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출발합니다.
일요일인 오늘, 동네에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거보니 명절 분위기가 조금씩 더 나기 시작합니다. 오늘 코스는 오전이 더 바쁜 코스라 더 바짝 집중해야합니다. 오늘도 김강선 선생님과 함께 2인 1조로 출발합니다.
9시 15분,
윗집 어르신, 몇주만에 봰건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계란과 콩나물 사시며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손주것은 더 사실련지 여쭤보니, 손주것은 이제 안산다고 하십니다. 그간 계속 손주에게 줄 것을 사셨지만, 산것들을 손주가 잘 안먹었던 모양입니다.
윗집 어르신은 계란과 신라면, 새우깡을 요청하셨습니다.
"지난번에 샀던 계란 1~2개가 상한것 같아~" 하십니다.
계란을 먹고 탈이 났었다는 어르신, 날이 너무 덥다 보니 계란 파는 일도 쉽지가 않습니다. 바로 냉장고에 넣지 않는 한, 계란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어르신께 계란을 받으면 바로 냉장고에 넣어달라고 말씀드리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전화 옵니다. 어르신께서 못나오신다고 배달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조합원 명부 확인하여 주소 확인하고 방문했습니다. 주소에 도착했는데, 왠 남자가 계셔서 아들인줄 알았는데, 어르신 집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확인해보니 아랫길 주소로 되어있는 어르신 집. 부랴부랴 뛰어갔다가 다시 내려왔더니, 땀이 한 바가지입니다. 오전에 벌써 기운이 다 빠진듯 싶었습니다.
9시 30분,
아래쪽 골목가니 어르신들 나와 앉아계십니다.
우리 어르신 한 분은
"저 윗집 알지? 거기 한 박스 갖다 놔~" 하십니다.
항상 총무님 창고에 술을 사다놓으시는 어르신. 총무님이 일을 많이 돕고 계시는구나 싶습니다.
마지막 아랫쪽 골목가니, 어르신이 왠일로 아래까지 내려와계십니다. 집으로 안가시는지 여쭤보니,
"아니, 여 집에도 물건 내려놔야해서~" 하십니다.
점빵차가 그냥 지나갈까봐 비어 있는 이웃집 먼저 챙기고 본인 집 챙기십니다.
장을 대신 봐주는 일이 도시에서는 어려운데 이곳은 흔한 일입니다.
남자 어르신은 지난번에 미리 선결제 하신 청주 2병 자전거에 싣고 가십니다.
다른 어르신들은 콩나물, 숙주, 계란을 사기 바쁩니다. 청주사는 어르신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갈수록 제사 문화가 줄어드는지 청주사는 양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변화겠지요.
10시,
올라가는 차를 붙잡는 회관 어르신들. 오며가며 지나가는 어르신들 먼저 물건 사시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마을 끝에 집을 가지 않습니다. 2일전에 미리 전화해서 필요한 것을 갖다 놓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롭게 움직입니다.
곧 전화오는 부녀회장님, 내려가는 길에 들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들 집집이 들리고 내려가는 길 회장님 가방 갖고오셔서 없는 물건들 사십니다.
"우리집은 두부도 만들어 먹어~" 하시는 회장님.
회장님댁은 가능하면 다 만들어먹는다고 하신다는 말씀에 동네 장사 망하겠다며 농담 던지며 올라갑니다.
10시 25분,
어르신들 인사드리던 찰나, 건너편에서 어르신이 전동차 타고 오고 계십니다.
집이 완공됬는지 어르신께 여쭤보니, 아직 쪼매 남았다고 합니다.
집들이는 언제 할려는지 여쭤보니, 한참 뒤라 하십니다. 집이 완성되어도 아직 집안에 정리할게 많으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완성되어가는 집이 보기 좋으셨는지, 살짝 미소가 올라갑니다.
시정에 계신 어르신, 회관 뒤에는 안올라가는지 여쭤봐주십니다. 살 것이 있을것이라고 이야기해주시는 어르신 말씀에, 대신해서 차를 끌고 올라가주십니다. 저는 그 사이 어르신께서 주문한 청주를 받기위해 기다립니다. 생각보다 앞 마을에서 청주 주문이 많아 중간 중간 물품 공급을 받습니다.
물건 드리고 내려가는 길 부녀회장님이 집에서 손짓을 하십니다.
점빵차에서 장을 보신다며 새송이버섯, 오뎅, 콩나물, 느타리, 두부 등을 사십니다. 일전이라면 차를 끌고 마트를 갔던 회장님이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셨습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이동이 매우 불편해지신 회장님.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0시 45분,
전화가 또 옵니다.
