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백인우주만선‘
정승권 교장선생님이 만드신 클라이밍 마라톤 중 하나로
노적봉~백운봉~인수봉~우이암~주봉~만장봉~선인봉을 당일등반하는 코스를 말한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북한산과 도봉산일대의 암봉을 오르고 넘어 내리는 자연스러운 등반선을 만들어 워킹과 등반을 혼합한 장기등반, 속공등반 등의 훈련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명품코스로 알고있다
올해 시산제에서 승호선배님이 노백인우주만선 가볼래? 하고 물어봐주셨었다
애초에 너무나 관심있는 등반이었고 노백인이라도 해보고싶은 마음이 너무 컸었기에 그 자리에서 너무 가고싶다 이야기했다
승호선배님은 시기상 5월초에 노백인주만선하기가 좋다고 5월초에 가자고 가자고 하셔서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4월초 시산제에서 한달 후 노백인우주만선 등반이 결정되었지만 몸의 상태는 이런저런 핑계로 무게는 늘어있고 정신은 등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으로 순수한 즐거움을 잃은 상태였다
겨우내 빙벽에 대한 스스로의 실망, 선등에 대한 욕심과 실제 현실의 괴리 사이에 자괴감 등 어느새 등반을 가기로 결정되면 처음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걱정으로 스트레스만 받는 상황이었다
‘선등하고 싶은데’, ‘근데 무섭잖아, 자신없잖아’ 등의 생각으로 몇번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확신없는 쫄보는 누가 떠밀지도 않지만 스스로의 땅굴파기로 등반가는 즐거움을 잃어버렸었다
하지만 이번 노백인우주만선 등반이 결정되고 정말 오랜만에 등반에 대한 순수한 기대와 즐거움이 다시 생겼다
가는날이 너무 기다려지고 잘 해내기 위해 준비하게되었다
우선 등반코스에 대한 공부와 몸만들기가 필수였다
교장선생님의 영상, 인터뷰, 학교자료 등을 찾아보며 코스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등반코스의 개념도 확인을 했다
몸만들기를 위해 아침마다 낮은 언덕이지만 업힐을 겸한 러닝 혹은 2L 생수통 8개를 가방에 넣고 16kg 중량워킹을 했다. 또한 나름의 식단조절로 체중도 6kg감량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아침마다 출근전 일어나기 힘들지만 노백인우주만선의 등반완주를 꿈꾸며 한번이라도 더 일어나 준비할수 있었다
2023년 5월 13일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전부터 새벽출발이기 때문에 아침일찍일어나 밤에 일찍 잠드는 수면패턴을 만들어 전날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잠들수있었다
하지만 출발이 3시 30분에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수원에서 출발을 해야했기에 늦어도 2시에는 출발해야해서 제대로 수면을 취할수는 없었다 다행히 2시간 정도는 푹 자고 나머지 시간은 선잠에 들었다가 2시에 도선사로 출발했다
3시5분쯤 도착하니 전날 미리 도착해 주무신 승호선배님은 이미 일어나 준비하고 계셨다
자판기커피로 몸을 녹이고 3시 25분경 도선사를 출발했다
그동안의 훈련이 헛된 것이 아니었는지 등의 짐은 가볍게 느껴졌고 용암문까지 30분만에 갈 수 있었다
발걸음은 가볍고 컨디션은 좋았다
너무 일찍 출발해 해가 뜨려면 시간이 좀 남아 용암문에서 10분 휴식 후 노적봉을 향해 갔다
날씨는 찬바람이 불고 아직 새벽공기는 쌀쌀하지만 워킹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정규탐방로에서 노적봉 들머리로 들어선 후 참사가 났다
