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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영용(咏慵) – 게으름을 노래하다 |
有官慵不選(유관용부선) : 관직에 있어도 게을러 뽑히지 않고
有田慵不農(유전용부농) : 전답이 있어도 게을러 농사짓지 않으며
屋穿慵不葺(옥천용부즙) : 지붕이 새도 게을러 이지 않고
衣裂慵不縫(의렬용부봉) : 옷이 찢어져도 게을러 꿰매지 않네.
有酒慵不酌(유주용부작) : 술이 있어도 게을러 마시지 않아
無異樽長空(무리준장공) : 술잔은 늘 비어 있는 편이다.
有琴慵不彈(유금용부탄) : 거문고가 있어도 게을러서 타지 않아
亦與無絃同(역여무현동) : 또한 악기가 함께 없는 것과 같구나.
家人告飯盡(가인고반진) : 식구가 먹을 것이 떨어졌다 알려도
欲炊慵不舂(욕취용부용) : 밥을 짓고 싶어도 게을러 벼 찧기가 싫다.
親朋寄書至(친붕기서지) : 친척과 친구들이 보낸 편지 와서
欲讀慵開封(욕독용개봉) : 꺼내어 읽고 싶어도 뜯기가 귀찮구나.
嘗聞嵇叔夜(상문혜숙야) : 일찍이 듣기로는, 혜강(嵇康)이
一生在慵中(일생재용중) : 평생 게으름 속에 살았다고 하던데
彈琴復鍛鐵(탄금복단철) : 거문고도 타고 담금질도 했으니
比我未爲慵(비아미위용) : 나보다 더 게을렀다고는 할 수 없겠네.
* 嵇叔夜(혜숙야) : 죽림칠현 중 한 사람인 혜강(嵇康)을 가리킨다.
* 鍛鐵(단철) : 쇠를 두들기다(단련하다). ‘단류(鍛柳)’라고도 한다.
92. 삼년별(三年別) - 이별한 삼년 |
悠悠一別已三年(유유일별이삼년) : 아득한 한 번의 이별이 벌써 삼년
相望相思明月天(상망상사명월천) : 보고 싶고 그리운, 달 밝은 하늘
斷腸靑天望明月(단장청천망명월) : 애타는 맑은 날에 밝은 달 보니
別來三十六回圓(별래삼십륙회원) : 이별한 후 서른여섯 번 째 둥근달
93. 남포별(南浦別) - 남포의 이별 |
南浦凄凄別(남포처처별) : 처연한 남포의 이별
西風嫋嫋秋(서풍뇨뇨추) : 하늘하늘 서풍 부는 가을날
一看腸一斷(일간장일단) : 바라보면 애간장 끊어지나니
好去莫回頭(호거막회두) : 돌아보지 말고 그냥 떠난다오.
94. 곡공감(哭孔戡) - 공감을 곡하다 |
洛陽誰不死(낙양수부사) : 낙양사람 누가 죽지 않으리오.
戡死聞長安(감사문장안) : 공잠의 죽은 소식이 장안에 들린다.
我是知戡者(아시지감자) : 나는 공잠을 아는 사람이라
聞之涕泫然(문지체현연) : 이 소식 들으니 눈물이 흐른다.
戡佐山東軍(감좌산동군) : 공잠은 산동군을 도우고 있었는데
非義不可干(비의부가간) : 의리가 아니면 간여하지 않았었다.
拂衣向西來(불의향서내) : 옷을 떨치고 서쪽 향해 왔으니
其道直如絃(기도직여현) : 그의 도리의 곧음이 악기 줄과 같았다.
從事得如此(종사득여차) : 따라서 섬기고 따름을 이처럼 하였으니
人人以爲難(인인이위난) : 사람들마다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 여겼다.
人言明明代(인언명명대) : 사람들의 좋은 말은 밝은 시대를 밝히고
合置在朝端(합치재조단) : 합당한 조치는 밝아오는 아침녘에 있도다.
或望居諫司(혹망거간사) : 어떤 사람의 기대는 그가 간관의 자리 차지하여
有事戡必言(유사감필언) : 간언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간언할 것이라 생각하고
或望居憲府(혹망거헌부) : 어떤 사람의 기대는 재판관의 자리를 차지하여
有邪戡必彈(유사감필탄) : 사악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탄핵하리라 생각하였다.
惜哉兩不諧(석재량부해) : 아깝도다. 두 가지 일이 모두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니
沒齒爲閒官(몰치위한관) : 이가 다 빠지도록 늙어서도 한가한 관리로 남아
竟不得一日(경부득일일) : 끝내 하루도 그 자리를 얻지 못하고
謇謇立君前(건건립군전) : 군왕 앞에 절절매며 서있었구나.
形骸隨衆人(형해수중인) : 죽은 몸은 보통사람처럼
斂葬北邙山(렴장배망산) : 거두어 북망산에 묻히었구나.
