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여행-20
나강석은 주저하지 않았다.
"오케이. 좋다. 그렇게 가자~"
그들이 오타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정각이었다. 이것은 오타와가 시작되는 싸인을 지난 시각을 의미한다. 오딧세이는 다시 동북쪽으로 달려 켄트 스트릿을 지나 가까이 오타와 강이 서쪽으로 보이는 5층 아담하고 깨끗한 호텔로 들어갔다.
그들은 첵크인을 하고 5층 서쪽 끝에 있는 508호 실로 들어갔다. 그 동안 박윤주는 나강석의 옆에서 혹은 뒤에서 함께하였다.
룸은 2개의 퀸싸이즈 침대가 있었고 넉넉한 공간에 샤워실 공간도 시니어용이라 넓었다. 놀라워하던 박윤주가 입을 열었다.
"여보~ 방이 이렇게 넓고 깨끗해서 아주 좋아요. 저쪽 창에서는 강과 오래된 건물들이 보여요. 저는 아직 꿈에서 못 깨어나고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들뜨고 흥분되어 가늘고 간들어졌다. 정말 젊은 신부의 목소리 같았다.
"그래. 윤주야~ 조금만 더 있다 깨어나. 내가 화장실하고 침대 밑 그리고 거울 등 살펴 보고 마칠 때까지."
그의 음성도 부드러웠다. 그가 살펴보기를 마치고 아직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박윤주 곁에 갔을 때까지 꿈에 취해 있었다.
"저곳이 의사당이고 그 아래가 법원 건물이고 그 뒤로 흐르는 강이 오티와 강이야."
"어머~ 언제 옆에 와 있었어요. 저 경치들, 정말 아름다워요. 과연 캐나다 다워요."
그렇게 광경에 취한듯 말을 마치며 고개를 옆에 선 강석의 가슴에 기대게 하였다. 이때 놀란듯 피하면 상황은 끝나는 거다. 그럼데, 나강석은 조금 더 박윤주 쪽으로 움직여 그녀가 기대기 편하게 해 주었다. 그때였다. 그녀가 오른 팔을 들어 나강석의 허리를 감쌌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여보~"
그는 박윤주의 애틋한 부름을 들으며 그의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위로 올려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로부터 포근히 감싸안긴 느낌은 박윤주로 하여금 편안한 행복을 가지도록 하였다.
"오빠. 여보~ 저는 이렇게 남자의 팔에 쌓여 편안해 본적이 처음이예요.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이 나이에 사랑하는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건가요. 저기 넘어가는 해가 만든 황혼이 지금 왜 이렇게 아름답데요."
그녀는 사춘기 소녀같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자연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것이다. 그 사춘기 같은 마음으로 황혼을 보고 있으니. 그녀의 그런 아름다운 마음의 얼굴 옆 모습을 보던 강석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우리는 이제서야 둘이서 저 황혼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는거야. 황혼은 아름다워. 그러나 곧 져야 돼. 우리의 슬픔이 저 아름다움 속에 있는거야. 윤주야. 이런 생각은 예술가들이 하는거야. 우리는 예술가가 되어서는 안돼. 그냥 평범한 노인이어야 하는거야. 황혼을 삶의 마지막으로 받아들이고, 그 황혼을 후회없이 보내야 해. 짧지만 긴 혹은 길지만 짧은 황혼은 당사자가 만드는 거야."
"잠깐만, 오빠. 그 짧은 황혼을 오빠와 저 우리가 후회없는 황혼을 아름답게 보내면 안될까요?"
말을 마친 윤주는 고개를 들어 강석을 봤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어려있었다.
그녀를 보던 강석이 두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잡고 어루만지며 살며시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대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고 눈을 감았다.
"오빠. 사랑해요. 이 나이에 무슨 주책이냐고 탓해도 저는 오빠를 사랑해요. 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빠를 지켜봤어요.
첫댓글
아름다운
로맨스가 찐하게 시작되겠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