랜턴에 비추는 시야외에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어둠속에 길을 잃은 것이다
방향은 알지만 위치는 놓친 상황에서 노적봉을 향한 알바를 시작하였고 능선만을 바라보며 3번 정도의 업다운과 릿지길을 방불케하는 암벽을 타고올라 용암문 출발 한시간만에 노적봉 하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알바로 시작부터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되었다
예정보다 한참 늦어지고 이미 여명을 밝아올랐다
숨을 고르고 등반준비를 마치니 이미 20분이 지나있었다
05:30 노적봉 등반 시작
노적봉 1p
승호선배님이 아직 어두워 슬랩 홀드가 잘 보이지않으셨고 바위는 습기를 머금고있어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승호선배님 선등 이후 나도 올랐고 바위가 너무 미끄러웠다
오늘의 목표는 등반성이 아닌 속공등반을 통한 완주였기에 등정주의로 올랐다
확보점에 도착하니 승호선배님이 올라가라고 하신다
미리 귀뜸해주시어 내심 준비하고 있었고 전에도 올랐기에 바로 스윙으로 올라갔다
아까 알바를 하며 몸이 풀린걸까 등반성을 비우니 마음의 짐이 덜어진걸까 평소보다 등반이 잘되며 오를수 있었다
그렇게 스윙으로 노적봉 정상을 1시간 40분이 걸려 도착하였다
재빠르게 짐정리를 하고 백운대로 넘어갔다
노적봉을 내려와 출발한지 30분 백운대 등반예정코스인 녹두장군길 아래 도착하였다
07:55 백운대등반 시작
원래는 시인신동엽길이 최초 등반길이지만 상황을 고려해 녹두장군길로 등반하게 되었다
이곳은 와본적이 없지만 스윙등반을 하게 되었고 노적봉에서부터 마음이 풀린걸까 코스가 쉬운걸까
볼트거리가 멀지만 이리저리 우회하고 편한 길들이 눈에 보이며 2,3p를 한번에 끊을수 있었다
코스는 좋지만 백운대 등산로와 맞닿아있어 구경거리가 되어 집중은 흐트러지는 코스인것같다
다음등반에는 1,2p와 3,4p로 나누어 두번에 등반이 가능해보인다 *70자 기준
그렇게 한시간에 걸쳐 백운대 등반을 마무리하고 인수봉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백운대정상에서 하강과 워킹을 통해 30분이 걸려 인수봉에 도착했다
아뿔사 이미 비둘기 1p에 사람이 있다
다행히 다른길을 가시는 분들이라 옆으로 등반하기로 하고 등반준비를 했다
9시 40분 인수봉 등반시작
한번도 가본적 없지만 그냥 걸어가는길이라고 나보고 가라고 하신다
내심 몸도 풀리고 좋아서 등반을 시작했고 인수봉 비둘기길 등반은 40분만에 끝낼수 있었다
본래 코스는 고독길 클라이밍 다운을 통한 암봉을 넘어가는 것이지만 주말상황을 고려해 비둘기길로 하강해 내려가기로 결정하였다.
10시 35분 인수봉 하산을 시작했다
예상한 것보다 페이스가 좋아서 해지기 전에 암벽을 내려올수 있을것 같았다
하산하며 빨리 내려가서 밥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승호선배님이 워킹으로 이동하자고 하신다
내심 택시타고 빨리가야지 생각했기에 원망스럽지만 선배님의 발자취에 따라 워킹으로 우이역까지 내려갔다
한시간 반에 걸쳐 하산하고 김밥 한줄 가볍게 먹고 아메리카노 한잔을 손에쥐고 쉴틈없이 우이암으로 출발했다
12:10 우이역출발
슬슬 준비하고 새벽에 출발한 피로가 몰아오고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한손에 든 아메리카노의 힘이었을까
얼음컵을 손에 쥐고 조금씩 마시며 오르니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등산코스 또한 그동안의 인수선인가는길과 다르게 완만하여 그늘길을 커피와 오르니 오를만 했다
* 정말 커피들고 우이암 어프로치 시작을 추천한다. 쉬면서 퍼지지도 않고 한잔의 여유와 함께 수분의 짐과 부담도 덜고 최고였다. 개인적인 이번 등반성패에 큰 영향을 주었다. 최대한 큰컵으로 양많이 추천
1시간 반에 걸친 어프로치 끝에 우이암 아래 도착하였다
