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전쟁 속으로 들어간 한 사람을 따라가기보다,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한다. 도착하지 않은 주소와 끝내 받지 못한 글자들, 그 공백을 진단하듯 문맥의 맥을 짚어보고 싶었다. 쓰여진 문장이 아니라, 끝내 쓰이지 못한 마음의 상태가 어디에 남아 있는지를 묻는 일에 가깝다.
글씨를 배우지 못했던 스무 살의 시간은 침묵이었지만 생존은 멈추지 않았다. 편지 대신 보리순을 심고 문장 대신 계절을 키웠다. 봄을 그릴 줄 알았던 손놀림은 문자 이전의 언어였고 언어 이전의 사랑이었다. 전장으로 떠난 사람과 뒤섞인 도시 이름들 사이에서 기억은 점점 외국어가 되었고 역사는 플러그 하나로 꺼질 수 있는 화면처럼 위태로워졌다.
기억을 복원하려 들기보다, 기억이 사라지는 방식을 따라간다. 무엇이 남았는가보다 무엇이 지워졌는지를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 마지막에 놓인 ‘스무 살 치매꽃’은 개인의 병명이 아니라 전쟁과 이주, 침묵 속에서 너무 이르게 늙어버린 한 세대의 시간에 붙인 이름이다.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확인하기 위해 적힌다. 잊힌 줄 알았던 것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