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아무튼, 주말
수제비와 비빔밥
[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김훈 산문집 '허송세월'을 읽다가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4.06.29.
김훈 산문집 '허송세월'. 작가는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고 썼다.
깊은 산속 절 마당에서 50대 남자가 담배를 피우다 노스님에게 걸렸다. 사찰은 금연 구역이다. 스님은 작았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지만 위엄이 있었다.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노스님이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구나.” “그렇습니다.” “끊어라. 딴 데 가서 피우란 말이 아니다.” “이게 끊어지는 게 아닙니다.”
노스님이 그를 노려보았다. “말을 잘하는구나. 자네가 안 피우면 되는 거야. 피우면 못 끊는 거고.” 남자는 벼락이 뒤통수를 치는 충격을 받았다. 무참해서 물러났다. 돌아가는 등 뒤에 대고 스님이 말했다. “산은 금세 어두워진다. 조심해서 내려가라. 담배 피우러 절에 오지 마. 가서 끊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김훈 산문집 ‘허송세월’을 읽다가 모처럼 소리 내 웃었다. 혼난 남자가 김훈이다. 네가 안 피우면 끊는 거다, 라는 단순한 한마디에 더 이상 들이댈 말이 없었다고. 노스님은 고도로 응축된 단순성으로 인간의 아둔함을 까부순 것이다.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속세 중생의 괴로움이여.
소설가 김훈이 지난 4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성당에서 '땅 위에 세우기'라는 주제로
정약전, 정약용, 황사영, 안중근의 신앙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이 책에서 더 오래 눈길이 머문 대목은 ‘수제비와 비빔밥’(195~200쪽)이다. 먹을 것이 모자라던 시절에 그의 가난한 어머니는 가끔씩 수제비를 만들어 식구들을 먹였다. 밀가루 반죽을 오래 치대야 수제비가 차지고 국물이 맑다. 수제비에는 어머니의 손바닥 굴곡이 남아 있었고 식감은 쫀득쫀득했다.
비빔밥을 만들 때 어머니는 흰 쌀밥에 여러 가지 나물들과 고추장, 들기름을 넣고 가볍게 비볐다고 한다. 어린 김훈이 주걱을 들고 비비는 것을 거들 땐 “으깨지 말고 치대지 마라. 반죽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빔밥에는 흰 밥알의 존재가 한 개씩 살아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나물들의 개별성이 뒤범벅되면서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머니의 원칙이었다고 작가는 썼다.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는 손길과 비빔밥을 비비는 손길은 힘과 질감과 작동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 막히는 도로 위에서 김훈은 이 세상의 모든 갈등과 다툼과 불화와 적대 관계를 버무려서 서로 의지하는 세상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의 손길과 마음은 어떠해야 하는가 생각했다. 차 때문에 차가 가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오도 가도 못 했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는데 경박하게도 배가 고팠다. 수제비와 비빔밥, 두 손길 중에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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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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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3
블랙사파이어
2024.06.29 08:05:00
수제비와 비빔밥, 이처럼 한국적인걸 찾을 수있을까?
지금이야 웰빙이니해서 이거 저거 많이들어가서 맛있고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있지만
여러식구입에 반찬 남은 걸 한번에 때려부어 한끼니를 해결하던 민족의 애환이 서린 음식이다.
수제비와 비빔밥의 맛을 모르는 이와는 인생을 논할 자격도 없다고 하면 꼰대소릴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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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eLee
2024.06.29 11:15:27
담배끊는법 간단, 끊지말아라, 그냥 하루 내려놓아라!
1) 인체구조는 민감해서 끊으려면 마음속에 못끊게하는마음,저항감이 증가한다.
따라서 그냥하루 담배피는 것을 내려놓는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면 저항감도 줄어든다.
그리고 하루 담배피우고 싶은마음을 내려놓아라.
그리고 이틀,그리고 일주일 ,그리고 일년,그리고 10년 ,그리고 30년 ! 나는그렇게 금연하였다
. 그리고 또한가지 ,저녁 위험한 회식장소, 가급적 피하라 !
담배를 보면 쥐약으로 생각하라.또다른 유혹을물리칠수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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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79
2024.06.29 09:33:04
모든 소설가(작가)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전부 좋은 어머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항상 이를 일반화하고 모든 사람들이 저처럼 좋은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식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항상 어머니에 대한 미화가 넘쳐 흐른다.
하여튼 신기한 것은 나쁜 어머니를 둔 사람 중에는 소설가나 작가가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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