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와 황산에서 사랑을 배우다 / 한정숙
8월 말 퇴임 동기 네 명이 자축하는 식사 중에 40여 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2 막을 시작하는 행사로 가 본 적 없으나 다녀온 사람들의 추천을 많이 받았던 중국 황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마침 코로나 이후 닫혔던 무안공항이 열리고 10월까지 황산 가는 전세기를 띄운다고 하니 기회가 좋았다.
8월 27일 오후에 출발하여 10월 1일 오후 늦게 도착하는 4박 5일의 황산, 항주, 서체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우리가 속한 무안 연합팀 21명은 황산에 도착하여 전용 버스로 숙소로 이동하여 첫날을 보냈다. 2일 차엔 황산 리브레 리조트 호텔에서 3시간 30분 거리 항주의 서호와 청대의 거리를 재현한 청하방 옛 거리를 구경하고 3일 차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국의 고촌 서체를, 4일 차엔 이번 여행의 제1 목적지 황산을 등정한다. 마지막 날엔 휘주 고성과 휘주 박물관을 들러 황산 국제공항으로 이동한다. 그중 서호와 황산에 얽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항주의 서호는 반자연반인공 호수로 둘레가 15킬로미터(KM)인데 첸탄강의 토사가 쌓여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호수 가는 길의 오래된 가로수와 사계절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 유람선을 타며 본 비경과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도 눈과 귀를 잡았으나 내 관심은 중국요리를 먹을 때 맛보았던 ‘동파육’의 유래였다.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시인 ’소동파‘는 송나라 초기 항저우의 태수로 부임하였다. 그는 농민들이 가뭄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웃자란 수초 때문에 물 대기가 힘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호수 바닥에 침전된 진흙을 모두 파서 올리게 했는데 기존에 있는 제방 ‘백제’ –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쌓았던 - 보다 세 배나 더 길고 넓었다. 이 제방은 소동파의 성을 따서 ‘소제’라고 했다. 2.8KM(킬로미터)의 제방을 쌓고 민생을 살피는 소동파를 존경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를 바쳤는데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직접 요리법을 개발하여 널리 먹을 수 있게 하였고 그의 이름을 따서 ‘동파육’이 되었다고 한다. 돼지고기(삼겹살)를 간장 양념에 졸여 만든 요리라고 하겠다. 가이드가 들려 준 이야기니 백 퍼센트 정설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요리 이름에 지방 관리의 ‘애민정신’과 주민들의 ‘감사의 마음’이 함께 있다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음식인가 말이다.
넷째 날 새벽 다섯 시 반, 1시간 30분을 달려 해발 800고지의 태평역에 도착하여 등정했던 ‘황산’ 개발에 대한 이야기도 특별했다.
황산은 1,864M의 연화봉(莲花峰), 1,864M의 광명정(光明顶), 1,810M의 천도봉(天都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가 넘는 77개의 봉우리가 첩첩이 둘러싼 절경의 산이다. 이 산의 자랑은 화강암의 기이한 봉우리, 단단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는 운해로 1990년에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러나 중국 제일의 ‘황산’도 지도자의 마음에 비하면 빛이 덜했다.
중국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 꼭 가봐야 할 산으로 꼽는다는 황산을 1979년 ‘등소평’이 75세의 나이로 걸어서 올랐다. 길이 험하여 주위에서 가마꾼을 불러 타기를 권하자 “어찌 인민의 어깨를 밟고 올라갈 수 있겠는가?” 하며 물리쳤다고 한다. 그는 산에 오른 후 ″인민들이 이 아름다운 황산을 오를 수 있도록 하라.″고 개발을 지시하였다. 20여 년에 걸쳐 다리와 계단을 만들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황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였다. 이곳 사람들은 그를 ‘등 할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도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의 도움을 받고 만 개가 넘는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연화봉’이 있는 정상까지 다녀왔다. 세월과 자연만이 빚을 수 있는 서해 협곡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람 되어 떠도는 운해, 바위산 틈을 비집고 자라는 소나무의 위용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감탄의 소리를 내는 것도 불경하게 생각되었다.
크게 숨을 쉬고 발을 내 디딜 때마다 눈을 질끈 감고 다리도 덜덜 떨었으나 ‘등 할아버지’ 의 인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앞세우고 따라가니 누릴 수 있는 여건이 감사할 뿐이었다.
첫댓글 선생님들의 글로 지난 주엔 박노해 시인을, 이번 주엔 등소평에 대해 잘 알게 되었어요. 퇴임 축하드립니다. 인생 2막을 즐겁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마지막 날까지 낑낑대다가 기일을 넘기며 투박한 글이 올라갑니다.ㅋ
저도 몇 년 전에 다녀왔지요.
퇴직하시고도 거뜬히 올랐더니 건강 관리 잘하셨네요.
30대 가이드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황산은 다리 빠지는 산입니다."
실제로 그는 무릎이 심하게 아파 고생하더라고요.
잘 읽었습니다.
중국을 한 번도 못 가 봤는데, 무안에서 있을 때를 꼭 노려보고 싶습니다. 등할아버지가 좋은 분이군요. 하하.
등할아버지 덕분에 황산이 세계의 산이 되었군요.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만 개의 계단에서 좌절했습니다. 선생님 글로 만족해야 겠어요. 걷기운동 열심히 하시더니 중국도 다녀오시고 축하드려요.
큰 인물 덕분에 멋진 산이 개발되고 맛난 음식이 탄생했네요. 재미난 얘기 잘 들었습니다.
세상에 훌륭한 사람들이 참 많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황산, 자신 없네요. 흐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