못한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주5일제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부 내에 여가관련 부서도 없고 관련 정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서둘러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전문 인력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여가정책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곧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석호 명지대 여가문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
TBS 칼럼 제1회 - 주5일 근무제와 여가 (교통방송 2005.7.1. 08:46)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명지대학교 여가문화연구센터에서 문화관광부의 용역을 의뢰받아 2004년 1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 은행원․공무원․영세상공인 등 모두 1,55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경험적 조사연구의 결과를 보면, 주5일제가 전면 실시되기 전에 이미 주5일제를 시행한 은행원의 경우에 전체의 80% 이상이 노동강도가 강해졌다고 응답했으며, 아직 주5일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과 영세상공인도 각각 70%와 50%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68%의 은행원이 주5일제 실시 이후에 퇴근시간이 늦어졌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은 61%가 영세상공인은 52%가 늦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78%의 은행원들이 업무능률이 높아졌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은 80%가 영세상공인은 48%가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요컨대, 주5일 근무제는 이틀간의 연휴를 주는 대신 닷새 동안의 노동시간을 늘임으로써 주당 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고, 노동강도와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주당 4시간의 노동력 결손을 보전할 것이다.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평일의 노동강도와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늘어난다면, 매 주 이틀간의 연휴를 적극적이고 동적인 여가활동으로 보내기는 힘들 것이다. 적극적이고 동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주중에 더욱 높아진 노동강도와 늘어난 노동시간으로 말미암아 여가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휴 2일제는 외식산업이나 가정 내 여가 그리고 대형마트 등과 같은 도․소매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여가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형성했다. 그러나 시간과 활동을 설계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버리기 때문에 정적이고 수동적인 여가활동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는 다시 활동에 깊이 몰입할 수 없게 만들고 따라서 여가만족도는 더욱 낮아진다.
따라서 주휴 2일 동안의 연속적인 휴일은 즐거움이 되기보다는 괴로움이 될 가능성이 높고, 기회이기 보다는 위기일 가능성이 높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여가는 대충하는 사람에게 여가는 괴로움이자 위기로 다고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주5일 동안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주2일 동안에도 열심히 놀아야 한다.
TBS 칼럼 제2회 - 현대사회와 여가 (교통방송 2005.7.8. 08:46)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현대사회는 움직이고 있는 사회다. 현대성(Modernity)을 상징하는 것은 걸어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기차승객・비행기승객・자동차 운전자 등이다. 20세기의 조직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포드가 자동차를 대량생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현대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장거리 교통과 여행 그리고 급속한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는 여가사회다. 생산보다는 소비를 위한 이동이 점차로 중요해 지고 있으며, 일이 아닌 여가를 주요한 맥락으로 하는 소비사회가 등장했으며, 삶의 주된 관심 자체가 일이 아닌 여가로 이동하고 있다. 일터와는 판이하게 다른 규범이 작동하고 있는 여가공간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가공간에서 보내는 시간과 소비하는 돈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여가는 예술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생활이 예술작품으로 변하게 했으며 기호와 이미지의 빠른 흐름을 주도했다는 의미에서 일상생활을 미학화(Aestheticization)하고 있다.
이처럼 여가는 사회변동과 맞물려서 같이 변동하고 있기 때문에 여가변동을 통해서 사회변동을 읽을 수 있고, 사회변동을 통해서 여가변동을 파악할 수도 있다. 현대사회가 전통사회와 다른 점은 일과 여가를 분리시켰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여가는 상업화(commercialization)되었다. 다른 한편, 현대사회가 형성한 여가 트렌드에 대항하는 변동도 발생했는데 그것이 여가의 민주화(democratization)다. 여가의 상업화는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을 즐겁게 해 주겠다는 것이고, 여가의 민주화는 돈으로 여가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시간으로 여가문제를 풀어가자는 운동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동을 통해 여가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고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따라서 ‘늘어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여가로 말미암아 형성된 기회를 최대화하고 위기를 최소화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환원된다. 결국 관건은 상업화가 위기의 근원이라면 이를 기회로 전환하고, 민주화가 기회의 근원이라면 이를 실현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힘든 문제 같지만 사실 의외로 간단하다.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쓰려고 하지 말고 직장동료들과 일이 아닌 여가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착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인가’를 궁리하면 된다.
