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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대명사 소고기. 우리는 소고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달 30일 소고기에 대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을 모아 소고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보기로 했다. 먼저 부산 최고(最古)의 한우 전문점인 '급행장'의 손재권 대표. 급행장은 일부 특수부위를 제외하고는 투플러스(1++)급 암소 고기만 취급해온 명성을 62년째 이어가고 있다. 또 소가 지나가는 모습만 보고도 등급을 바로 맞힌다는 부경축산물공판장의 정창열 경매과장, 장영욱 중매인이 참가해 일반인이 잘 모르는 전문 지식을 공개했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는 점들을 위주로 '소의 맛'에 대한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Q :'한우 1등급' 또는 'A등급'이라고 자랑하는 집들이 있는데.
A : 육질등급은 투플러스(1++),원플러스(1+),1,2,3 등 총 5등급으로 나눠진다. 근육 내 지방도와 고기 색깔, 고기의 성숙도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지방이 살 속에 퍼져있는 마블링이 잘 된 고기가 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1등급은 5등 중에서 중간인 3등인 셈이다. 1등급이 나쁜 고기는 아니지만 좋은 고기라는 오해도 주지 않도록 등급제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등급 고기를 쓰는 집에서는 등급에 관해 소비자에게 잘 안 밝히고 있다. 한우 분류에는 또 육량등급(A~C)이란 게 있다. 도축했을 때 얼마나 많은 고기가 나올 수 있느냐는 평가이다. A등급은 고기의 양이 많이 나온다는 의미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
Q : 투플(1++)이면 다 같은 좋은 고기인가.
A : 등급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원플이라 해도 투플 보다 좋은 소도 있고, 투플도 원플 같은 소도 있다. 일등 소인데 경매를 보면 일등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가 찾는 기준과 서로 안 맞아서 생기는 일이다.
또 같은 투플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오늘(지난달 30일)의 경우 투플 경매가는 1㎏에 가장 낮은 1만6천원에서 2만3천원까지 6천 원 가량 차이가 났다. 이렇게 차이를 두고 경매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알 수가 없다.
Q : 마블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 어떤 짐승이든 등심의 원래 형질에는 지방이 없다. 등심에 박힌 지방, 이건 사람이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소에게 질병을 만든 것이다. 방목해서 키우던 소도 출하 몇 개월을 앞두고는 가둬서 못 움직이게 하고 사료를 먹인다. 그래야 마블링이 좋아지고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입에 곡물을 억지로 밀어넣어 푸와그라를 얻는 거위나 소나 비슷한 처지다. 너무 마블링이 좋은 소는 느끼해서 꼭 버터 먹는 것처럼 맛도 없다(마블링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래 참조).
Q : 암소와 거세우를 비교하면 어떻게 다른가.
A : 무엇이든지 암컷이 맛이 있다. 이전에는 거세 시장이 형성이 안 될 정도였지만 거세우의 육질이 많이 개선되며 물량도 늘고 있다. 앞으로는 거세 시장으로 바뀔 것 같다. 현재까지는 부산· 경남은 암소 시장, 서울·경기· 대구는 거세 시장으로 본다. 암소는 송아지 번식이 목적이라 육질이 뛰어난 암소를 구하기가 힘들어 맛의 편차가 크다. 거세우는 맛의 차이가 거의 없어서 투플은 거세우가 많다.
Q : 요즘 점차 늘고 있는 '브랜드 소고기'는 어떤가.
A : 관리되지 않으면 브랜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브랜드를 만들려면 먼저 형질이 균일해야 한다. 횡성 한우라면 횡성에서 태어나고, 사육해서, 출하해야한다. 유전적으로도 같아야 한다. 부계와 모계를 따지고, 사료도 같고, 출하되는 개월 수도 같아야 한다. 상품이 균일해야 브랜드가 된다. 횡성한우가 부족하면 부산까지 와서 사가지고 간다. 이게 맞는 일인가?
Q : 굽는 방법에 따라 고기 맛이 달라지나.
A : 고기는 센 불에 빨리 구워야 맛이 있다(오래 굽지마라!) 일반적으로 고기는 참숯에 구울 때가 가장 맛이 있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손 대표와 장 중매인은 후라이팬에 고기를 구워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밝혀 의외였다. 돌판을 선호한다, 돌판은 잘 닦지않아 고기가 느끼해진다며 기호가 갈리기도 했다.

이날 투플 등급으로 동일한 거세우와 한우를 순서대로 맛을 보았다. 과연 맛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의외로 맛에서 차이가 확실하게 났다. 암소가 훨씬 고소했고, 거세우는 싱거웠다. 하지만 한 종류의 고기만 먹거나 일반 회식 자리라면 양쪽을 구별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사람들은 숙성육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이날 참가한 전문가들은 숙성육보다는 지방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급랭시켜 놔두었다 녹여서 작업할 때가 가장 이상적인 맛이 난다는 견해였다. 이건 취향의 차이일 수 있다. 숙성육을 좋아한다면 김치냉장고에 숙성시켜 먹어도 괜찮단다. 고기 먹을 때는 소금도 중요하다. 간수를 1년만 더 뺀 소금을 사용하면 고기의 맛은 더 훌륭해진다. 인터넷에는 급행장의 차돌박이를 칭찬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손 대표는 "차돌박이 구하는 재주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자랑을 한다. 급행장은 고기에 대한 고집, 아무리 비싸도 같은 고기를 구해놓겠다는 고집이 돋보인다. 정부에서는 이전에 암소 1등급 이상이 나오면 장려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소 사육 두수가 늘며 장려금 지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높아졌던 고기질이 다시 떨어지고 있단다. 일본처럼 고급 고기를 만들려면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데….
마블링의 역사
1920년대 농업 침체기에 미국 중서부와 동부의 목축업자들은 옥수수를 사료로 먹여 지방이 많은 자신들의 육우 품종 소고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싶어했다. 그들은 '목축인 가제트' 편집장이었던 앨빈 H. 샌더스를 앞장 세워 "동물의 근조직은 지방이 많아야 연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정부 설득에 나섰다. 결국 미 농무부는 "눈에 보이는 지방 마블링의 양을 토대로 자유로운 품질 평가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몇 년 후 정부에서 비용을 댄 연구들에 의해 마블링이 결코 소고기의 연한 육질과 맛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마블링이 풍부한 소고기의 지위는 지금껏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지방 밀도를 고기 품질의 주된 기준으로 삼는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되었다. 다른 두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해롤드 맥기 저 '음식과 요리'에서
1920년대 농업 침체기에 미국 중서부와 동부의 목축업자들은 옥수수를 사료로 먹여 지방이 많은 자신들의 육우 품종 소고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싶어했다. 그들은 '목축인 가제트' 편집장이었던 앨빈 H. 샌더스를 앞장 세워 "동물의 근조직은 지방이 많아야 연하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정부 설득에 나섰다. 결국 미 농무부는 "눈에 보이는 지방 마블링의 양을 토대로 자유로운 품질 평가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몇 년 후 정부에서 비용을 댄 연구들에 의해 마블링이 결코 소고기의 연한 육질과 맛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마블링이 풍부한 소고기의 지위는 지금껏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지방 밀도를 고기 품질의 주된 기준으로 삼는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되었다. 다른 두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해롤드 맥기 저 '음식과 요리'에서
첫댓글 아~~ 불쌍한 소. 그래도 맛있는디. 이성을 배반하는 입맛 따위...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