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2024. 9. 18 (수)
2. 장소: 진천 농다리 둘레길
3. 행로와 시간
[농다리 주차장(08:30) ~ 황토길(08:56~09:30) ~ 미르309 출렁다리(09:35~43) ~ 데크길 ~ 하늘다리(10:10) ~ 농암정(10:41) ~ 농다리(11:03) ~ 농다리 주차장(11:16) / 7.99km]
추석 명절 휴일 마지막날, 진천으로 트레킹을 간다. 농다리 주변 명소들을 둘러볼 작정이다.
산악회 카페에 올라온 정보를 살핀다.
진천 농다리
사암을 쌓아 만든 다리로, 길이는 93.6m, 폭 3.6m 이다. 돌 만으로 쌓았는데도 견고하여 큰 비에도 유실됨 없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 초엽에 만들어졌으며 축조술이 특이하다. 돌다리는 정자, 산책로, 초평저수지로 연결된다.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
용을 뜻하는 미르와 길이 309미터에서 따 온 309 출렁다리는 2024년 4월 개통된 진천의 새 핫 플레이스이다.
농다리는 몇 해 전 두타산 산행 후 잠시 들른 곳이다. 명절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마음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고자 길을 나선다.
< 농다리, 309 출렁다리, 초롱길 >
06:50 사당을 출발한 버스는 08:30 진천 농다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무척 이른 행보다. 농다리 옆 부교를 건너며 바라본 농다리는 돌만으로 만든 튼튼한 돌다리로 얼기설기 놓여진 돌 사이로 난 빈 공간이 오랜 세월을 견디게 한 비결로 여겨진다. 빔이 있어야 새 쓰임이 생겨난다는 옛말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풍파를 견뎌낸 색바랜 돌들이 대견했다.
농다리를 건너자 길이 여럿 나뉜다. 일단 우측으로 크게 돌아 든다. 출렁다리 옆으로 난 황토길로 먼저 들어선다. 황토가 곱게 다져진 길을 갈 때는 신발을 신고, 돌아 나올 때는 맨발로 걷는다. 발 밑 흙의 감촉이 부드럽다. 엊그제 지리산 돌길에서 고생한 내 발에 늦게나마 영양제를 준 듯, 그 느낌이 참 좋다.
발에 묻은 흙을 씻고 초평호를 길게 가로지르는 긴 다리 위에 선다. 건너편이 아득하다. 커다란 개도 두려워 주인에게 안겨간다. 중간으로 갈수록 흔들림이 커진다. 그래도 카메라를 세워 사진은 찍었다. 살짝 두려움을 느끼며 건넌 미르 출렁다리는 돌아보는 풍경이 더 근사했다.
미르교를 지나자 숲이 우거진 호반 데크기 길게 이어진다. 나무 그늘이 햇살을 막아 준다. 추석을 지난 9월 중순에도 습하고 더운 기운이 대기를 뒤덮는다. 바라보는 초평호에는 조정 훈련을 하는 구릿빛 젊음이들의 노질로 파문이 인다. 흔치 않은 명품 풍경에 반한다. 데크는 초롱길로 이어지는 하늘다리 앞에서 끊긴다. 매점 앞에 파라솔이 서 있는 근사한 쉼터에서 걸음을 멈춘다. 송편을 한 입 물고 호수를 바라본다. 늦가을 단풍이 물들 때 오면 천하의 명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길과 주변 풍경은 평온하기 그지 없다.
하늘다리를 걷너 데크 위에 선다. 생각이 머문다. 돌아보면 급한 판단들, 마음과 다른 행동들, 좀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그나마 잘 멈추었네 등등의 이런 저런 생각에 하며 걷는다. 호수걷기는 마음챙김에도 최고였다.
갈림에서 선다. 언덕 너머 농암정으로 향한다. 평지에 익숙해진 다리가 작은 비탈에도 힘겨워 한다.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에는 호수 뒤로 너울지는 산들이 있었다. 잠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평온한 시절, 행복한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비탈을 내려서니 아침에 지났던 여의주가 있는 언덕이다. 이번에도 용의 여의주를 문지르며 작은 소원을 빌었다. 그리곤 낯선 숲에 이끌려 호젓한 길에 들어선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보니 정자가 보이고, 이내 다시 미호천 위 농다리 앞에 선다.
이번에는 농다리 위를 걷는다.
울퉁불퉁 돌들이 세월과 물길에 깎여가고 있었다.
< 에필로그 >
돌다리와 하늘다리, 이름도 모양도 연식도 다르다. 울퉁불퉁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천년 세월을 견뎌낸 옛다리와, 과학기술의 총아인 냥 길고 당당하게 호수를 가로지르는 새 다리를 보며, 다른 듯 하지만 근본은 닮음을 깨닫는다. 이 둘은 모두 초평호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하는 다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도 그 겉모습은 다르지만 살아가는 삶은 닮아 있다. 행복은 관념/태도/가치(타인의 평가)가 아닌 나의 구체적 경험에 따른 변화하는 감정이다. 난 오늘 초평호에서 행복한 걷기를 경험헸다.
차로 붕어마을로 이동해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들녘 넘어 초평호는 여전히 늠름하게 흐르고 있었다.
서울행 버스는 오후 2시에 출발했다.
첫댓글 추석연휴가 끝나버려서 맘이 괜하게 바빠졌는데 글을 읽으니 다시 평온한 마음이 드네그려~~^^
오셨네요^^
바람 쐬려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