平生剛腸內(평생강장내) : 평생 동안 강직한 마음
直氣歸其間(직기귀기간) : 곧은 의기는 그 사이로 돌아갔구나.
賢者爲生民(현자위생민) : 어진 자는 살아있는 백성을 위하고
生死懸在天(생사현재천) : 살고 죽는 문제는 하늘에 맡기는구나.
謂天不愛人(위천부애인) : 하늘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胡爲生其賢(호위생기현) : 무엇 때문에 어진 사람들을 낳았겠는가?
謂天果愛民(위천과애민) : 하늘이 과연 백성을 사랑한다 말하는가?
胡爲奪其年(호위탈기년) : 무엇 때문에 그 생명을 빼앗는가?
茫茫元化中(망망원화중) : 망망한 우주에서
誰執如此權(수집여차권) : 누가 이와 같은 권세를 잡고 있는 것일까.
95. 등낙유원망(登樂遊園望) - 낙유원 올라 바라보다 |
獨上樂遊園(독상낙유원) : 혼자 낙유원에 오르니
四望天日曛(사망천일훈) : 사방 하늘에 온통 황혼 빛이라.
東北何靄靄(동배하애애) : 동북쪽은 어찌 자욱한가
宮闕入煙雲(궁궐입연운) : 궁궐에 안개와 구름이 몰려온다.
愛此高處立(애차고처립) : 이런 광경이 좋아서 높은 곳에 서니
忽如遺垢氛(홀여유구분) : 문득 내가 속된 기운을 남긴 듯하다.
耳目暫淸曠(이목잠청광) : 귀와 눈이 잠시 맑아지고 밝아져도
懷抱鬱不伸(회포울부신) : 마음에 품은 울적함은 펴지지 않는다.
下視十二街(하시십이가) : 아래로 열두 가닥 큰 길을 바라보니
綠樹間紅塵(녹수간홍진) : 푸른 나무들 사이로 흙먼지가 일어난다.
車馬徒滿眼(거마도만안) : 눈에 가득한 것은 다만 수레와 말 뿐
不見心所親(부견심소친) : 마음에 친숙한 것은 보이지 않는구나.
孔生死洛陽(공생사낙양) : 공생은 낙양에서 죽었고
元九謫荊門(원구적형문) : 원구는 형문으로 귀양 갔도다.
可憐南北路(가련남배노) : 가련하다, 남북으로 떨어진 길에
高蓋者何人(고개자하인) : 높은 모자 쓴 그 사람이 누구이더냐
96. 숙자각산배촌(宿紫閣山北邨) - 자각산 북촌에 묵는데 |
晨遊紫閣峯(신유자각봉) : 새벽에 자각봉을 유람하다가
暮宿山下邨(모숙산하촌) : 저녁에는 산 아래 고을에서 묵었소.
邨老見予喜(촌노견여희) : 고을 노인이 나를 반갑게 맞아
爲予開一尊(위여개일존) : 나를 위해 한 동이 술통을 열었소.
擧杯未及飮(거배미급음) : 따른 술잔을 들고 마시기지도 전에
暴卒來入門(포졸내입문) : 포악한 군졸들이 찾아 문 열고 들어왔소.
紫衣挾刀斧(자의협도부) : 자색옷에 칼과 도끼를 들고 온
草草十餘人(초초십여인) : 초라한 열 명의 사람들이었소.
奪我席上酒(탈아석상주) : 우리 자리의 술을 빼앗고
掣我盤中飧(체아반중손) : 우리 소반의 저녁밥을 끌어갔다오.
主人退後立(주인퇴후립) : 주인은 물러나 뒤에 서서
斂手反如賓(렴수반여빈) : 손을 모으며 도리어 손님 같았소.
中庭有奇樹(중정유기수) : 뜰 가운데에는 진기한 나무 있었는데
種來三十春(종내삼십춘) : 심은 지가 이미 삼십년은 다 되었다오.
主人惜不得(주인석부득) : 주인은 아까워도 어찌할 수 없었으니
持斧斷其根(지부단기근) : 군졸들은 도끼로 그 뿌리를 끊어버렸소.
口稱采造家(구칭채조가) : 말하기로는 캐어서 집을 짓는다지만
身屬神策軍(신속신책군) : 신분은 황제의 군대에 속해있지요.
主人愼勿語(주인신물어) : 주인은 조심하면서 말 내지 못하게 했으니
中尉正承恩(중위정승은) : 중위는 바로 황제의 은혜를 받은 자라오.
97. 하우(賀雨) - 비 내리는 것을 경하하다 |
皇帝嗣寶曆(황제사보력) : 황제가 황위를 계승한 것은
元和三年冬(원화삼년동) : 원화 삼년 째 되던 겨울이었다.
自冬及春暮(자동급춘모) : 겨울부터 봄이 저물도록
不雨旱爞爞(부우한충충) : 비가 내리지 않아 가물어 더웠다.
