庭前柏樹子

[청라]

조주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이다.”

“화상께서는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보이지 마십시오.”

“나는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이다.”

趙州因僧問。如何是祖師西來意。師曰。庭前柏樹子。曰和尚莫將境示人。師曰。我不將境示人。曰如何是祖師西來意。師曰。庭前柏樹子。

頌曰。

뜰 앞에서 잣나무가 땅 가운데에서 자라는데

소와 쟁기로 준령에서 (밭을) 가는 것을 빌리지 않는다.

서쪽에서 오는 일천 가지의 길을 바로 보였으니

울창하고 빽빽한 숲은 눈(眼睛)이다. (분양 소)

庭前柏樹地中生。不假牛犁嶺上耕。

正示西來千種路。鬱密稠林是眼睛。(汾陽昭)。

취산: 

울창하고 빽빽한 숲이여, 홀로 우뚝해서는 숲을 이루지 못하는데, 울창해서는 누구의 일인가?

뜰 앞의 잣나무를 조주(趙州)에서 말하고

여릉의 쌀값을 길양(吉陽)에서 펼쳤다.

세 살 아이라도 염(念)할 수 있지만

팔십 늙은이라도 (어찌) 회(會)했다고 하리오. (부산 원)

庭前柏樹趙州道。廬陵米價吉陽敷。

三歲兒童皆念得。八十翁翁會也無。(浮山遠)。

취산: 

조주와 길양이여, 조주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를 말하여서 조사의 뜻을 보였고 청원화상은 ‘여릉의 쌀값’을 물어서 불법의 큰 뜻을 보였다.

회(會)함이여, 말하기를 ‘서쪽 오랑캐가 일찍이 회(會)를 얻지 못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겠는가?

※廬陵 - 여릉군은 곧 길주로 오늘날 강서성 길안시에 위치하였다. 廬陵郡, 就是吉州。現在江西省吉安市。

조주의 뜰 앞의 잣나무여

천하로 선객이 달린다.

자식을 기르는 데는 크게 가르치는 것만 함이 없는데

크게 마친 작가 도적이로다. (자명 원)

趙州庭前柏。天下走禪客。

養子莫教大。大了作家賊。(慈明圓)。

7백 갑자의 노선화(老禪和)여

그가 집안과 나라의 고초를 평온하게 하였다.

서쪽에서 온 뜻을 물으니 뜰의 잣나무를 가리켜서

도리어 천하로 하여금 창과 방패를 동(動)하게 하였다. (설두 현)

七百甲子老禪和。安貼家邦苦是他。

人問西來指庭柏。卻令天下動干戈。(雪竇顯二)。

취산: 

7백 갑자여, 120세 조주로다.

창과 방패를 동(動)하게 하였음이여, 또다시 서로 다투며 전쟁을 하였다.

천리(에 뻗은) 신령한 기틀은 친근하기 쉽지 않는데

용이 용의 새끼를 낳는 것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조주가 연성벽(連城璧: 화씨의 벽옥)을 빼앗아서는

진왕(秦主)과 상여(相如)가 모두 몸을 잃는다. (설두 현)

千里靈機不易親。龍生龍子莫因循。

趙州奪得連城璧。秦主相如總喪身。

취산: 

천리의 신령한 기틀이여, 조주성의 광채가 천리까지 뻗치었다.

용이 용의 새끼를 낳음이여, 석가는 석가이고 조주는 조주이다.

문에 들어왔다면 구지 기틀을 가려낼 필요가 있으리오.

늙은이가 선화자(禪和子)를 뒤집었어도 스스로 알지 못하였다.

잣나무 뜰 앞을 지금 지적해보였으니

법령을 뒤집어서 평지에 침추(針錐: 송곳)를 찔렸다. (설봉 열)

入門何必辨來機。老倒禪和不自知。

柏樹庭前剛指示。反令平地下針錐。(雲峰悅)。

취산: 뜰 앞의 잣나무여, 송곳의 날카로움은 네모진 끌이 아니다.

※針錐 - 錐子

조주에게는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이 있으니

선객이 서로 고금에 전하였다.

