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770-74번지에 소재한 '청록경로당'>
오늘 드디어 청록경로당 보수를 위한 첫삽을 떴습니다.
이곳 청록경로당은 구 도심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대체로 저소득층 어르신이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비새고 물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것만 같은 위험한 구조속에서 힘겹게 생활하시던 어르신들이 한달이 지나면
새로 단장된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실 수 있을것입니다.
<건물 뻐대만 남겨 두고 모두 철거하고 있다.>
<여닫기도 힘들었던 문들과 따뜻한 물마져 잘 나오지 않았던 비좁고 불편했던 화장실>
<다락때문에 허리를 펴고 일어나기도 불편했던 화장실, 오늘 다락을 모두 철거하였습니다.>
<다썩어 내렸던 바같채로 통하는 문.. 모두 철거하고 깨끗한 방화문으로 교체할것입니다>
<관리가 안되 지저분했던 외관>
올 3월 초, 일을 마치고 돌아온 시간을 맞춰 노인 한분이 저희집을 찾아 오셨습니다.
사연인즉, 경로당이 비가 새고 물이 뚝뚝 떨어져서 구청으로 동사무소로 찾아 다니면서 하소연도 해봤고
시.구의원들도 만나봤지만 해결할 수 없어 '젊은 사장님(?)'을 찾아 오게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곳으로 이사온지 불과 5개월 밖에 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없고 더더구나 이쪽 공무원들이나 정치인을 아는 사람이
없어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할것 같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나같은 사람을 찾아 왔을까 싶어 일단 시간내어 경로당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첫 방문했던날의 감정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듯 싶습니다.
끌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길이 없었습니다.
곳곳에서 줄줄줄 썩어 흘러 내리는 물줄기에다 악취로 인해 숨이 멎을것만 같았습니다.
널부러진것 처럼 제각각 노는 방 문들과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땜방질 해놓은 창문틀!
냉기가 가득한 방바닥!
온수사용이 불가능한 화장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지만 시건장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낮에는 어르신들이 지내고
밤에는 도둑들이 판치는 형국이었습니다.
(미뤄짐작하건데 지역의 노숙인들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우선, 광주광역시와 서구청에 민원을 넣어 개선을 요구하고 서구청을 발이 닳도록 찾아 다녔습니다.
현장을 방문한 복지과 직원들에게 '당신들은 이러한 현상이 분하지도 않느냐?"
"그 사이 뭘했냐?
"삼시 세끼 밥 먹고 매달 꼬박 꼬박 월급받으니 이러한 시민들의 불편에 안중에도 없느냐?며
직원들의 복지부동을 호되게 질타했습니다.
이러한 상태까지 방치한 광주시장과 서구청장 그리고 시.구의원들에 대한 분노에 눈물이 났습니다.
이곳 경로당의 역할은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릅니다.
경제적 형편이 양호한 신도심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교제의 장소지만 이곳은 생활의 장소입니다.
쪽방에서 제대로 씻지 못한 분들은 이곳에서 씻어야 하고, 식사를 못하신분들은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구 도심 경로당은 가난한 어르신들의 삶의 완충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 4개월을 씨름한 결과 광주서구청으로 부터 1,43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예산으로는 무엇하나 손댈 수 없는 상황이라 고민은 컸습니다.
다행히 4천여만원 상당의 인력과 자재를 후원을 약속한 건설사의 도움으로 오늘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13년을 살았던 화순을 떠나 이곳으로 정착했습니다.
효과적으로 일할 사업장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곳을 다녔습니다.
동구 소태, 학, 양림동 남구 월산 주월 서구 농성,화정동 등 소위 광주지역의 빈민벨트를 돌아 다녔지만
워낙 가진 돈이 없어 절망하고 있었는데 마침 나의 조건에 맞는 집이 나왔습니다.
작년 7월!
무더운 여름날 집을 알아 보기 위해 이곳을 처음 찾았을때의 풍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입니다.
쉴곳이 마땅치 않아 도로 양쪽 뜨거운 뙤약볕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들!
복잡한 심경만큼 휘날리던 쓰레기더미!
60%이상 텅빈 상가와 빈집!
"그곳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아 분위기가 안좋아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을텐데 한번 더 생각해보지 그러냐"며
만류하는 지인들을 뿌리치고 이곳을 내 삶의 터전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습니다.
풍암, 금호, 상무지구 등 신도심이 우리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서구청은 매우 가깝지만 마을회관, 도서관, 문화센터 등 문화시설이라고는 찾아 보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문구점, 슈퍼마켓, 동네병원 하나 제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주민수가 적어 사업상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곳으로 들어 오려는 사람들보다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한번 떠나면 그곳은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로 남습니다.
부득히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은 경쟁으로 부터 밀린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어쩜 그들에게 이곳은 인생의 종착점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독지가께서 보내주신 귀한 생명의 쌀>
제가 경로당 일을 맡게된 것은 우연이었지만 필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작년 가을, 영광지역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어느 독지가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분께서는 저의 사연을 들으시고 흔쾌히 쌀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소중한 쌀을 작년 가을, 올 봄 등 두차례에 걸쳐서 보내주셨습니다.
도움을 받았던 조씨 할머니께서 추천을 하셔도 어르신들이 저를 찾아오시게 됐던 계기입니다.
앞으로 보수공사는 한달간 진행될것입니다.
한달뒤면 멋지고 훌륭한 생활공간으로 거듭날것입니다.
동네주민들의 회합의 장소로 거듭날것입니다.
하수관거 투쟁으로 드높아진 시민의식은 앞으로 더욱 큰 동력으로 많은일을 이뤄낼것입니다.
가을부터 진행될 '극락천 정비사업 조기착공을 위한 시민모임'을 필두로 '어린이작은도서관' '
폐가를 이용한 공용주차장' '쉼터' '벽화길 조성' 등 많은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서구청에 다녀왔습니다.
장애노인복지과를 들려 그간 애써주신 직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였습니다.
저의 날선 비판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직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말씀드립니다.
또한 오늘의 결과를 도출해 내기 까지 애쓰신 광주서구청 고순남선생님과 G건설 B과장님과 E건설 대표이사님,
또한 공사를 맡아 진행하시는 B건설 L대표이사께 더불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써 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인사드립니다.
소유로부터 자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