上心念下民(상심념하민) : 황제는 마음으로 백성을 생각하고
懼歲成災凶(구세성재흉) : 재앙의 한 해가 될까봐 두려워했다.
遂下罪己詔(수하죄기조) : 마침내 자신이 죄인이라는 조서를 내리고
殷勤告萬邦(은근고만방) : 은근히 온 세상에 알리었다.
帝曰予一人(제왈여일인) : 황제가 이르기를, 내가
繼天承祖宗(계천승조종) : 하늘의 뜻을 잇고 조상의 덕을 받들어
憂勤不遑寧(우근부황녕) : 우려하고 근면함에도 편안하지 못하였다.
夙夜心忡忡(숙야심충충) : 아침저녁으로 마음은 근심스럽고
元年誅劉闢(원년주유벽) : 즉위 원년에는 유벽을 베어버리고
一擧靖巴邛(일거정파공) : 일거에 파공을 편안히 다스렸었다.
二年戮李錡(이년륙리기) : 즉위 이년에는 이기를 도륙하여
不戰安江東(부전안강동) : 싸우지 않고도 강동 지방을 편안해 했었다.
顧惟眇眇德(고유묘묘덕) : 돌아보건대, 보잘 것 없는 덕으로
遽有巍巍功(거유외외공) : 갑자기 커다란 공을 이루었는지라
或者天降沴(혹자천강려) : 어쩌면 하늘이 가뭄을 내린 것이니
無乃儆予躬(무내경여궁) : 어찌 내 몸을 삼가지 않겠는가.
上思答天戒(상사답천계) : 위로는 하늘의 경계에 답할 것을 생각하고
下思致時邕(하사치시옹) : 아래로는 시절의 조화를 이룰지를 생각하노라
莫如率其身(막여률기신) :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데는
慈和與儉恭(자화여검공) : 자애와 온화, 검소와 공손보다 나은 것이 없도다.
乃命罷進獻(내명파진헌) : 이에 공물을 진상하는 것을 그치게 하고
乃命賑飢窮(내명진기궁) : 굶주리고 궁핍한 사람을 진휼하게 하였다.
宥死降五刑(유사강오형) : 사형 죄를 용서하여 오형으로 내리고
已責寬三農(이책관삼농) : 질책함을 그치고 삼농의 조세를 관대히 하였다.
宮女出宣徽(궁녀출선휘) : 궁녀는 선휘원에서 나가게 하고
廐馬減飛龍(구마감비룡) : 마구간의 말은 날랜 말들을 줄였다.
庶政靡不擧(서정미부거) :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음이 없었으니
皆出自宸衷(개출자신충) : 모두가 황제의 충정에서 나오지 않음이 없었다.
奔騰道路人(분등도노인) : 분주한 길 위의 사람들
傴僂田野翁(구루전야옹) : 구부정한 들판 논밭의 늙은이들.
歡呼相告報(환호상고보) : 환호하며 서로가 알려주니
感泣涕沾胸(감읍체첨흉) : 감격하여 울어, 눈물이 가슴을 적시었다.
順人人心悅(순인인심열) : 백성에게 순응하니 백성들 마음이 기쁘고
先天天意從(선천천의종) : 하늘을 앞세우니 하늘의 뜻도 따른다.
詔下纔七日(조하재칠일) : 조서를 내린지 겨우 칠일
和氣生沖融(화기생충융) : 온화한 기운이 가득 찬 곳에서 생겨나
凝爲油油雲(응위유유운) : 엉기어 부드러운 구름으로 되었고
散作習習風(산작습습풍) : 흩어져 솔솔 부는 바람으로 되었도다.
晝夜三日雨(주야삼일우) : 밤낮 삼일 동안 비가 내리니
淒淒復濛濛(처처복몽몽) : 초목은 우거지고 다시 날은 자욱해졌다.
萬心春熙熙(만심춘희희) : 만물의 마음은 봄처럼 밝아지고
百穀靑芃芃(백곡청봉봉) : 온갖 곡식은 푸름이 짙어져간다.
人變愁爲喜(인변수위희) : 사람도 변하여 수심이 기쁨이 되고
歲易儉爲豐(세역검위풍) : 한 해도 변하여 매우 검소해졌도다.
乃知王者心(내지왕자심) : 알겠노라, 왕의 마음은
憂樂與衆同(우낙여중동) : 근심과 즐거움을 백성들로 함께하고
皇天與后土(황천여후토) : 하늘과 땅의 신
所感無不通(소감무부통) : 서로 느끼는 것이 통하지 않음이 없도다.
冠珮何鏘鏘(관패하장장) : 관에 붙은 패물이 어찌 그렇게도 쟁쟁한가.
將相及王公(장상급왕공) : 장군과 재상 그리고 왕공들
蹈舞呼萬歲(도무호만세) : 뛰며 춤추며 만세를 부른다.
