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은 30대 이후 제 고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결혼하고서 옆지기가 담이 걸렸다길래 그게 뭔지 몰라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없었죠.
근데 어느날 제게도 찾아온 거에요. 처음에 저는 괜히 죄없는 남편에게 뭐라고 했습니다. 혹시 담이 바이러스 아니냐구? 이런걸 왜 내게 옮기냐구? ㅋㅋㅋ (웃긴 말인줄 알지만 실은 정말 그런게 아닌가 아직도 생각합니다. 담 바이러스설 - 메이)
제가 주로 하는 노동이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른쪽 어깨, 팔목, 장시간 앉아있느라 허리가 많이 혹사당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로 담이 오는 곳도 주로 어깨, 목, 허리...근데 여기 말고 다른데도 담이 오나싶긴 하네요^^
이번엔 허리로 담이 와서 며칠 밤에 잠을 잘 수 없는게 제일 곤욕스러웠습니다. 잠을 자다가 아파서 자꾸 깨는거에요.
그래서 눈뜨게 된 새벽에 찜질팩을 허리에 대고 앉아 [멀고도 가까운]을 읽었어요.
문장이 좋아서, 이야기가 좋아서 기억하려고 포스트 잇 붙이잖아요. 근데 이 책은 정말 붙여도 붙여도 끝이 없는거에요.
어느 페이지는 첫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모두 줄을 친 데도 있고, 두툼했던 포스트 잇이 얇아지도록 붙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오웰 형님 책에도 이렇게 안붙여봤는데....ㅎㅎ (실은 이렇게 열심히 책을 읽은 적이 별로 없어요)
고통과 감정이입에 대해 매 장마다 나오던 리베카 솔닛의 이야기에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담"을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리베카 솔닛의 엄마 이야기는 이젠 괜찮다고, 누구나 막장드라마 한편쯤 가지고 있지 않나하며 한켠으로 밀어놓은 나의 엄마들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공동체 놀이 중에 뒤에 사람이 잡아줄테니 뒤로 그대로 누워보라는 놀이 있잖아요?
그럼 쉽게 확 누워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잡을 수 있을까 혹시 넘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잘 못 눕는 사람도 있고....
근데 뒤에서 잡아보면 확 눕는 게 훨씬 편안하거든요. 아주 무거운 사람이 아니라면...^^;
누워본 사람도 뒷 사람을 믿고 편안히 누우면 놀라울정도로 안정감이 느껴지죠.
저는 메타포라의 공간과 학인들이 그런 느낌이에요. 아직 많이 친해지지는 않았지만, 잘 모르기도 하지만 뒤에서 잘 잡아줄거라고
믿는거죠. 그러면 정말로 편안하게, 안정감있게 잡아주는 관계들^^
선미의 엄마는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뵈어 그런지 꼭 다큐주인공 같은 느낌이에요. 아 그 사이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엄마에게 거울이 되어 서 있는 선미가 느껴지기도 했구요.
맑은 물의 맛깔 돋는 엄마 이야기에 허기가 느껴져 혼났습니다. 허기는 삶의 의지 같아요. 몸과 마음이 충만해지는 글, 고마워요
왈츠중급반의 엄마 이야기, 왈츠중급반도 어머니도 영심이를 많이 닮으신거 같아요 ㅋㅋ. "용기"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찾아 떠난 용기,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몰라도 쌀통과 재봉틀을 사는 용기 ㅋ 그런 용기있는 엄마를 많이 닮은 딸의 이야기.
저는 다소 선정적(?)인 소재로 학인들의 맘을 어지럽혀 죄송했습니다. 들어주시고 감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급히 써내려가느라 단정적으로 표현한 말들이 불쑥불쑥 떠올라 괴로운 밤이었는데, 아침이 되니 이제 막 뗀 첫걸음이라 생각하자 싶네요. 아....간장게장 먹고 싶네요.
첫댓글 ㅎㅎ 어쩜 후기도 이렇게 잘 쓰시깁니까? 반칙이에요 반칙!
담은 좀 나으셨나요?
정말 말씀처럼 그런 공동체 같아요. 내 흠을 내보여도 비웃는 게 아니라 보듬어줄 것 같은 메타포라.
애정합니다.
한의원과 목욕탕, 편집촬영노동 안하기 일주일로 담은 완치 ㅋㅋ
신비한 공간 메타포라, 저도 애정합니다
공동체놀이 비유가 딱 맞네요. 누울 수 있는 곳, 빨리 달리라고 등 떠밀리지 않는 곳^^
응, 근데 책 다 못읽고, 글 못쓰면 알아서 찔리는 곳 ㅋㅋㅋ
'담' 생기는 곳 또 있어요. 고관절. 고관절에 온 담 때문에 6개월 넘게 양반다리도 못하고 절뚝대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몸이 돌봐달라고 떼를 쓰는 거죠. 아, 근데 촬영, 편집... 이거 한 번 시작하면 계속 붙들려있게 만드는 노동 아닌가요? ㅜ ㅜ
저도 메이처럼 메타포라의 학인들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안에서는 눈을 감고 걸어도 울부짖거나 괴성을 질러도 다 용인이 될 것 같은 느낌이요. 저도 기꺼이 누군가에게 그런 안전한 울타리, 편안히 기댈 자리가 되고 싶네요.
헉.....고관절!!! 아 무셔라~ 절대절대 경험해보고 싶지 않네요.
맑은물도 정말 몸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적이 있나봐요ㅠㅠ 골병드는 직업, 선생님...
맑은물은 이미 안전한 울타리, 편안히 기대고 싶은 자리십니다~
서로에게 의자가 되어 주는 공동체놀이. 이 비유 들으니까 제가 글쓰기 수업에 오면 왜 맘이 편해지는 지를 알 것 같아요. (그래서 패를 막 깐 건가;;)
ㅋㅋㅋㅋ적진이 깔아놓은 자리, 믿음자리. 패를 보여줄수록 가져가는게 많은 신기한 곳, 메타포라^^
메이님의 몸은 소중합니다, 소중히 여겨주세요~ 옆지기님께도 분명 소중하지 않을까 지레짐작을 ^^ 그리고 그날 글쓰기 선정적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뜨겁고도 치열한 사유&글을 공유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은 듯하지만 결국 잘 갈무리하시리라 믿어요. 응원합니다 으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