잎을 따고 가지를 뒤적여 비록 이해(解)가 있어도

모름지기 홀로 (우뚝한) 나무는 숲을 이루지 않음을 알아야 하리라. (황룡 남)

趙州有語庭前柏。禪者相傳古到今。

摘葉尋枝雖有解。須知獨樹不成林。(黃龍南三)。

취산: 

숲을 이루지 않음이여, 서쪽 오랑캐가 다만 지(知)했을 뿐, 회(會)를 얻지 못하였다.

뜰 (앞) 잣나무의 창창(蒼蒼: 푸르고 푸름)으로 조심(祖心: 조사의 마음)을 보였는데

조주의 이 말이 총림에 퍼졌다.

반근포절(盤根抱節)은 금지(金地)에 있으니

선자(禪者)는 격외(格外)에서 찾는 것을 그만두라. (황룡 남)

庭柏蒼蒼示祖心。趙州此話播叢林。

盤根抱節在金地。禪者休於格外尋。

취산: 

뜰 (앞) 잣나무의 창창(蒼蒼: 푸르고 푸름)으로 조심(祖心: 조사의 마음)을 보임이여, 조사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남의 물건을 빌려서 사용하였다.

※抱節 - 堅守節操。

※錯節盤根 - 樹木的根幹枝節盤屈交錯。比喻事情錯綜複雜，不易理解。

만 가지 나무는 시절을 따라 시드는데

조주의 뜰 앞 잣나무는 언제나 길이 번영하였다.

서리(霜)를 업신여길 뿐 아니라 정절(貞節)을 끌어안아서는

어찌 청음(清音)을 연주하며 월명(月明)을 마주하리오. (황룡 남)

萬木隨時有彫喪。趙州庭柏鎮長榮。

不獨淩霜抱貞節。幾奏清音對月明。

취산: 

서리(霜)를 업신여김이여, 남전의 고양이가 초산(楚山)의 험준함을 돌아보지 않았다.

월명(月明)을 마주함이여, 어젯밤 삼경에 달이 창문에 비추었다.

※不獨 - [not only] 不但、不只。

※청음(清音) - 쓰촨(四川)성 지방에서 유행하던 민간예술의 일종. [비파나 이호(二胡) 따위로 반주함]. 결혼·장례식 때에 연주하는 취주악.

조주를 전혀 범하지 않는 공부라면

얼굴을 마주해 어찌 미세하고 거침이 있으리오.

거듭거듭 그대에게 보여도 그대가 보지 못하는데

뜰 앞의 잣나무에는 본래 없었다. (도솔 열)

趙州全不犯工夫。覿面寧存細與麤。

重疊示君君不見。庭前柏樹本來無。(兜率悅)。

취산: 

전혀 범하지 않는 공부여, 누가 조주의 뜻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본래 없음이여, 잣나무에는 본래 조사의 뜻이 없었다.

깊은 (조주)원에는 반근(盤根: 단단하게 엉킨 뿌리)에 취색(翠色: 초록빛)이 그윽한데

늙은이가 일찍이 선류(禪流: 선객)에게 가리켜보였다.

해마다 변함없이 상절(霜節: 서릿발과 같은 절개)을 업신여기는데

아래로 부는 청풍이 언제 그치리오. (정각 일)

深院盤根翠色幽。老師曾指示禪流。

年年不改淩霜節。下載清風何日休。(正覺逸)。

취산: 

상절(霜節: 서릿발과 같은 절개)을 업신여김이여, 추위가 몰아쳐도 자신의 뜻을 꺾지 않는다.

아래로 부는 청풍이여, 뇌란춘풍이 그칠 날이 있으리오.

※상절(霜節) -

1. 指竹。唐 白居易 《題盧秘書夏日新栽竹》詩： “久持霜節苦， 新托露根難。” 宋 蘇軾 《谷林堂》詩： “稚竹真可人， 霜節已專車。”

2. 猶霜操。 堅貞的節操。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의 뜻

조주의 뜰 앞 잣나무에

삼동에 땅을 깎는 추위이다.

곳곳의 푸른 수양버들은 말을 묶어둘만 하고

집집마다의 문은 장안으로 통한다. (천의 회)

趙州庭前柏。三冬刮地寒。

處處綠楊堪繫馬。家家門下透長安。(天衣懷)。

취산: 

곳곳의 푸른 수양버들이여, 그대가 몸소 조주의 돌다리에 이르렀다.

