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아씨들을 만나러 가다. / 빅토리아 김 ♡
햇볕이 따가운 어느 여름날, 메사츄세츠 보스톤 외곽 콩코드 렉싱턴가에 있는
'작은 아씨들'로 유명한 루이사 메이 앨콧 (Louisa May Alcott)이 거주했고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오차드 하우스(Orchrd House)'를 찾아가 보았다.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이 19세기 풍의 작은 집은 시간을 초월한 것처럼 보존 상태가 훌륭했다
작가가 집필 시 사용했던 책상은 물론, 작품 속 소품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간을 초월해
마치 소설 속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1868년 루이사 메이 앨콧은 그녀의 아버지가 특별히
마련해준 작은 책상에서 ‘작은 아씨들’을 집필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소설
‘작은 아씨들’은 여러 편의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가난하지만 사랑과 우애가 넘쳤던
네 자매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은 아씨들’은 작가 루이사 메이 앨콧의 실제 경험담이다.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서면 퇴색한 코트와 오래된 모자를 쓰고 있지만 언제나 품위있고
자상했던 네 자매의 어머니가 눈이 묻은 옷을 털며 들어서는 모습이 보이는듯하다.
집안에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12살인 네째딸 에이미의 작품들이 집안 곳곳에서
눈길을 끌었다. 거실엔 로리 할아버지가 13살인 세째 딸 베스에게 선물로 주신 피아노가
놓여져있고 수줍음 많고 피아노 치기를 좋아했던 베스가 연주하던 감미로운 멜로디가
귓가에 들러오는 듯 하다. 어린 시절 네자매의 연극무대로 곧잘 사용하던 식당은 거실
바로 옆에 붙어있다. 눈오는 겨울날, 벽난로가에 어머니와 네 자매가 모여앉아
어버지가 보내준 편지를 읽어보며 도란대던 정경들, 따스한 정과 아름다운 정서에 젖어살던
그때가 더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을가.
맏딸 매그의 방에 들어서니 침대위에 낡은 포플린 원피스가 펼쳐져있다. 16살이었던 매그는
아이들도 돌보고 가정교사일도 하면서 집안을 돕는 차분하고 책임감이 있는 맏언니이다.
작가자신의 분신인 둘째딸 15살인 조는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에 동정심 많고 독립적이지만
재치있고 활기찬 소녀이다.. 마당에 들어서니 나뭇가지 위에 앉아 사과를 먹으면서 웃음을 머금고
손을 흔들면서 ‘웰컴’ 하는 환영이 눈앞을 스친다. 상상력 풍부하고 책을 좋아하며
글솜씨가 뛰어나 작가가 되려 노력하는 소녀이다. 서재에 들어서니 여러나라 말로 번역된 책 중
한글본을 발견해서 무척 반가웠다.
숫기가 없고 수줍음이 많은 언제나 조용한 셋째딸 13살 베스, 가족에게 깊은 사랑을 주며
자기만의 셰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소녀. 피아노 치기를 좋아한다. 작은 침대가 놓여져있는
12살인 막내딸 에이미 방에 들어섰다. 잠잘 때 코를 높이려 빨래집게를 코에 찝고 자던
예쁜 에이미의 크고 푸른 눈, 결이 고운 아름다운 금발, 귀엽고 상냥하고 멋내기를 좋아하던
에이미가 달려와 안길 것 같다.
그리고 옆집에 살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마음이 착하던 로리, 그는 조와 좋은 친구가
되지만 조의 글과 문학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조는 로리의 청혼을 거절하고
뉴욕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글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베어교수를 만나 가까워지게 된다.
내용이 특별히 흥미진진하거나 충격적인 요소도 없이, 어쩌면 지나치게 평범한 일상을
나열한 것 같은 이 소설은 현대적인 감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물질 문명의 영향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소설 속에서 그리고 있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형제간의 우애, 남녀간의 애정,
친구간의 우정은 우리 마음 속에 닫혀 있던 기본적인 인간애를 회복시켜 준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꿈을 키워가면서 성장해가는 네 자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표현한 “작은 아씨들” 영화를 보며 자란 우리들은 이제 할머니가 되었지만 이영화가 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향수는 아직도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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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중앙일보 <문학가산책> 11월 22일에 실릴 수필입니다.
열 살 무렵에 처음 이 소설을 읽고 너무나 재밌어서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네 자매의 각 기 다른 성격과 사랑, 우정 그리고 아픔을 통하여 인생에 희노애락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