列賀明庭中(렬하명정중) : 밝은 대궐 뜰에서 줄지어 하례하오니
小臣誠愚陋(소신성우누) : 저는 정말로 우둔하고 고루한 신하인지라
職忝金鑾宮(직첨금란궁) : 한림원의 직책으로 금란궁을 욕되게 하였으니
稽首再三拜(계수재삼배) : 머리를 조아려 두세 번 절하며
一言獻天聰(일언헌천총) : 한번 말로써 황제의 총명에 바치오니
君以明爲聖(군이명위성) : 임금은 총명으로써 성군이 되시고
臣以直爲忠(신이직위충) : 신하는 곧음으로써 충신이 되나니
敢賀有其始(감하유기시) : 감히 그 시작함이 있음을 경하 드리며
亦願有其終(역원유기종) : 또한 그 끝마침이 있을 것을 바라옵니다.
98. 상우(傷友) - 벗 때문에 마음이 상하여 |
陋巷孤寒士(루항고한사) : 골목의 외롭고 빈한한 선비
出門苦恓恓(출문고서서) : 문 나서면 너무나 고통스럽다.
雖云志氣高(수운지기고) : 비록 그 기개가 높다 하더라도
豈免顔色低(기면안색저) : 어찌 쓸쓸한 얼굴빛 없으랴.
平生同門友(평생동문우) : 평생 동안 같은 문하의 친구는
通籍在金閨(통적재김규) : 명패가 금마문에 걸려있구나.
囊者膠漆契(낭자교칠계) : 옛날에는 돈독한 사이였으나
邇來雲雨睽(이래운우규) : 지금은 서로의 벽이 생겼구나.
正逢下朝歸(정봉하조귀) : 마침 대궐에서 퇴근하던 길에
軒騎五門西(헌기오문서) : 오문의 서쪽에서 마차를 만났다.
是時天久陰(시시천구음) : 이때 날씨는 오랫동안 흐리고
三日雨凄凄(삼일우처처) : 삼일동안 비가 처량하게 내렸다.
蹇驢避路立(건려피로립) : 절름발이 당나귀는 길 피해 서 있는데
肥馬當風嘶(비마당풍시) : 살찐 말은 바람 맞아 소리 내어 우는구나.
廻頭忘相識(회두망상식) : 머리 돌려 모르는 채 하고
占道上沙堤(점도상사제) : 길을 차지하고 모래 언덕 위를 지나간다.
昔年洛陽社(석년락양사) : 그 옛적 낙양사에서는
貧賤相提攜(빈천상제휴) : 가난하고 비천한 것을 서로 도왔는데
今日長安道(금일장안도) : 오늘날 장안의 길에서는
對面隔雲泥(대면격운니) : 얼굴을 맞대고도 아주 외면해 버린다.
近日多如此(근일다여차) : 요즈음 이런 일이 많으니
非君獨慘悽(비군독참처) : 그대만의 처참함이 아니로다.
死生不變者(사생부변자) : 생사의 길에서도 변치 않은 자는
唯聞任與黍(유문임여서) : 오로지 임공숙과 여봉일 뿐이라 한다.
99. 중부(重賦) - 무거운 세금 |
厚地植桑麻(후지식상마) : 두터운 대지에 뽕나무 심음은
所要濟生民(소요제생민) : 백성들 구제함에 중하기 때문이요.
生民理布帛(생민리포백) : 백성이 삼베와 비단을 짬은
所求活一身(소구활일신) : 한 몸을 살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라
身外充征賦(신외충정부) : 먹고 남는 것은 세금으로 바쳐서
上以奉君親(상이봉군친) : 위로는 임금님을 봉양한다.
國家定兩稅(국가정량세) : 나라에서 양세법을 정함은
本意在愛人(본의재애인) : 본뜻은 백성 사랑에 있었도다.
厥初防其淫(궐초방기음) : 애초에 문란함을 막으려
明敕內外臣(명칙내외신) : 안팎의 신하에게 명백히 칙서 내렸다.
稅外加一物(세외가일물) : 세금 외에 하나라도 더 거두면
皆以枉法論(개이왕법론) : 모두 위법으로 논죄한다 했도다.
奈何歲月久(내하세월구) : 어찌하여 세월이 오래되니
貪吏得因循(탐리득인순) : 탐욕스런 관리들 악습을 답습하는구나.
浚我以求寵(준아이구총) : 우리를 짜내어 은총을 구하려
斂索無冬春(렴색무동춘) : 세금 거둠에 봄도 겨울도 없도다.
織絹未成匹(직견미성필) : 비단이 채 한 필도 못되고
繅絲未盈斤(소사미영근) : 고치 켠 실 한 근도 안 된다.
里胥迫我納(리서박아납) : 아전은 바치라고 독촉하여
不許蹔逡巡(부허잠준순) : 잠시도 지체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歲暮天地閉(세모천지폐) : 세모가 다되어서 천지가 막히고
陰風生破村(음풍생파촌) : 음산한 바람 황폐한 고을에 불어온다.
