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홉 번째 날 1월 12일
오늘은 어제 먹다 남긴 닭볶음탕을 먹었다. 어제 다 못 먹어서 아쉬웠던 먹은 닭볶음탕을 마저 먹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로 레팍시 사원이라는 곳으로 출발했다. 레팍시의 뜻은 레: 일어나! 겟 업! 이라는 뜻이고 팍시: 새의 이름 이었다. 한마디로 ‘일어나 새야’ 라는 뜻을 담은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원은 무려 15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면 약 510년 정도가 지난 것이다! 와. 정말 오래되었다. 이 레팍시 사원에서는 친절한 인도인 가이드가 설명을 해 주었다. 물론 인도 말이어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엘리스 샘이 번역을 해주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곳의 벽에는 아랍어가 써져 있었고 간간히 거북이 등 동물들이 새겨져 있기도 했다. 레팍시 사원은 정말 멋졌다. 우리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멋진 조각품들을 보았는데 한번은 시바의 아들 코끼리 신 가네슈를 보았다. 가네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은 것 같았다. 이렇게 사원에도 조각되어있고 릭샤에도 붙어 있고 그랬다. 그런데 릭샤에 왜 자주 가네슈가 그려져 있냐면 나의 추측으로 가네슈가 장사의 신이니까 장사 잘되게 해달라고 그리는 것 같았다.
이 가네슈 석상은 정말 멋졌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이 거대한 몸집을 지닌 코끼리 신 가네슈가 쥐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아 불쌍한 쥐. 쥐는 그 몸무게를 어떻게 감당할까?
그리고 사원 위에는 올 컬러로 예쁘게 칠해진 벽화가 있었다. 꽤 더럽혀진 걸로 보아서 아직 복원을 안 한 것 같은데 500년 동안 색깔이 남아 있다니! 어떤 물감으로 칠했을지 궁금하다. 그 당시에는 천연물감이었을 텐데 인도에서는 페인트를 500년 전에 발견했나?
그리고 또 7개의 머리를 가진 뱀과 시바의 링감 조각상도 있었다. 링감은 남자의 성기라고 한다. 시바가 얼마나 유명했길레 하다못해 성기조차도 뱀이 지키고 있을까? 그런데 엘리스 샘이 알려준 내용은 내 생각과 완전 정반대였다.
전설에 따르면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개최한 희생제에 부인인 사비뜨리가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늦게 왔다. 바로 그게 화근의 불씨였다. 아내의 지각으로 모든 신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준 브라흐마는 사비뜨리 대신 그 옆을 지나가던 우유 짜던 소녀인 가야뜨리를 그 자리에서 바로 두 번째 부인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희생제를 치렀다. 당연히 자신을 내팽개치고 다른 부인을 맞은 브라흐마에게 화가 난 사비뜨리. 사비뜨리는 희생제에 도착하자마자 그 주변에 있는 신들에게 엄청난 저주를 한다!
일단 아내를 버린 브라흐마에게는 세상을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흐마의 사원은 전 세계에 푸쉬카르라는 지역 단 하나라고 저주를 한다.
비쉬누에게는 신이어도 세상이 어지러울 때 태어나고 싶지 않아도 이 세상에 꼭 다른 모습의 아바타로 태어난다는 저주를 내린다. 으아, 무서워랑.
그리고 시바에게는 전 세계의 진짜 모습으로 나타나있지 말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있을 것이라는 저주를 내린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본 링감이라는 조각으로 많이 나타난다.
레팍시 사원에는 지붕에 붙어있는 신기한 ‘떠있는 기둥’도 있었고 신들의 결혼식을 하는 장소도 있었다. 여러 가지 신들이 총집합해서 결혼식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조각들이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어서 멋졌다. 그런데 정작 누구의 결혼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레팍시 사원을 다 탐방하자 우리는 어제 탔던 그 지옥의 덤프트럭을 타고 칼루나 마을센터라는 곳에 갔다. 이곳에는 우리보다 4일 늦게 도착한 한국인 형님 누님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인들이어서 반가웠다.
