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문화를 주도한다고 여겼던 '광주문화예술회관'을 조사한 후
우리는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그 느낌을 옮긴 글이다.
* 조사일시 : 2003년 3월 22일(토) 14시 ∼ 18시
* 조사인원 : 4명 (남3명, 여1명)
* 조사기준 :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관련법) (편의증진법)
'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
'대상시설별 편이시설의 종류 및 설치기준'
'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
광주에서 인지도가 높은 '광주문화예술회관'을 선택한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가지고 토요일 분주한 퇴근길에 우리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앞에서 만났다.
그 곳에서 우리는 짐짓 70세가 넘어 보이시는 남자 어르신
두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분께 우리는 '이 곳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 여쭈었었는데 두 분의
대답은 상반되었다.
한 분은 '에이, 그런 사람들은 이런데 오면 안돼제,
집에 있어야제..' 하셨고, 다른 분은 '그 무슨 소리여,
그 사람들이라고 못 나오란 법 있간디...'
정확하게 그 분들의 말을 옮긴 건 아니지만 대충 두 분의 뜻은
이와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데는 '나이'의 차이라기보다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우린 다시 버스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부터 '광주문화예술회관'
으로 향하는 도로와 육교, 그리고 계단,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옆길, 내·외부 주차장, 엘리베이터, 화장실, 공연장,
'광주문화예술회관' 주변의 시설인 조각공원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각도를 재는 것조차 너무 오랜만이어서 인지 서툴렀지
만, 이내 각도를 재는 사람, 기록을 하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주변의 사람들과 시설을 먼저 살피는 사람 등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었다.
그곳 외부 주차장에서 지체장애인 남자 분을 만났다.
사실 우리의 차가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놓았던 것이다.
그때서야 우리 눈에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임을 표시해 놓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고, 바닥에 엷게 페인트칠해진 장애인전용주차표시도
보였다.
그 분께 우리는 이 곳의 방문횟수나 이용 및 공연 관람 시
겪게되는 불편함이나 애로사항에 대해 여쭈었었다.
또한 대극장안에서는 근무하시는 직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곳에 있는 리프트나 휠체어 대수, 장애인 전용 화장실의 위치,
장애인의 공연장 방문횟수 등에 관하여 질문을 했는데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버스 승강장에서부터 '광주문화예술회관' 안쪽과 주변의 시설들을
조사하면서, 제일 먼저 가졌던 생각이 '내가 장애인이었다면 정말
화났겠다, 도대체 이 곳에 오란 말이야, 말란 말이야'였다.
갖추어진 시설의 80% 이상은 법적인 규정에 맞지도 않았지만
규정에 맞았던 나머지 시설들도 보이기 위한 것이었지
정말 장애인을 위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았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는 '광주문화예술회관'을
방문하기가 거의 어렵고, 차량이 있다할지라도 장애인전용주차장에서
장애인전용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또 어찌해서 '광주문화예술회관'으로 들어왔어도 조성된 조각공원은
통로가 자갈로 되어있어 먼발치에서만 볼 수밖에 없었고,
기타 제 시설 역시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여간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돼는 것들이었다.
이제껏 나는 수 차례 이곳에 왔었고,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인도가 울퉁불퉁하면 '길이 안 좋네' 정도였고, 경사가 심하면 '아이고 숨차다'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미비한 건 어떤 게 있는지' 라는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대해보니
화나는 것 투성 이었다.
요즘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면서 줄곧 가진 생각은,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불합리한 제도나 사람들의 선입견과 계속적으로 싸울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하다는 것과,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과 사회·제도적인 미비한 점들을 함께 고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나라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의 현저함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바꾸고 요구해야할 것, 싸워야 할 것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장애인 및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이 침해받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또,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살필 수 있는
안목을 갖게되었다.
첫댓글 참으로 귀한 경험을 하였군요...... 생활 속에서 복지를 실천하는 방법을 찾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