"여 어르신, 산다고 계속 기다리는데, 언제 와요~~"
날이 뜨거운날, 땡볕에서 기다리는 어르신. 빨리간다고 갔지만 이미 도착했을 땐 안계셨습니다.
일단 어르신께 전화 드리겠다고 하며 여기 이모님 먼저 물건 드립니다.
"미원, 당원... 아 일단 캔커피 있어요? 그거부터 좀 줘봐요"
밖에서 일하고 오셨는지 당이 떨어진다며, 바나나도 한손 함께 사고, 캔커피와 함께 허겁지겁 드십니다. 마침 캔커피가 냉장고에서 꺼낸지 얼마 안되서 시원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추석 전인데도 날이 식질 않습니다. 폭염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모님하고 계속 이야기하니 물건을 더 사십니다.
"느타리, 단무지, 햄, 맛살, 버섯.. 그리고... 음.."
명절에 장을 못보셨다며 여기서 다 사십니다. 때로는 차를 끌고 마트가서 살 수도 있지만, 이동장터 내에서 장을 해결 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는것도 상대적으로 젋은 소비자들에겐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건을 전네드리고 있는 동안 기다리셨던 어르신에게 전화드렸습니다.
"어~ 온다고? 내 곧 나갈께~" 하시는 어르신.
학교 앞에 서니, 어르신꼐서 골목에서 나오십니다. 제사에 술이 필요하셨나봅니다. 어르신께 막걸리 드리며 명절 인사드리고 출발합니다.
11시 20분,
늦게 도착한 마을, 늘 가던대로 집에가니 어르신 홀로 계십니다.
"명절엔 아그들이 다 해오니깐... 느타리 하나랑 양반김 하나만 줘봐~" 하십니다.
이젠 명절에 음식을 많이 안해먹는다고 하는 어르신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자식들 다 떠나고나면 남은 음식 해결하는것도 어렵다고 하는 어르신.
제사도 안지내다보니, 살것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합니다. 어떻게보면 명절이라도 집에 자녀들이 오는게 다행이다 싶은 요즘입니다.
11시 30분,
어르신 댁에 올라가니 차가 한대 와있습니다. 집에는 자녀들이 와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알고보니 딸입니다.
매주마다 어르신 댁에와서 안부 확인한다고 하니.
"지난번에 제 차 때문에 못오시고 후진하는거 봤어요`" 하십니다.
어르신 홀로 계시다보니, 늘 안부 확인한다고 말씀드리며 점빵 홍보지 하나 보여드렸습니다.
나중에 점빵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연락달라고 말씀드리며 어르신 집을 나섰습니다.
11시 35분,
남편분을 중환자실에 보내고, 홀로 보내는 첫 명절을 맞이하는 어르신.
"남편 아프고 하니깐, 자식들도 그렇고 명절이 흥이 돋지 않아. 그래도 살건 사야하는데.. 참 그렇네." 하십니다.
"나도.. 곧 수술하러가니깐, 10월달쯤 날을 잡긴했는데, 우리가 다 죽을 날이 다됬나보지뭐~" 하시며 허탈하게 웃으십니다.
항상 점빵차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늘 많이 사주시는 어르신인데, 두분이 다 몸이 안좋아지시니 제 맘도 참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르신께 쾌유와 앞으로 다가올 수술도 잘 끝나시길 빌겠다고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11시 50분,
마을회관에 사람들은 없지만, 잠시 기다리니 회관 뒷집 어르신 오십니다.
락스, 계란, 두부, 콩나물, 느타리, 청주... 청소하고 밑반찬 만들어놓고~ 명절 전 바쁘실 어르신의 일상이 상상됩니다.
어르신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점심 먹고 다시 나오기로 하였습니다.
13시 20분,
아까 들렸던 마을 한 번 더 들리니 어르신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니 방송도 안들리고, 차도 안오던데 어찌된겨~" 하시며 명절 물건들 주문하시기 시작합니다.
"이거는 저 뒷집꺼니깐, 그집 이름으로 올려놔~" 하시는 어르신.
구분 해서 포인트 다 올려드립니다. 명절 전에 장봐서 다행이다 싶은 표정으로 계신 어르신들. 명절 인사드리고 나섰습니다.
13시 40분,
회관에 들어가니 어르신들 몇분이 계셨습니다. 보통 명절엔 회관에 안계시는데 이곳은 그래도 계셔주셨습니다.
"이거 갖고갔다가 갖고와~" 하시는 어르신.
포도박스 한 상자를 갑자기 대뜸주시더니 물건 담아오라고 하십니다. 살것이 많으셨나보다 싶었습니다.
차분하게 한 분씩 주문받고 물건 갖고 왔습니다.