夜深煙火盡(야심연화진) : 깊은 밤에는 불씨마저 꺼지고
霰雪白紛紛(산설백분분) : 싸락눈도 하얗게 날리는구나.
幼者形不蔽(유자형부폐) : 어린 것은 몸 하나 가리지 못하고
老者體無溫(로자체무온) : 늙은이는 몸에 온기조차 없구나.
悲喘與寒氣(비천여한기) : 슬픈 숨이 한기와 함께
倂入鼻中辛(병입비중신) : 콧속으로 쓰리도록 들어온다.
昨日輸殘稅(작일수잔세) : 어제는 남은 세금 바치며
因窺官庫門(인규관고문) : 우연히 관청의 창고 속 엿보았다.
繒帛如山積(증백여산적) : 비단은 산처럼 쌓여 있고
絲絮似雲屯(사서사운둔) : 실과 솜은 구름처럼 모아두었다.
號爲羨餘物(호위선여물) : 이름 붙여 남은 물건이라 하여
隨月獻至尊(수월헌지존) : 달마다 천자에게 바쳤다더구나.
奪我身上暖(탈아신상난) : 우리들 몸의 따스함을 빼앗아
買爾眼前恩(매이안전은) : 너희 눈앞의 은총을 샀었구나.
進入瓊林庫(진입경림고) : 천자의 경림고에 들어가면
歲久化爲塵(세구화위진) : 오래되어서는 먼지로 될 것이거늘.
100. 지상이절(池上二絶) - 못 위에서 其一 |
山僧對棊坐(산승대기좌) : 스님은 바둑 대하여 앉아있고
局上竹陰淸(국상죽음청) : 바둑판 위에는 대나무 그늘이 맑다.
映竹無人見(영죽무인견) : 대나무 햇빛 들어 사람은 뵈지 않는데
時聞下子聲(시문하자성) : 때때로 바둑알 두는 소리가 들려온다.
101. 지상이절(池上二絶) - 못 위에서 其二 |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가며
偸採白蓮回(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캐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캔 자취를 감출 줄 몰라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 한 가닥 길을 내고 말았네.
* 山僧(산승) :산 속의 절에 사는 승려.
* 對棋(대기) : 상대와 바둑을 두다.
* 下子(하자) : 바둑돌을 놓다.
* 小娃(소왜) : 소녀.
* 撐小艇(탱소정) : 작은 배를 저어 나가다. 撐(탱)은 (배를) 저어 나가다. 小艇(소정)은 작은 배.
* 偷采(투채) : 몰래 캐다. 훔치다. 偷는 훔칠 ‘투’.
* 浮萍(부평) : 개구리밥. 개구리밥과의 수초.
이 시는 전당시에 실려 있으며 백거이시집교주(白居易詩集校注)에 당(唐) 대화(大和) 9년(835)에 백거이가 태자소부(太子少傅)로 동도 낙양에 있을 때 지은 시라고 한다.
제1수는 산승이 바둑 두는 고요한 정경을 묘사했고, 제2수는 소녀가 연꽃을 따서 돌아가는 모습을 수채화처럼 표현하였다.
102. 한식야(寒食夜) - 한식날 밤에 |
四十九年身老日(사십구년신노일) : 마흔 아홉 나이의 몸 날로 늙어 가는데
一百五夜月明天(일백오야월명천) : 일백 오 일되는 날 달은 밝게 떠있네.
抱膝思量何事在(포슬사량하사재)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릎 안고 생각해 보니
癡男騃女喚鞦韆(치남애녀환추천) : 어리석은 아들과 딸 그네 타고 철없이 놀고 있었네.
이 시는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에 실려 있으며 백거이(백낙천)가 49세(원화 15년) 때 한식날 밤에 지은 것이다. 그 해 정월에 헌종이 급사하여 동지부터 105일이 한식이었으나 대상(大喪)중이었다. 고향을 떠나 혼자 한식날 밤을 맞으니 고향생각을 하다가 어린 자식들은 대상 중인 것도 아랑곳 않고 꿈 속에서 그네를 타고 즐겁게 놀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며 무릎을 안고 자식들을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 一百五夜(일백오야) : 한식 날
* 寒食(한식) : 동지로부터 105일 째의 날이다. 4월 5일 또는 6일에 해당한다. 한식에는 술·과일·국수·떡·탕·포 등 여러 음식을 만들어 산소에 가져가서 제사를 지낸다. 또한 보자기에 싸간 낫으로 풀을 베거나(벌초(伐草)) 무덤의 잔디를 새로 입히기도 한다.
* 膝(슬) : 무릎
* 癡男騃女(치남애녀) : 어리석은 아들과 딸.
* 鞦韆(추천) : 그네.
