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약이라지만!
이영호
“세월이 약이겠지요 당신의 슬픔을
괴롭다 하지 말고 서럽다 울지를 마오
세월이 흐르면 사랑의 슬픔도 잊어버린다
이 슬픔 모두가 세월이 약이겠지요.”
트로트 가수 송대관이 1973년 불러 히트한 유행가로, 젊을 때 즐겨 불렀던 애창곡 중 하나이다.
가사처럼 우리 속담에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이별의 아픔, 실연의 상처, 사업 실패 등 가슴 아프고 속상한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되며, 큰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소하여 세월과 함께 조금씩 망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시간과 세월이 곧 아픔과 상처를 치료해 준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삶을 살아가기 위해 추구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이 사회집단 체제 속에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공동체 의식을 갖고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하면서 각자의 생활 영역 안에서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우리의 삶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 아래에 행복을 추구하다 보니, 경쟁을 통해 우열이 가려지고 물질만능주의 약육강식의 조직사회 구조가 팽배해지면서, 빈부와 신분의 격차가 나타나면서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어렵고 살기가 힘든 요즘 같은 세상을 고해(苦海)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만 과거의 아픔과 상처, 후회와 마음의 고통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되어 세상을 비관하고 원망하다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이도 있다.
마음의 병이 깊어 정신 이상자로, 알코올 중독자, 피해망상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좋은 일보다는 안 좋고 서운한 감정이 쌓여서 비롯된 결과이다.
사람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삶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생길의 종착역은 같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 이다. 고독할 때 진정한 자신을 느낀다고 한다. 혼자 있을 때 나 다운 나를 찾을 수 있어 더 행복하다고 한다. 결국 인생은 혼자다. 나를 위해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한 치의 앞도 모르고 사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가냘픈 한 줄기 갈대와 같은 존재다. 마음 가는 데로 살게 마련이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장애물과 어떤 시련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과 함께 모두가 무너진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살아가면서 걱정거리가 있겠지만 후회를 자주 해서는 안 된다. 만남보다 헤어지는 게 더 어렵다. 만나는 데는 한 시간, 사랑하는 데는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고 한다.
자신을 상대와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나에게 있는 것이 상대에게 없을 수 있고, 상대에게 있는 것이 나에게 없을 수 있다. 나의 장점이 상대의 약점이고 상대의 장점이 나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비교하면서 살지만, 질투와 오만은 부질없는 일이고 마음의 불행이 찾아올 뿐이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쌓여 마음의 병이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남의 가슴에 대못 박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서로 아껴주며 양보하고 인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시간의 흐름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시간이라도 젊은이보다는 노령일수록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빠르다.
신(神)은 태초에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여러 가지 선물을 주며 아름답고 즐겁게 살라고 꾸며놓았는데. 악의 앞잡이 배반자 사탄이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여 죄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하는 고통을 주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은 망각(忘却)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고통스러운 때의 일은 생생한데 행복하였을 때는 희미하다. 기억 속에 신이 준 망각이라는 선물을 활용하라고 했다. 고통스러운 때의 기억은 망각하고, 행복했던 기억은 축복으로 새겨두라고.
인간의 욕심이 과해 역사적으로 전쟁, 지구온난화, 화산폭발, 환경파괴,자연재해 등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이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특약 처방이 없는 한 미래를 걱정하는 예언자들은 21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한번 흘러간 세월은 돌이킬 수 없는 것,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숙제와 고통이 뒤따른다.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세월 속의 약 처방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점점 외로워지지만 무르익어 가는 것, 인생의 무게를 견뎌낸다는 것이다.
석양 나그네 되어 보니 지내온 세월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간다. 잊었는가 하면 문득문득 꿈을 키우며 행복을 수놓으며 즐겁던 그 옛날이 떠오른다.
세월이 약이라지만, 내 기억의 상자 속에 남아있는 그대 모습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무슨 미련 때문에 아직 머무는 걸까!
<2015.6.20. 시니어 리포터 > 2024. 8. 10. 보충 재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