13:45 우이암 등반시작
등반은 30분만에 마칠 수있었다
7봉우리 중 4봉을 올랐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우이암 위에서 주봉 만장봉 선인봉을 바라보니 갈길이 구만리이다
재빠르게 정리하고 주봉으로 출발하였다
한시간 20분에 걸쳐 주봉에 도착하였다
가는길이 전에 오봉릿지가는 길과 만나 반갑기도하고 그길을 다시 갈 생각에 까마득했다
이미 다리에 힘이 많이들고 짐도 무거워진지 오래이다
주봉아래 등반준비를 하는데 골이라 그런걸까 해가 지기 시작해서 그런걸까
운행 중 괴롭히던 햇빛은 사라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며 강풍이 분다
사람의 마음을 꺾이게 하는데 최적의 조건이다
하지만 어쩌랴 가야지
16:00 주봉 등반 시작
정말 솔직히 쉬울줄 알았다
천장길도 아니고 k크랙길이며 옛부터 오르던 길이기도하고 크랙길이라 나름 자신있었다
돌아오고 다시 코스를 보니 한가지 글귀과 와닿는다
과거 최고의 클라이머 등용문
장비도 발달되지않는 시절 여기를 어떻게 선배들은 등반하셨을까
피스트 재밍도 안먹는 크랙을 몸재밍으로 올랐다
후등이 아니었으면 시도조차 못했을것같다
다시 찾아보니 레이백 스타일과 스태밍 스타일로 나뉘는데
선등의 경우는 레이백등반이 정말 어려울것같다
아래는 바로 테라스이고 손홀드도 별로고 레이백 자세로 확보물 설치도 너무 어려울것같다
다음에는 스태밍자세 혹은 몸재밍을 연구해야할것같다
주봉 정상에 오르니 매서운 바람이 분다
승호선배님 말씀으로는 주봉은 항상 이렇게 분다고 한다
점점 마음이 꺾이지만 어찌하랴 가야지 이대로 멈추기엔 아쉽다
주봉을 내려와 만장봉으로 향했다
만장봉 하강지점에서 등반하는걸 영상으로 봤는데 2번의 하강포인트가 있고 아래쪽 등반선은 보이는데 그 위에 어떻게 가는지 영상으로도 확인해보지 못했고 위에 상황도 등반선도 잘 보이지않아 고민이 시작되었다
승호선배님이 옆길을 보시더니 등반선이 보인다 가자 하시고 출발하셨다
개인적으로 이런길의 사고사례가 주변에 있어서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사람의 손길이 없는 등반선을 보며 되돌아가는것도 용기이다 뽑히는 홀드 낙석조심하셔라 이야기 해본다
선배님은 등반 의지꺾인다고 그런이야기 하지말라 하신다
그렇게 옆길을 올라가시고 한참 뒤 목소리가 들린다
“찾았다!”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줄이 이미 많이 꺾여 올라가지않는다
남아있는줄을 가방에 넣고 올라간다
이미 빌레이는 큰 의미없이 올라간다
돌을 하나씩 두드리며 올라가본다
그렇게 올라가니 승호선배님이 캠으로 확보한채 조심히 빌레이를 보고 계신다
“위에 볼트있다”
선배님의 이 한마디가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걱정되던 마음이 사라지며 정말 완주할수 있겠다 싶은 기대가 다시 생긴다
그렇게 오르고 보니 하강길로 오르는길과 만난다
다음에는 하강길로 올라와도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 위가 문제였다
아무런 볼트가 보이지않고 등반선이 보이긴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의 상황이 예측이 안된다
승호선배님은 어떡하냐 가야지 하시고 출발하신다
아래서는 보이지않아 많이 걱정했지만 왼쪽편으로 가니 그리 어렵지않은 길이다
후등이라 그리 갔지만 선등으로 미지의 영역을 오르실때 선배님 심정이 어떨지 참 감사했다
18:45 만장봉 정상
우여곡절 끝에 만장봉 정상에 도착했다
좋지만 기뻐할 틈이 없다
주변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재빨리 선인봉 갈 준비를 한다
두번의 하강과 트래버스 짧은 오름짓을 통해 선인봉 정상에 도착한다
19:25 선인봉 정상 도착
드디어 노백인우주만선의 끝에 도달했다
하지만 모든 등반의 끝은 집에 도착하는것이기에 헤드랜턴을 챙기고 가벼운 빵 조금 먹고 다시 하강에 나선다
