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막연하다 / 막막하다
생계를 꾸려 나가는 일은 막연한 것일까,
막막한 것일까.
‘막막(漠漠)하다’는 ‘1.아주 넓거나 멀어
아득하다 2.아득하고 막연하다’를,
‘막연(漠然)하다’는 ‘1.갈피를 잡을
수 없게 아득하다 2.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를 뜻한다. ‘막막하다’(2)와
‘막연하다’(1)에선 뜻이 겹친다.
‘막막’과 ‘막연’의 ‘漠’이 동일한
한자여서 그리된 듯싶다. 사실은
‘막막’에 ‘막연’이 포함된다.
예컨대 “6·25전쟁이 일어나 먹고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이중섭은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와 “막연한 꿈은
실천이 따르지 않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에선 혼동할 소지가 없다.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연하다.”
“맨 처음 그 일을 시작했을 때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어렴풋하다’는 뜻이라면 몰라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다’란 뜻이라면
‘막연’보다 ‘막막’이 더 적절하다.
‘막연’은 어렴풋해 구체적인 실체가
잡히지 않음을, ‘막막’은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모름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아득하다’에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하다’란 뜻이 있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구별해 썼으면 좋겠다.
최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