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백패킹 다운 백패킹 한번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남편과 언제나 말하듯 캠핑의 꽃은 겨울인데 말이지. 사실 말은 그렇게 해도 추위에 엄청나게 약한 나이기에 겨울 캠핑은 막상 엄두가 안 나긴 한다.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추위에 벌벌 떨으며 걷다 보면 내가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니깐. 그래도 추위 속 먹는 따뜻한 라면 하나에 그 모든 것이 풀려버리고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떠나게 만드는 겨울 캠핑은 참 애증의 존재이다. 하여튼 그 겨울 캠핑을 올해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는데 그 아쉬움에 봄 캠핑이 간절해지는 마음이다. 그래서 작년에 다녀온 태안 백패킹 사진들을 정리하며 태안에 갈까? 하며 남편에게 넌지시 물었다. 날이 좋으면 조만간 떠나야지.
우리의 코스는 태안 노을길에서 시작되었다. 5코스 노을길은 태안 해변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구간 중 하나로 바다를 보면서 걷는 코스이다. 코스도 길지 않으며 길이 어렵지 않아서 배낭을 메고 걷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5월의 날은 백패킹 하기 적당히 시원해서 걷기 딱 좋다. 간식을 사들고 남편과 함께 힘차게 걷기 시작한다.
천천히 걷는 길, 걷다가 배낭을 내리고 휴식을 가진다. 간식으로 사 왔던 영심이네 만두를 먹는데... 천상의 맛이다!!!! 사실 이번에 다시 안면도에 갈까 고민했던 게 이 만두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 우리의 인생 만두... 너무 맛있어서 돌아가는 날 또 사 먹고 집에 포장해 가기까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도를 들고 걷다가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도 하고.. 큰 배낭을 메고 산과 바다를 걸어 다니는 젊은 부부는 언제나 트레킹 하는 분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다. ㅎㅎㅎㅎㅎㅎ:)
어디에 가는지, 어디서 잘 건지, 춥지 않은지 궁 긍해 하시고 걱정해주시는 분들, 각자 살아가기 바쁜 각박한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마음이다. 그렇게 말 걸어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걸을 때의 지침이 조금 줄어든다.
평탄한 바닷길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 신세 지기로.
무언가 할 수 있다. 무언가 할 수 없다.
다들 분명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있겠지.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있다면
우리들은 뭐랄까. 굉장히 부지런한 거 아닐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새파란 하늘 아래 캠핑의자만 펴놓고 독서 타임,
다른 여행 온 사람들에게 누가 될 수 도 있기에 사람의 왕래가 없는 저녁 시간까지 기다린다.
처음 출발할 때는 구름이 가득하고 조금 흐렸었는데 구름이 조금씩 흘러가며 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오후 6시 이제 텐트를 후다닥,
우리의 Poler 텐트, 무게가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감성 감성한 예쁨을 가지고 있다. 힐레베르그에 비해서 텐트 치기도 너무 편하고, 만족스러운 구매:)
물론 그래도 우리의 최애 1순위는 힐레베르그다.
일몰 전까지 아주 잠깐 낮잠 타임,
낮잠을 자다가 아차 싶어서 후다닥 나갔는데 이런 일몰이 우리를 반긴다. 평상시에 낮잠을 자는 타입은 아닌데 이렇게 캠핑 오면 희한하게 낮잠이 온다. 그리고 그 딱딱하고 불편한 텐트 속에서 또 얼마나 꿀잠은 자는지, 그러다가 일몰 타임을 놓쳐 깜깜해져서는 나오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날은 다행히 일몰 타임에 딱 일어났다.
세상에, 너무 좋다.
해가 지는 모습은 참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 공간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그럴까? 어린 왕자를 보면 꼭 그런 거만은 아닌지도.
저 위에 뜬 초승달이 매력 포인트.
다음날 아침이 맑았다. 부지런히 가방을 정리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캠핑장으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캠핑장까지는 8km 그냥 쭉 걸어서 가면 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트레킹이라 너무 힘들기도 하고 해서 우선 회 센터까지 3km만 택시를 타기로 했다. 친절하신 택시 아저씨와 즐거운 수다를 잠깐 나누며 방포수산에 도착한다.
인터넷에 방포수산이 정말 싸고 괜찮타는 평이 있어서 찾아간 건데 생각보다 너무 작고 한산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회는 정말정말 쌈! 보통 유명한 회센터가 있는 항 이런 곳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회를 사서 직접 들고 저기 회 뜨는 곳으로 가져가면 회를 손질해준다. 파닥거리는 걸 들고 가려니 마음이 조금 그랬지만 맛있게 먹었던 우리의 광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