*본래 코스는 박쥐길로 클라이밍 다운이지만 아직 나는 꿈꾸기도 힘들다
20:00 하강완료
드디어 암벽을 끝내고 자운봉 하산길과 만나는 탐방로로 들어왔다
이미 주변은 어둠으로 보이지않는다
헤드랜턴의 불빛으로만 보이지만 탐방로에 들어오자 마음이 퍽 놓인다
이제는 뭐없다 남은 체력을 쥐어짜내 집을 가는것밖에
이미 하체는 다 털려있고 무릎이 아픈지도 오래이다
어둠속에 하산하는길은 항상 평소보다 길게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 등반을 복기하며 내려가니 결국은 도착한다
21:15 노백인우주만선 완료
18시간에 걸친 산행이 드디어 끝났다
뿌듯함보다 허기짐과 갈증이
만족감보다 식당이 닫았으면 어떡하지의 두려움이 앞선다
식당 걱정을 하는 내 자신을 보며 나는 천성 돼지인가 싶어 실소를 머금는다
맛있는 식당은 이미 다 닫고 아직 열고있는 가게로 향한다
팔아주는것만으로 감사하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장국과 맥주로 배를 채우고 다시 우이역으로 넘어갔다
승호선배님과 가볍게 맥주 한잔하며 늦은밤 등반 이야기를 꽃피워본다
03:25 도선사출발
03:50 용암문 도착
05:15 노적봉하단 도착
05:30 노적봉 반도A 등반 시작
07:10 노적봉 정상 도착
07:20 백운대 이동
07:45 녹두장군길 하단 도착
07:55 녹두장군길 등반시작
09:00 백운대 정상 도착
09:25 인수봉 하단 도착
09:30 인수봉 비둘기길 등반 시작
10:10 인수봉 정상 도착
10:25 인수봉 하강 완료
10:35 인수봉 하산 시작
12:00 북한산우이역 도착
12:10 우이암 출발
13:45 우이암 도착
14:15 우이암 정상 도착
14:20 우이암 하강완료
14:40 주봉 이동
15:50 주봉 도착
16:00 주봉 K크랙 등반 시작
17:05 주봉 정상 도착
17:15 주봉 하강완료
17:30 만장봉 하단 도착
17:45 만장봉 등반 시작
18:45 만장봉 정상
18:55 만장봉 하강 시작
19:25 선인봉 정상
19:55 선인봉 하강완료
20:00 탐방로 도착
21:15 도봉탐방지원센터 도착 노백인우주만선 완료
* 노백인우주선 혹은 노백인우주만선길은 너무 좋은 훈련길임과 동시에 다시금 등반이 너무 즐거웠고 행복하게 해준길이다
* 끌려가는것만 아닌 스윙으로 올라 뜻깊었고, 이런 등반을 이끌어주는 선배님들이 있어 행복했다
* 인수봉 하산길에 택시 안탄것이 너무 야속했지만 끝나고 보니 동력없이 두발로만 완주를 해서 더 뜻깊었다
* 체중감량과 훈련은 헛되지 않았다. 하지 않았으면 못했을것같다. 프로젝트를 정하고 완료를 하니 이보다 뿌듯할수가 없다.
* 올 겨울은 꼭 겨울3종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첫댓글 승호선배님, 환일씨 고생 많으셨고 무사히 완등하신걸 축하드립니다.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하여 철처히 준비한 노력의 결과를 보면서 환일씨의 산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감동스럽네요. 앞으로의 환일씨를 더 기대하게 되네요. 다시한번 완등을 축하해요^^
7봉을 찍는 다는게 쉬운일은 아닌데 정신력으로 이겨냈구만ㆍ축하한다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는 클라이머가 되시길
준비된 클라이머 구먼! 수고 들 했어요
핸드폰을 off하여 내사진만 있네
내년에 기념사진을 위하여 한번더ㆍㆍㆍ
7봉을 오르고 완주를 위한,
본인 마음의 준비와 결심, 몸을 만들려고 생수16kg 중량 야산 위킹업힐,체중감량, 식단조절 ~
승호형,환일이 두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값진완주,축하드립니다.
이야...환일이 멋지다...
승호형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