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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이틀 중에 일요일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토요일에 둘레길 길나섬을 하기로 했다.
사실 요즘 같이 연일 폭염 주의보가 빈번하는 시즌에는
옥외는 피하고 옥내에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겠지만
중장기적인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라도 짧은 구간의 길나섬이라도 나서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길나섬을 하기로 했다.
두주 전쯤 비슷한 더위 환경에 나섰다가 고생한 기억이 뚜렷하고
또한 체력의 한계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이번에는 크게 구간을 길게 잡지는 않고
또한 평지와 산지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한 구간 정도의 거리로 정했다.
7월 말로 공식적으로 장마가 끝났다고 하기 때문에,
비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대신 혹서에 의한 탈진도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컨디션 봐서 거리를 조절하는 유연함은 항상 갖고 있고 말이다.
보통 때도 그렇지만 요즘 같이 한낮의 기온이 급등하는 시즌에는
새벽 일찍 시작해서 해가 중천에 오르기 전에
걷기를 마무리를 지어야 이상적인데
어제는 오전에 일이 있어서 오전 늦은 시간에 길나섬 출발을 할 수밖에 없어
크게 난이도가 크지 않고
또한 산지 구간과 평지가 적당히 섞여 있는 안양천과 사당 구간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정하였다.
기존에는 구간 설정을 위해 출발과 도착 지점을
둘레길의 구간과 정확하게 일치하여 진행하였다.
그래서 도봉산역, 화랑역, 광진역... 등이 접근 지점이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으로,
방향도 순방향과 역방향을 혼합하고 있고
또한 출발점과 도착 지점도 자유롭게 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야 접근로 근처의 지역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걷는 도중 계곡의 시원한 물이라도 만나면 발을 담그고,
고즈넉한 벤치라도 만나고 주위가 조용하여 사람이 없다면
잠시 누워보는 호사를 부려 보기도 한다.
그래서 어제 구간은 6구간 안양천 구간의 구일역부터
5구간 관악산-삼성산 구간의 서울대 입구까지 구간으로 결정했다.
전체적인 거리는 약 15km 정도 구간이다.
한 낮에 도착한 생전 처음 와보는 구일역은
전철에서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는 텅텅 비어 있는 역이었다.
대신 건너편 고척돔 옆의 고수부지에는 여름 텐트촌이 북적이고 있었다.
그런데 구일역보다 더욱 텅 비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안양천 벚꽃길이다.
안양천의 성수기 비수기가 아주 뚜렷해서
벚꽃이 한참 개화하는 봄 시즌과 아름드리 낙엽이 지는 가을 시즌 외는
사실 그리 많은 인기 있는 길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벚꽃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늘이 져 있고 나름 운치가 있는 길이지만
어제는 그나마 좀 걷던 사람들조차 없는 휑한 길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발견된(?) 사람은 안양길 중간 중간에 있는 원두막 같은
쉼터에서 삼삼오오도 아닌 혼자서 잠을 자거나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비둘기들 조차도 더위 때문인지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여름 핫 시즌에 안양천에 가장 붐비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금천구의 어린이용 풀장과 그 옆의 대교 아래 그늘이다.
분수로 뿜어져 나오는 물안개 속에 아이들은 신나서 놀고 있으며
아이들 케어를 빙자로 해서 물에 들어간 어른들로 북적였다.
나도 연령대가 맞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곳.
어쩌면 어제 구간의 하이라이트 지점이 아닌가 싶다.
안양천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워낙 많다 보니
대교 아래의 그늘에만 간간히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보통 때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였다.
그렇게 평지 구간인 안양천 구간을 마치고 삼성산에 오르니
마치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땀을 흘려서 때문인지,
아니면 뱃속도 안양천 길처럼 휑해서인지
에너지가 부족해서인지 산에 오르는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와 더불어 삼성산에는 왜 그리 아미오타 날벌레가 많은지.
사람의 땀 냄새를 맡고 와서 달려들고 특히 눈앞에서
웽웽 나르는 날벌레를 퇴치하려고 연신 손수건을 휘젓다 보니
걷는데 쓰여야 할 에너지는 점점 더 방전되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다보니,
땀 냄새 때문에 더욱 극성으로 달려드는 것 같다.
이 벌레가 눈에 닿으면 동양안충이라는 벌레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 이 날파리는 조심해야 하는 벌레 중 하나다.
요즘 손 선풍기가 인기인데, 그것을 가지고
얼굴 앞에서 바람을 만들면 벌레가 좀 물러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예 진일보하여 전자 모기채 기능까지 구현을 해서
눈 앞 날벌레가 망에 닿는 지지직~ 하면서 튀김이 된다면
나부터 당장 하나 살 것 같은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정말 등산용품도 진화의 여지가 많은 것 같은
뜬금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벌레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걸었다.
호압산으로 이르는 호암 늘솔길 역시
한적했으며 다만 나무네크 길 주변의
전나무 산림 욕장에만 드믄 드문 피서객들을 볼 수 있었다.
호압산 폭포 아래 물줄기는 장마 이후로 빈약해졌지만
그래도 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압사의 경내 역시 땡 볕에 무더워보였고,
그나마 녹색 천막이 있어서 시원함을 달래 주었는데,
포카리스웨트 광고의 에게 해의 푸른색이었다면
아마 더욱 시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또 다른 뜬금없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이른 새벽이라도 삼성산의 천주교 성지에 가면
늘 누군가가 기도하며 3명의 성인 옆을 지키고 있었는데,
어제는 그마저 텅텅 비어 있는 한적한 곳이 되어 버렸다.
다만 그 옆의 개울에는 피서색들이 발을 담그고 있었다.
보덕사 입구의 안내석을 지나
서울대 방향으로 가는 곳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데
그곳에서 잠시 다리의 더위도 식힐 겸 누웠다.
높은 소나무 위는 바람결에 찰랑이는 것이 보였다.
땅에는 바람 한 점 없지만, 조금만 하늘 방향으로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벌레들 때문에 얼굴에는 손수건을 덮고
한 십 여분 뒤쯤 눈을 감도 떠보니 아까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득하고 한바탕 비가 쏟아질 기세다.
구름 때문에 햇볕을 가려주고 시원해짐이야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지만
비가 오는 것은 썩 반가운 일이 아니라서
삼림욕을 하고 있는 즐거움을 뒤로 한 채 다시 걸음을 재촉하였다.
서울대 전체가 조망이 되는 바위 언덕에 들릴 때마다
천주교 성지처럼 누군가 늘 그곳에 있었지만,
어제는 더운 날씨 탓에 아무도 있지 않았다. 정말 덥긴 더운 날인가보다.
관악산 입구 스탬프 통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어제의 둘레길 탐방을 마무리를 하였다.
어제 혹서기 체험을 통해 얻는 것은 내 기초 체력이 별로 튼튼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봄 가을에는 참 걷기 좋은 시즌으로
그 때는 더 많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좀 시원해지려나?... 또 다른 기대를 해본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내일 이길을 지나갈 계획입니다.
예 즐거운 길나섬 되시기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도착한 다음에 일이 있어서 그렇게 동선을 짰습니다. 더위서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