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갈등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렇게 할 것인가 저렇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지만 이런 피할 수 없는 갈등과 고민이 건강한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는 선택이라는 것의 기준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이익과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애증입니다. 즉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 가까이하고 싶거나 멀리하려는 마음, 이 상반된 감정들 이것들이 나를 괴롭힙니다. 우리가 사람을 볼 때 가치중립적이고 절대적인 시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기준으로 바라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너무나 좋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애정의 정도만큼 미워지고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것을 사물의 본질은 하나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내 입장과 시각에 따라 또는 내면의 심리에 따라 달라보이는 것입니다. 결국 이 마음이 없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평소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그 사랑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는 수많은 종류에 방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사랑이 우리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절제되고 정제되어 있지 않은 자기중심적 사랑은 속박이나 죽음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신문의 사회면에 등장하는 치정에 연관된 사건들 속에서도 당사자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속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릇된 사랑, 자기중심적인 사랑은 결국에 비극적 결말을 낳습니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한다면 그것은 그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나 기대나 애정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의 사랑이나 애정이 자기중심적이었던 결과가 미워하고 서운한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상대방이나 환경을 탓하고 원망하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미혹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미혹하지 않으려면 지금 내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자기중심적인지 아닌지 상대방을 속박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도 서운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빚나간 사랑이고 배려입니다. 이런 사랑은 결국에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습니다.
늘 자기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 취사선택을 불교에서는 간택심이라고 말합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분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하나의 사건이나 상황을 두고 다양하게 생각하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정신이 건강한 분들은 사건이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건강한 정신세계로 온전한 행복을 향해서 나가야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전개하는 것이 자신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면 이 그림을 관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조종하는 관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종교관, 인생관, 세계관, 직업관 등 이 관념은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 관념의 틀을 깨려고 해도 쉽지 않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다생겁래 죄업장(多生劫來 罪業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쉽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불교는 이렇다거나 불자라면 반드시 이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인데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런 관념은 종교만이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 자신이 그려놓고 만들어 놓은 틀에 자신이 속박되고 고통 받을 수 있습니다. 내막을 자세히 알고 보면 혹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고 의미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실수를 하고 바로잡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사사로운 감정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가 무모한 애증의 감정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음으로 제어한다거나 감정을 감정으로 다스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수록 번뇌 망상은 늘어만 갑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들을 분별하지 말고 일체를 평등하게 바라봐야하는데 그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마음의 평화, 행복, 평온을 위해서는 이러한 분별심 번뇌 망상이 떨어져 나가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인식만 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그 길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에 분별을 떠난 둘 아닌 마음으로 대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것들이 간택심에서 비롯된 증애심,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가 늘 괴로워하는 이런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평화로운 삶 행복한 삶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불자님들 모두 자기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