우리 한 어르신은
"돼지갈비 양념, 소갈비 양념, 숙주, 콩나물, 두부, 맛살, 새송이, 느타리, 청주..." 하셨기에 조금 갖고 와보니, 옆에 어르신도 버섯 사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돼지갈비 양념을 더 달라는 다른 어르신들. 이곳의 어르신들은 물건 주문하는 방식이 유행타듯이 사십니다. 옆에 어르신이 사면, 나도 사고 너도 사고 하는 식으로 줄지어 사시곤 합니다. 주문이 끝났나 싶었는데, 한 어르신은 나오시더니,
"어디 가보게~" 하십니다.
직접 보고 물건을 고르실려고 하셨습니다.
"콩나물, 두부, 다시다, 소주, 꽈리고추, 느타리, 부침가루 등..." 한참 다 사시더니 차에 실어놔달라고 하십니다.
회관에 계신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윗마을 또 올라갑니다.
14시,
어르신 안부를 확인하니 안계셔서 여쭤보니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늘 병원에 트라우마가 있어 입원 안하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입원을 하셨는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젠 안와도 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내려가는 길, 늘 술을 사시던 어르신께서 이번엔 카스랑 버섯 추가로 달라고 하십니다. 잎새주 댓병만 사셨지만, 자녀가 오니 역시 자녀들이 마실 술을 준비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14시 30분,
이곳도 회관에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우리 부녀회장님도 사시고, 아랫집 이모님도 추가로 사셨습니다.
윗집 어르신은 집에서 돈 갖고오신다고 하시기에, 집으로 간다고 말씀드리며 천천히 올라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일요일날 점빵차 오는 것이 신기하셨는지, 명절 쇠러 언제가냐고들 여쭤보십니다.
14시 45분,
전 부녀회장님에게 점빵차가 간다는 사실을 미리 말씀드려놓으니 어르신들이 많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방송소리 듣고 나오신 어르신들, 두부, 버섯, 양념 등 모두 사셨습니다. 아랫집 어르신은 안오셨는데 아마도 자녀들이 와서 안올라오지 않으셨을까 싶었습니다.
오전에 진이 다 빠지고 오후에도 뜨거운 폭염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장사였지만, 어서 일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네요.
15시 00분,
회관에 어르신 밖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요 몇 주간 회관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커피 하나와 잎새주 하나를 외상으로 하셨습니다. 명절이라 일부러 사주신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에 없다고 어르신은 괜찮으시다며 언넝 갖다놓고 가라는 어르신의 말씀. 명절쇠러 가는 장사꾼의 마음도 어르신은 헤아려주십니다.
15시 20분,
어르신이 걸어나오기 힘드실것 같아 마당까지 들어갑니다. 인공관절 수술을 양쪽 다하셔서 걷기가 어려우십니다.
안에 들어가서 어르신 부르니 어르신 나오십니다. 마당까지 와있는 차가 반가우셨습니다.
나의 의지와 나의 돈으로 결재하는 행위는 이 사회에서 아주 기본적인 주체적 행위입니다. 신체적으로 어려움에도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사회적협동조합이 하고 있습니다.
15 40분,
"멩질이 오는것이 더 화딱지 나, 넘들은 아들 뒀다고 며느리오고 손지도 온다는데, 나는 딸 낳았다고 아무도 안오네. 명절이라 더 화나"
"이거 까줄테니깐 먹고 가~. 내 아직도 안 잊어, 지난번에 비료포대 옮겨준거, 그거 너무 고마워."
어르신께서는 마을에 점빵차가 난중에 온다는 사실을 알렸냐고 하시길래, 회관에 붙여놨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회관에 붙인 내용을 제대로 확인을 못했던것 같았습니다.
"울 마을에 나밖에 안사는데, 나한테 알려줘야지~" 하십니다.
다음에는 꼭 어르신께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하며 나왔습니다. 사실 마을에 어르신만 사시는건 아니지만... 어르신께서는 본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셨던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은 하나 더 주문하신다며 회관에다가 커피모카 하나 부탁하셨습니다.
명절이니깐 무엇이라도 하나 더 팔아주기위한 어르신들의 마음이 참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명절 맞이 이동장터 기간이 끝났습니다.
명절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하면 자녀들에게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의 일을 공유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이 배경에는 어르신들이 사시는 지역이 얼마나 낙후되고 어려운지,
부모가 얼마나 많은 것을 참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를 직간접적으로 느끼며 동락점빵과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나눠드린 소식지가 얼마나 전달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명절을 맞아 집으로 오는 많은 자녀들에게 단 한 건이라도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부모님 집으로 물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으로 주문하여 지역 경제 살리는 일과 더불어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하여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일,
그 일을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이 하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조합원들에게 농한기 시기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더 방문하여,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이 하는 일을 더욱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