103. 삼월삼일(三月三日) - 삼월 삼짇날 |
暮春風景初三日(모춘풍경초삼일) : 저문 어느 봄날 풍경은 초사흘
流世光陰半百年(류세광음반백년) : 흐르는 세월 반백년이 다 되었다.
欲作閒遊無好伴(욕작한유무호반) : 한가한 시간 가지려도 친구 없어
半江惆悵却回船(반강추창각회선) : 반쯤 온 강에서 서러워 배를 되돌린다.
104. 제악양루(題岳陽樓) - 악양루에 제하여 |
岳陽城下水漫漫(악양성하수만만) : 악양성 아래로 물결은 출렁거리는데
獨上危樓凭曲欄(독상위누빙곡난) : 홀로 높은 누각에 올라, 둥근 난간에 기대어본다.
春岸綠時連夢澤(춘안녹시련몽택) : 봄 언덕 풀빛 짙어지는 시절, 몽택이 닿아있고
夕波紅處近長安(석파홍처근장안) : 저녁 물결 붉어지는 곳, 장안이 가깝구나.
猿攀樹立啼何苦(원반수립제하고) : 나무에 올라선 원숭이 울음 어찌나 괴로운지
雁點湖飛渡亦難(안점호비도역난) : 기러기 호수 물 치며 날아 건너기도 어렵구나.
此地唯堪畫圖障(차지유감화도장) : 이 곳 누각 가림 벽에 오직 글 새길 만하니
華堂張與貴人看(화당장여귀인간) : 화려한 당 안에 시를 적은 후 귀인과 함께 보노라.
105. 숙서림사(宿西林寺) - 서림사에 묵으며 |
木落天晴山翠開(목낙천청산취개) : 나뭇잎 지니 하늘 개고 산 빛은 푸르러
愛山騎馬入山來(애산기마입산내) : 산이 좋아 말을 타고 산에 들어 왔노라
心知不及柴桑令(심지부급시상령) : 시상령에게 가지 못할까 생각되어
一宿西林便却回(일숙서림편각회) : 서림사에 하루 묵고 곧 다시 돌아가노라.
106. 유루효망(庾樓曉望) - 유루에서 새벽에 바라보다 |
獨憑朱檻立凌晨(독빙주함립능신) : 새벽녘에 서서 붉은 난간에 기대니
山色初明水色新(산색초명수색신) : 산색이 밝아오고 물빛이 신선하여라.
竹霧曉籠銜嶺月(죽무효농함령월) : 대숲 새벽안개 고개 위 달을 머금고
蘋風煖送過江春(빈풍난송과강춘) : 가래풀에 인 따뜻한 바람 봄 강을 지난다.
子城陰處猶殘雪(자성음처유잔설) : 자성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남아있고
衙鼓聲前未有塵(아고성전미유진) : 관아의 북소리 아직 흙먼지 일지 않는다.
三百年來庾樓上(삼백년내유누상) : 삼백년 동안 유루 위에서
曾經多少望鄕人(증경다소망향인) : 지금껏 고향 그리던 사람 얼마나 많았을까?
107. 강주(强酒) - 억지로 술을 마심 |
若不坐禪銷妄想(야부좌선소망상) : 좌선하며 망상을 삭이지 못하면
卽須吟醉放狂歌(즉수음취방광가) : 바로 취하여 시 읊으며 미친 듯 노래해야 하네.
不然秋月春風夜(부연추월춘풍야) : 가을 달밤과 봄바람이 부는 밤이 아니면
爭那閒思往事何(쟁나한사왕사하) : 어찌 한가히 지난 일을 생각이나 할까.
* 強酒(강주) : 억지로 술을 마심.
* 銷(소) : 사라지게 하다. 녹다.
* 狂歌(광가) : 음조ㆍ가사(歌辭)에 맞지 않게 마구 소리를 질러가며 부르는 노래.
* 不然(불연) : 그렇지 아니함.
* 爭那…何(쟁나…하) : 어찌 ~하랴. 爭(쟁)은 어떻게. 어찌.
백거이(白居易)는 말년에 나이의 노쇠와 정치적 실망, 불교의 영향 등으로 은둔생활을 하다가 개성(開城) 4년(839년) 백거이의 68세 겨울에 중풍에 걸려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향산사(香山寺)의 승려인 여만대사(如滿大師)와 향화사(香火寺)를 짓고 스스로 호를 향산거사(香山居士)라 할 정도로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시를 지은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자신이 좌선하며 지난 일에 대한 잡념을 털어내지 못하자 술을 마시고 미친 듯 노래해보자는 의중을 나타낸 시이다.
108. 답권주(答勸酒) - 술을 권하시니 |
莫怪近來都不飮(막괴근내도부음) : 근래에 도무지 마시지 않는 것 이상타 마오.
幾回因醉却沾巾(기회인취각첨건) : 취하여 두건을 적신 일 몇 번이나 되었던가.
