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기간 중에 잠시 찾아온 땡볕, 찜통 더위 가운데 유정독서 모임, 2024.07. 25. 14:00 부터 16시까지 김유정문학열차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전날 아침( 07.24), 춘천지역을 강타했던 뇌성벽력과 폭우 가운데 김유정문학열차에 떨어진 낙뢰, 에어컨 실외기 고장으로, 열차의 창문들 모두 열어놓았지만, 참으로 더운 날씨였습니다. 바깥으로 나가 오래 된 단풍나무 그늘 아래로 장소를 옮길까도 했지만, 회원들, 있는 그대로의 더위 속에서 작품을 읽자는 의견에......
아, 오늘 독서팀 회원들이 대부분 현장 근무를 해야하기로 참가자는 모두 4명, 종강날에 4명이 모여서 아기자기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로 김유정의 번역작품 번 다인의 < 잃어진 보석>을 끝내야 하겠기에, 1차시부터 돌아가며 작품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품 전체를 조망하고 이끌어가는 법률 전공자인 1인칭 화자, 하버드 법대 출신의 상상력이 풍부한 인문학 관심자 방소, 그의 친구인 검사 조막함, 경찰청 경부인 히이스가 함께 모이게 된 것은 주식 중개인 알벤송이 살해된 알벤송의 거실에서 입니다.
1~21장으로 구성된 작품에서, 알벤송을 죽인 혐의자 선상에 놓인 사람들은, 알벤송이 죽던 날 저녁식사를 같이 한 구레야 양, 구레야의 약혼자인 리곡구 대위, 알벤송 집의 집사인 안나 부인, 알벤송의 친구인 바이브, 소토랑 대좌 들로 이들에게는 혐의를 받을 만한 이유들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검사 조막함과 경찰청 경부인 히이스는 그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증거들에 근거, 구레야, 리곡구, 바이브를 살인자로 범위를 좁혀가다가 마침내는 경찰에 자수한 리곡구 대위를 살인자로 확정, 발표하려고 하나..........방소가 이에 대해 제동을 겁니다. 방소는 리곡구에게 살인사건 전후에 대한 상황을 심문 하고 ( 알벤송은 가발에 의치를 끼는 사람이었음), 리곡구가,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약혼녀를 위해 거짓 자백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알벤송의 형님인 벤담소좌의 사무실 여직원의 증언, 바이브의 여자친구인 포우라부인의 증언들을 토대로, 사건의 정황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20장에서 방소는 알벤송이 살해당하던 날, 형님인 벤담소좌의 거동을 조사하고, 21장에서 마침내 벤담소좌가 아우인 알벤송을 권총으로 살해한 사실을 밝히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 작품은 1926년 미국의 추리소설작가 반 다인이 발표한 작품입니다. 피해자와 살인자는 가까운 사이라는것에서 방스는 추리를 해나갑니다. 사건속 인물들과 공간은 틀림없이 미국이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작품 속 세상이 모두 바로 우리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듯, 번역이 아니라 김유정 창작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요즘같이 무덥고 짜증나는 날에는 작품에 빠져들어가서, 범인을 찾아가는 방소의 추리력과 추진력 앞에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는, 그리고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납량특집 (納凉特輯) 소설작품으로 <잃어진 보석>을 추천합니다.
2차시에 이어령 교수의 < 천년을 기다리는 비>를 함께 읽었습니다. 지독한 가뭄, 타오르는 목마름의 고통을 호소하다가, 왜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해 하소연하다가, 어머니의 위로를 듣게 되지요. 언제고 비가 내려줄 것이라고, 간절하게 바라면 '하늘은 결코 오랫동안 인간을 잊지는 않을 거다' 라고. 그때가 언제냐고 묻자 ' 천년을 두고 기다려온 비인데 그것이 언제인지 묻지 말라' 고 어머니는 대답합니다.
구약에 나오는 <욥기>를 떠올렸습니다. 하느님에게 더할 수 없이 신실한 욥,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욥을, 마귀는 하느님께 허락받고 욥에게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고통을 주기 시작하지요. .........이 에세이를 쓸 무렵 이어령 교수, 욥기를 마음에 두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한편, 제목은 떠오르지 않으나 양귀자의 소설의 한 대목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소설이 써지지 않는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었는데( 소설가 소설), 신을 만나기 위해 올라가는 수천 수만 개의 계단, 금기어가 있습니다. "언제쯤 계단이 끝날까요-" .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고 오르다가 결국은 지쳐서 금기어를 토해내고 마는, 그리하여 영원히 신을 만날 수 없게 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변명희의 <난에게서 배우다>도 읽어볼만한 수필입니다. 이 작품을 읽게 되면 스스로의 언행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변명희선생은 마침 제가 관련하고 있는 문학단체의 회원으로 수필작품을 깔끔하게 잘 쓰는 작가입니다.
김선우의 <가까운 아침>, 이승호의 <여름의 시>, 모두 요즘처럼 찜통더위, 눅눅한 계절에 산뜻한 바람이 되어 우리의 기분을 전환시켜줄 좋은 시작품입니다.
유정독서 모임 끝나고 가까운 커피 집에 들려서 회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학이 좋아서, 김유정이 좋아서 함께 모여 그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곁다리로 이어령교수의 에세이를, 또 좋은 에쎄이들을, 시작품들을 함께 읽는 '문학이 있는 이야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학기가 그렇게 끝났습니다.
종강을 하는 날이 마침 중복(中伏)이었습니다.
가까운 유명한 삼계탕집으로 갔습니다. 시간을 정해 놓고 영업장 문을 여는 곳이었습니다. 5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서 있는 줄이 길었습니다. 줄을 서서 들어갔고 기다리기 20 여분만에 누룽지 삼계탕이 나왔습니다. 삼계탕으로 중복날을 멋지게 보냈습니다.
오늘로 2024년 전학기 독서모임의 종강을 고합니다. 다음 만남은 2024년 9월 초에 있게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9월 초를 전후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뜨거운 여름, 독서로, 여행으로, 몽상으로, 멋지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4. 7. 26 강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