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 말리는 법
황상순
새끼줄에 무청을 매달고 있을 때
할머니께서 넌지시 한 말씀하셨다
무청은 부뚜막이나 햇볕에 두면 안 되고
응달에 걸어 오래 말려야 하니라
싹둑싹둑 단호히 무를 자르신다
잘 마른 시래기 한 뭉치가
환한 빛에 쌓여 응달에 앉아 계시다
발자국 어지러운 길 혹은
양달과 응달의 경계에 서게 될 때
시퍼런 칼날이 목에 선뜩 닿는 순간에도
할머니 말씀을 생각하면
잘 마른 시래기처럼 참 마음이 가벼웠다.
춘자
황상순
경운기 사고로 춘자가 죽은 후
춘자엄마는 춘자 동생 준식엄마로 이름이 바뀌었다
바뀐 이름이 입에 익지 않은 주위 몇몇이
종전처럼 춘자엄마라고 불렀다가
그녀의 눈물벼락을 호되게 맞은 이후
잠결에도 화들짝 놀라며
준식엄마 준식엄마 열심히 되뇌곤 했는데
오늘 그 이름 때문에 또 사단이 나고 말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춘자가 들으면 얼마나 섭섭하겠냐고
주저앉아 꺼이꺼이 눈물콧물바람을 하는 통에
더 이상 그녀를 부를 이름이 마땅치 않다
환갑 늙은이를 새댁으로 부를 수도 없고
사모님 아줌마 할머니도 아니니
이걸 어쩌간 이를 어째쓰까
오늘 단오 맞이 계모임에서도
춘자엄마를 새로이 부를 이름에 대해서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소쩍새가 눈치도 없이 춘자야, 춘자야 밤새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