TBS 칼럼 제3회 - 가족여가 (교통방송 2005.7.15. 08:46)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한 주에 하루 반나절을 쉴 때에는 여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없었으나 한 주에 이틀을 쉬게 되면서 여가가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아 본적도 없고 노는 방법을 배워본 적도 없어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의 사례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폭스바겐 공장이 있는 이 도시는 지난 1994년 노사 양측의 합의로 주 3.5일 근무제를 전면 실시했다. 사용자는 해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30,000개의 일자리를 보전해 주는 대신에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일자리 보전에 따른 비용을 상쇄할 수 있었다. 노동자는 임금 20%를 삭감하는 대신에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이익을 보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혼율이 60%나 증가한 것이다. 보다 많은 여가는 가족의 해체를 촉진하는 것일까? 아니다. 문제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였다. 주 3.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가족들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군림하려고 하는 가부장의 권위를 견디지 못하고 가족이 해체된 것이다. 즉, 평등한 가족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단축은 가족해체라는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가장 뚜렷한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여가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휴 2일제를 실시하면서 가족과 함께 주말여가를 보낸다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족과 함께 주말여가를 보낼 계획인 사람의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주5일제 실시 이후 누구와 함께 여가를 보내고 있는가 또는 보낼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80.7%를 차지해서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상의 조사연구 결과와 독일의 사례를 동시에 고려하면, 노동시간의 단축과 가족여가의 증가는 평등한 가족관계의 형성과 동시에 진행되어야만 가족의 해체를 막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최근에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우려되는 바가 크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를 더 많이 가지려고 계획하는 만큼 보다 평등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TBS 칼럼 제4회 - 여가정책 (교통방송 2005.7.22. 08:46)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이행되면서 여가시간, 여가공간, 여가활동, 여가생산과 소비 등이 노동으로부터 분리되어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한편 중상층의 이데올로기였던 노동윤리가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여가는 노동의 부산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후기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자유시간이 늘어났으며, 일이 아닌 여가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여가산업도 급속하게 팽창함에 따라 여가의 사회적 중요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여가의 중요성 증가로 말미암아 선진 외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여가를 국민들의 일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의 경우, 여가권리를 보장하고 여가복지 혜택을 골고루 제공하기 위해서 1973년 영국정부에 제출된 콥햄보고서(Cobham Report)에 의거하여 혁신적인 여가개혁을 추진했다. 공공부문 여가시설을 여가센터(Leisure Centre)로 통합하여 시설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했고, 여가관리사(Leisure Manager) 제도를 도입하여 여가프로그램 개발과 여가센터 운영의 전문화를 기했으며, 대학에 여가관련 학과 개설을 유도하여 여가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여가전문가를 양성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72년 정부 내에 여가부서를 신설하고 재단법인 여가개발센터를 설립하여 체계적으로 여가문제에 접근했다. 그로부터 30년 후인 2001년에 임무종료 할 때까지 “여가산업에 대한 적절한 정비와 유도, 국민 여가의식 계발, 여가를 통한 공동체의 복원” 등과 같은 여가정책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주휴2일제(주5일제)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 1987년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여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왔으며 또한 치밀하게 준비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영국이 여가복지 향상, 여가권리 보장, 고품질의 여가서비스 제공 등을 목표로 1970년대 초반부터 여가개혁을 추진한 것과 달리 한국정부는 여가를 방치하고 있다. 일본이 주휴2일제를 시행하기 위해서 15년 전부터 준비한 것과 달리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에는 정부 내에 여가부서도 없고 변변한 국책연구소도 없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여가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단계적으로 해야 할 때다.
TBS 칼럼 제5회 - 여가의 세계화 (교통방송 2005.7.29. 08:46)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경제적 세계화로 말미암아 개별 민족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는 줄어들어서 전지구와 연결되느냐 아니면 고립되느냐 외에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 와중에서 우리가 지난 1997년 12월에 경험한 외환위기는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의 문제였으며, 대한민국이라는 민족국가가 경제운용을 잘 못해서 나온 결과만은 아니었다.
세계화를 그렇게 외쳐댔으면서도 이러한 지구적 차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적 세계화의 덫에 걸려들었다. 모든 시장을 개방해야 했으며, 행정적 규제를 철폐해야만 했고, 노동력을 서둘러 유연화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아도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진 농촌의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쌀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마당에 여가시장은 예외가 될 수 없었고, 여가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기업은 합병당하고, 우리는 직장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돌파구는 국가의 정책적 개입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대기업의 경쟁력 회복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 세계화로 말미암아 초래된 생존 그 자체의 위기 가운데서 정체성 위기를 겪었던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서태지’의 음악을 선택해서 ‘뉴 키즈 언 더 블록’을 대체했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대신에 서편제를 봤고, 콜라 대신에 매실음료를 마셨다.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이 세계화와 함께 여가활동 전반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읽었던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본 영화(서편제․친구․공동경비구역 JSA․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와 공연(명성황후․난타), 들었던 대중음악(서태지) 등은 한결같이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정부가 경제적 세계화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대기업은 국민들의 금반지까지 빼앗아 갔지만,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여가를 통하여 우리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정체성 정치를 펼침으로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담보해 냈다. 따라서 지난 세계화 10년 동안 우리에게 여가는 즐거움이기도 했지만 괴로움이었으며, 일상적인 삶이면서 동시에 생존을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