사람이 뜰 앞의 잣나무를 묻는데

나는 영남객(嶺南客)이다.

납월(臘月: 섣달12월)의 하늘(天: 날씨)을 떠올려보니

눈 속에서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해인 신)

人問庭前柏。予是嶺南客。

反憶臘月天。雪裏梅花拆。(海印信)。

취산: 

영남객(嶺南客)이여, 육조는 대유령을 넘어서 남쪽으로 갔다.

눈 속에서 매화꽃이여, 고목에서 꽃이 핀다.

※영남(嶺南) - 오령(五嶺)의 남쪽으로 지금의 광동, 광서를 일컫는다. 泛指五嶺以南的地區。廣東。因其在五嶺以南，故通稱為「嶺南」。指中國五嶺以南的地區, 就是今天廣東、廣西一帶。

※오령(五嶺) - 호남, 강서 남부에서 광서에 어울리고 광동 북부의 경계부분에 위치한 월성령, 도방령, 맹저령, 기전령, 대유령을 가리킨다. 指在湖南、江西南部和廣西、廣東北部交界處的越城嶺、都龐嶺、萌渚嶺、騎田嶺、大庾嶺

스님이 서쪽에서 온 뜻을 물으니

조주가 잣나무라고 대답하였다.

가죽 아래에 만약 피가 있어서는

관차(官差)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취암 진)

僧問西來意。趙州柏樹酬。

皮下若有血。官差不自由。(翠巖真)。

취산: 

가죽 아래의 피가 있음이여, 먼 곳을 향하여 합장하며 의리와 절개가 다하지 않았다.

자유롭지 못함이여, 일을 다 마치지 못해서는 결국 관리의 일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官差 - ① 관청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할당된 일 ② 관청의 하급 관리 ③ 관청의 심부름꾼

푸르고 푸른 뜰의 잣나무를 언제 심었을까?

조사의 뜻을 분명하게 조주에서 보였다.

바다가 상전(桑田: 뽕밭)으로 변함에는 다함이 있지만

영묘(靈苗: 신령한 싹)에는 그림자도 없고 시들지도 않는다. (조각 총)

靑靑庭柏何年植。祖意分明示趙州。

海變桑田有窮劫。靈苗無影不凋秋。(照覺總)。

취산: 

바다가 상전(桑田: 뽕밭)으로 변함이여, 세월이 흐르면 바다가 산이 된다.

영묘(靈苗: 신령한 싹)여, 뜰 앞에는 푸른 잣나무가 있다.

※桑田碧海 - 典故名，典出《神仙傳》卷七〈麻姑〉。桑田，農田。大海變成桑田，桑田變成大海。比喻世事變遷極快、極大。

(대자연의) 조화(造化)는 삿됨이 없고 생각의 힘이 아니니

하나하나가 청청하고도 차가운 빛이다.

장단대소(長短大小)가 눈앞에 있었어도

우습게도 당시 사람이 회(會)를 얻지 못하였다. (진정 문)

造化無私不思力。一一靑靑歲寒色。

長短大小在目前。可笑時人會不得。(真淨文)。

취산: 

장단대소(長短大小)가 눈앞에 있음이여, 모든 자초지종의 정황이 눈앞에 놓여있다.

※靑靑 - 머리카락이 검다. 초목이 비취색인 모양을 나타낸다. 形容鬢髮烏黑。形容草木翠綠的顏色。

[출처] 조주종심선사-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작성자 byunsdd

[청라]

어젯밤 꿈의 깊은 곳에서 "庭前柏樹子"의 화두에 들었다. 꿈에서나마 화두가 풀릴 듯한 한 이미지를 얻었다. 하루 종일 이 이미지를 붙들고 있다가, 다시 문자("鬱密稠林是眼睛")로 돌아와 또 다른 질문 앞에, 더 단단한 화두 앞에 선다: "울창하고 빽빽한 숲이여, 홀로 우뚝해서는 숲을 이루지 못하는데, 울창해서는 누구의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