誰料平生狂酒客(수료평생광주객) : 평생을 술에 미친 나그네 신세 누가 알리오.
如今變作酒悲人(여금변작주비인) : 지금은 술에 취한 비참한 인간이 다 되었다오.
109. 소원외기신촉다(蕭員外寄新蜀茶) - 소원외가 신선한 촉차를 부쳐오다 |
蜀茶寄到但驚新(촉다기도단경신) : 촉차를 부쳐오니 신선함이 놀라워라
渭水煎來始覺珍(위수전내시각진) : 위수의 물로 달여 내니 귀한 맛 알겠구나.
滿甌似乳堪持翫(만구사유감지완) : 젖빛 주발에 가득 채워 천천히 맛보나니
況是春深酒渴人(황시춘심주갈인) : 이렇게 짙은 봄날 술 고픈 사람에게야
110. 과천문가( 過天門街) - 천문가를 지나며 |
雪盡終南又欲春(설진종남우욕춘) : 눈 다 녹은 종남 땅에 봄이 오는데
遙憐翠色對紅塵(요련취색대홍진) : 멀리 아름다운 비취빛이 홍진과 맞닿았다.
千車萬馬九衢上(천거만마구구상) : 큰 거리마다 가득한 수레와 말들
廻首看山無一人(회수간산무일인) : 머리 돌려 산을 보아도 사람은 아무도 없다.
111. 시세장(時世粧) - 유행하는 화장술 |
時世粧時世粧(시세장시세장) : 지금 유행하는 화장은, 지금 유행하는 화장은
出自城中傳四方(출자성중전사방) : 장안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時世流行無遠近(시세류항무원근) : 지금 멀고 가까운 곳 어디서나 유행하는데
顋不施朱面無粉(시부시주면무분) : 뺨에는 연지도 바르지 않고, 얼굴에는 분도 바르지 않는다.
烏膏注唇唇似泥(오고주진진사니) : 검정 기름 입술에 발라, 입술은 마치 진흙 같고
雙眉畫作道八字低(쌍미화작팔자저) : 두 눈썹은 여덟팔자 낮추어 그리는구나.
姸蚩黑白失本態(연치흑백실본태) : 곱거나 추하거나 검거나 희어서 본래 모습 잃고
粧成盡似含悲啼(장성진사함비제) : 화장을 마치면 모두가 슬픔을 머금고 우는 모습이다.
圓鬟無鬢椎髻樣(원환무빈추계양) : 둥글게 쪽지어서 살적도 보이지 않는 망치머리
斜紅不暈赭面狀(사홍부훈자면장) : 둥그렇게 바르지 않은 비스듬한 진흙 빛 얼굴
昔聞被髮伊川中(석문피발이천중) : 이천에 머리 뒤집어쓴 사람 나타났다 하더니
辛有見之知有戎(신유견지지유융) : 신유가 이를 보고 오랑캐의 침입 있음을 알았도다.
元和粧梳君記取(원화장소군기취) : 원화연간에 이런 화장술 유행하니, 그대는 기억하라
髻椎面赭非華風(계추면자비화풍) : 망치머리와 붉은 얼굴 화장은 중국의 풍속 아닌 것을
112. 팔월십오일야금중독직대월억원구(八月十五日夜禁中獨直對月憶元九) - 팔월십오일 밤에 홀로 번을 서며 달을 보고 원구를 생각하다 |
銀臺金闕夕沈沈(은대금궐석침침) : 화려한 누각과 궁궐에 밤은 어두워지는데
獨宿相思在翰林(독숙상사재한림) : 한림원에서 혼자 당직하니 서로 그리워진다.
三五夜中新月色(삼오야중신월색) : 깊은 밤 새로 떠오른 달빛은
二千里外故人心(이천리외고인심) : 이천 리 밖에 떨어진 친구 그리는 마음이라.
渚宮東面煙波冷(저궁동면연파냉) : 저궁의 동편에는 안개가 차가옵고
浴殿西頭鍾漏深(욕전서두종누심) : 욕전의 서편 언저리에는 종루가 깊숙하다.
猶恐淸光不同見(유공청광부동견) : 두렵거니. 맑은 달빛 함께 보지 못하고
江陵卑濕足秋陰(강능비습족추음) : 강릉 땅은 낮고 습하여, 가을날이 어둑한 것을
113. 제야(除夜) - 섣달 그믐날 밤에 |
病眼少眠非守歲(병안소면비수세) : 아픈 눈 잠이 적어, 묵은해도 못 지켰는데
老心多感又臨春(노심다감우림춘) : 다감한 늙은이 마음, 또다시 봄을 맞는구나.
火銷燈盡天明後(화소등진천명후) : 불 사그라지고 등불마저 꺼지고, 날 이미 밝은데
便是平頭六十人(편시평두륙십인) : 평범한 이 백성, 나이 벌써 예순 여덟이라오.