점심으로 치킨커리를 먹고 우리는 이 형님누님들과 <까파티>라는 인도 전통 놀이를 했다. 이 까파티라는 놀이는
룰: 1.이렇게 생긴 판에 팀을 두 팀으로 나누어서 분배한다.(1팀2팀)
2.공수를 정해서 일단 1팀이 선공을 한다.
공격
1.용감한 사람 한명을 정해서 공격을 하게 한다
2. 이 사람은 중간선에 손을 찍는다. (땅에게 인사를 하는 거라고 하던데)
3. 그리고 적진에 들어가서 까파티라고 계속 말하면서 사람들을 툭툭 친다.
주의사항: 까파티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바로 꽥이다.
4. 적진에 들어간 사람이 인간들을 치면 그 인간들은 다이다.
하지만 공격수는 사람을 쳐도 꼭 중간선 뒤에 있는 그림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 선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비
1. 공격 팀 중 한명이 수비 진영에 들어서면 수비들은 공격 팀 한사람이 자신을 터치하지
않도록 최대한 피해 가면서 공격 팀이 중간선 뒤에 있는 다른 공간에 들어서면 그때 온몸으
로 상대가 다시 자기 진영에 못 가게 막는다. (물론 그전에 끌어당겨도 되지만 그것은 위험
하다)
2. 상대를 경기장 밖으로 빼내면 공격 팀이 죽는다.
공격 팀 포인트! :상대를 터치하고 재빨리 나오는 것이 공격 팀의 일이니까 되도록이면 빨
리 터치하고 쉬-익 하고 나오는 사람이 좋다. 한마디로 스피드가 빠른 사람이 좋다는 말이
다.
아니면 파워가 좋은 사람도 쓸 만하다. 아무리 약한 사람들이 매달려도 뿌리치고 자기 진영
에만 도착하면 매달린 사람들은 터치가 된 것이니까 다 죽는 것이다.
수비 팀 포인트! :수비는 그냥 몸집 좋은 사람이 공격 팀을 끌고 나오면 된다. 최대한 힘
이 좋은 사람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룰을 형님들에게 배우고 까파티라는 놀이를 시작했다. 중학생 고등학생 형 누나들이 몸집이 너무 커서 우리들은 쫌 쫄았다. 첫 번째 경기는 우리가 졌지만 두 번째 경기는 우리 팀의 백터맨들이 힘을 좀 써서 이겼다. 나는 수비를 할 때 민종이 형을 잡으려고 했지만 민종이 형이 꽤나 빨라서 죽기도 했고 또 공격을 할 때 중학생 형이 너무 세게 밀어붙여서 넘어져 울기도 했다.
까파티 놀이는 좀 과격하고 빠른 전개가 아니지만 정말 재미있는 놀이다. 학교 가서 친구들에게 이 놀이를 가르쳐 주어야 되겠다.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이 힌두뿌루에 있는 농촌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해야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묵은 곳은 다 호텔이었는데 과연 인도의 가정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나는 호산이형이랑 짝이 되어서 같은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곳에는 정말 또랑또랑한 눈을 가지고 있는 추정 5살인 아이가 있었고, 10살 같은 여자아이, 약간 뚱뚱하고 잘 웃는 아주머니, 아저씨 2명, 그리고 나머지 아주머니 1명과 이 집의 대장 같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셨다. 그런데 아저씨 한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은 이 가족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식사는 로띠와 밥을 먹었다. 이 아주머니의 요리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잘 시간이 되어서우리는 잘 곳에 들어갔다. 되게 좋아 보이기는 했는데 이불 안에 솜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지푸라기가 들어 있었다. 그것까지는 나은데 구멍이 나가지고 좀 따가웠다. 그래도 이 집은 아늑했다. 나는 이 인도의 가정집에 호산이형이랑 나란히 누어서 편안히 잠이 들었다.
-인도 열 번째 날 1월 13일
첫댓글 호철아!~~~ 나 성진이야ㅠㅡ 보고시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