* 守歲(수세) :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맞는 풍속에 따라 <가는 해를 지키고 오는 해를 맞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 火銷(화소) : 불이 꺼지다.
* 平頭(평두) : 관청에서 일을 하지 않는 보통사람. 하인을 가리키기도 한다.
114. 부서지(府西池) - 관아 서편 연못에서 |
柳無氣力枝先動(류무기력지선동) : 가녀린 버드나무, 가지 먼저 흔들리고
池有波紋冰盡開(지유파문빙진개) : 얼음 풀려 흐른 못물에 파문이 이는구나.
今日不知誰計會(금일부지수계회) : 오늘은 누가 일 꾸몄는지 모르지만
春風春水一時來(춘풍춘수일시내) : 봄바람, 봄물결이 일시에 찾아왔구나.
114. 수화원구동천로십이수(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강안이화(江岸梨花) - 원구의 동천로 시를 받고 원구에게 화답하다 : (강 언덕 배꽃) |
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 : 江岸梨花(강 언덕 배꽃)
梨花有意綠和葉(이화유의녹화섭) : 배꽃은 푸른 잎의 인연을 그리워하나니
一樹江頭惱殺君(일수강두뇌살군) : 강가의 배나무가 마음을 어지럽히네.
最似孀閨少年婦(최사상규소년부) : 과부 집의 젊은 부인과 꼭 같나니
白粧素袖碧紗裙(백장소수벽사군) : 청초한 화장에 흰 소매 푸른 비단 치마 입었네.
* 緣和葉(연화엽) : 나뭇잎과의 인연. 녹화엽(綠和葉)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으며 緣葉은 푸른 잎.
* 惱殺(뇌쇄) : 몹시 괴롭힘. 여자가 아름다움으로 남자의 마음을 애타게 함.
* 最似(최사) : 가장 비슷하다. ~와 같이.
* 孀閨(상규) : 과부의 거처. 孀은 과부.
* 白妝(백장) : 여자의 청초한 화장.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원화(元和) 4년(809)에 백거이가 원진(元稹)의 사동천(使東川) 시에 화답한 시 중에 하나이다. 봄날 원진이 감찰어사로 동천(東川)으로 가게 되자 한림학사로 함께 했던 백거이가 이별의 아쉬움에 원진의 시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수화원구동천로시12수(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의 시를 지었다. 이 시에서는 푸른 잎과 흰 꽃잎을 대조하여 배꽃을 청상과부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원진은 동천으로 가서 사동천(使東川) 시를 다수 지었는데 전당시(全唐詩)에 19수가 보인다.
115. 수화원구동천로십이수(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강루월(江樓月) - 원구의 동천로시를 받고 원구에게 화답하다 : (강변 누각의 달) |
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 : 江樓月(강변 누각의 달)
嘉陵江曲曲江池(가릉강곡곡강지) : 가릉강(嘉陵江) 굽이에 곡강지(曲江池)가 있으니
明月雖同人別離(명월수동인별리) : 밝은 달은 같건만 사람들만 이별하였네.
一宵光景潛相憶(일소광경잠상억) : 하룻밤 풍경을 잠시 서로 기억해보니
兩地陰晴遠不知(양지음청원부지) : 두 곳의 흐리고 맑음은 멀어서 알 수가 없네.
誰料江邊懷我夜(수료강변회아야) : 누가 짐작이나 하랴, 강변에서 나를 생각하는 밤이
正當池畔望君時(정당지반망군시) : 못가에서 그대 그리는 바로 이 시간임을.
今朝共語方同悔(금조공어방동회) : 오늘 아침 함께 나눈 말들 함께 후회할 테니
不解多情先寄詩(부해다정선기시) : 정이 많아 풀 수 없어 내가 먼저 시를 지어 부친다네.
* 嘉陵江(가릉강) : 장강(長江)의 지류(支流). 보계봉현(寶雞鳳縣)에서 발원하여 중경(重慶)에서 장강에 합류한다.
* 曲江(곡강) : 장안성의 남쪽(지금의 산시성 서안)에 위치한 강. 풍광이 아름답고 연못의 물이 굽이쳐 흘러 곡강(曲江)이라 이름이 지어졌으며 곡강지(曲江池)라고도 부른다.
* 誰料(수료) : 누가 짐작하겠는가?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원화(元和) 4년(809)에 백거이가 원진(元稹)의 사동천(使東川) 시에 화답한 시 중에 하나이다. 봄날 원진이 감찰어사로 동천(東川)으로 가게 되자 한림학사로 함께 했던 백거이가 이별의 아쉬움에 원진의 시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수화원구동천로시12수(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의 시를 지었다. 백거이(白居易)는 원진과 함께 ‘元白(원백)’이라 불리며 원진(元稹)과 더불어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전개하였다. 원진은 동천으로 가서 사동천(使東川) 시를 다수 지었는데 전당시에 19수가 보인다.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