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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 그리고 보내는 이
방송일: 20051024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유 남 경
씬/ 집 외경 (D)
타이틀- 떠나는 이.. 그리고 보내는 이.. 뜨면서,
따르릉~ (E)
자명종 시계소리가 울린다.
씬1/ 미자방 (D) -
따르릉! 자명종 시계가 울리면,
턱!하고 손으로 끄는 미자의 손.
보면, 미자, 침대위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다.
이때, 영옥 (OFF) 미자야! 일어나! 늦었다!
미자 아... (정신 못차리고 계속 자는)
영옥, 들어와 미자 흔들어 깨우며,
영옥 일어나~ 7시에 깨워달라며~ 지금 8시 다 돼간단 말이야~
미자 (이불 뒤집어쓰며) 조금만.. 더 자구..
영옥 (이불 확! 제끼며) 얘 봐라? 뭘 자? 늦었다니까, 아~ 못 일어나?
미자 (잠 못 깨고, 엎드려 누우며) 조금만..
영옥, 미자의 볼기짝을 짝! 때리며
영옥 아! 일어나!
미자 (아픈 듯, 비명) 아! 아파~~~
영옥 오늘 8시까지 가야 된대메~~?
미자 (시계 보곤) 어머! 어머! 늦었다! (짜증) 아우 할머니~ 왜 이제 깨워~~? 아씨~ 늦었잖아~
미자, 후다닥~ 나가고,
영옥 (기막힌) 챠!
영옥 나가려다 덩그러니 빈 방을 둘러본다.
영옥 ...어릴 때부터 아침마다 저거 깨우는 게 일이었는데... 이젠 이 짓도 몇 일 더 못하겠네...
쓸쓸한 표정 짓는 영옥
씬2/ 거실 (D)
영옥, 영숙 빨랫감 개며 앉아있는데,
미자, 화장실에서 고개만 빼곰히 내민채,
미자 할머니이~~
영옥 왜?
미자 수건 어딨어?
영숙 수건? 거기 선반위에 없어?
미자 없어~~
영숙 조금 전에 갖다 놓은 게 왜 없어? 잘 찾아봐~
미자 (다시 들어가서 보다,OFF) 어! 있어! 있어!
영옥 챠.. 쯧쯧..
미자, 후다닥~ 머리에 수건 두르고 나와,
급하게 이층으로 올라가려다,
미자 참참참! (다시 후다닥~ 내려와) 할머니! 할머니! 내 블라우스~~
영옥 뭔 블라우스?
미자 왜 여기 가슴 쪽에 꽃무늬 있는 햐얀 블라우스.
영옥 아.. 그거 드라이 맡기구 아직 안 찾아왔는데...
미자 정말? 아~ 몰라~ 나 오늘 그거 입어야 된단 말이야~~
영옥 아, 다른 거 입어! 옷이 그거 밖에 없어?
미자 아, 몰라! 몰라~ 어뜩해~
미자, 후다닥~ 올라가고
씬3/ 마당 (D)
미자 (OFF) 다녀오겠습니다.
영옥 (OFF) 야! 야! 밥 먹고 가~
(E) 우당탕 미자 넘어지는 소리나고
현관문 열리면 절뚝거리며 나오는
미자 늦었어~ 시간 없어!
영옥, 우유 들고 따라나오며,
영옥 그럼 이 우유라도 먹고 가! 따뜻이 뎁혔어~
미자 됐어! (가려고 하면)
영옥 (잡으며) 아! 먹고 가아~
미자 아 씨~ 늦었는데..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녀올게요~ (수선스럽게 나간다)
영옥 저 저!! 쯧쯧쯧 저건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평생을 덜렁대고 부산해가지구..
영숙 (OFF) 그래도 며칠이유..
영옥 (보면)
영숙,혜옥 창문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숙 미자 덜렁대는 거 보는 것도 며칠이라구요.. 저거 시집가면.. 이제 보고 싶어도 못 봐요..
영옥 ... (맞다.. 잊고 있었다)
침울해지는 할 셋
영옥 (괜히 부아 난다. 공격적으로) 그래서?
영숙 (? 찔끔) 아니.. 뭐.. 그렇다구요..
영옥 (괜히 신경질) 아, 그놈의 빨래는 자 대구 개냐? 빨리 개기나 해~
영옥, 착잡한 표정으로 들어가고,
영숙, 혜옥 한숨지으며 표정.
씬4/ 엘리베이터 앞 (D) -ENG
정민, 힘없이 걸어오는데
즐겁게 전화하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윤아를 본다.
정민 (E) 이젠 잊어야 한다...
윤아, 여전히 즐겁게 통화하며 엘리베이터 탄다.
정민, 따라 타려다가 멈칫하고 타지 않는다.
정민 (E) 아무리 잡으려 해도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고.. 남겨진 사람만 바보같이 힘들어질 뿐이다..
정민, 굳은 표정으로 되돌아간다.
씬5/ 남자원룸 (D)
동직, 난을 보고 한숨 푹~ 쉬고 있다.
정민 들어온다
동직 왜? 뭐 놓구 갔어?
정민 다 귀찮아서... (보고) 그거 웬 난이냐?
동직 아는 선배가 외국으로 이민 간다고 어제 주드라구~ 얘까지 이민 갈 수는 없잖아~
정민, 동직 옆에 앉아, 그 난을 본다.
정민 그럼 버리고 간 거네..?
동직 따지고 보면 그렇지.. 근데 난 같은 거 아무나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다른 사람 줄까봐.. 내가 키웠다간 몇 일도 안 가서 죽을 거 뻔한데..
정민, 묵묵히 난만 본다.
동직 십년 가까이 키웠는데도 꽃도 안 핀다는데.. (하다) 그냥 버려 버릴까?
정민 내가 키울게.
동직 정말?
정민 응..
동직 좋아~ 너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마라~
정민 걱정마. (난을 보는 표정)
씬6/ 부록방 (D)
부록, 걱정스런 표정으로 전화하고 있다.
부록 그래서? 인쇄소에선 뭐래? (착잡한) 그렇지.. 우리가 약속을 어기긴 했지.. 내가 만나서 사정 해볼테니 기다려.. 금방 나갈게~
부록, 전화 끊고, 얼른 옷 입기 시작하는데,
우현, 들어와, 조심스레 바라보다가,
우현 매형.. 저.. 계약할지도 몰라요..
부록 ...
우현 정말 해요?
부록 아, 해~! 누가 말리냐~?
우현 그 전에 제 원고 좀 읽어 봐주시면 안돼요?
부록 (옷 다 입고 나가며) 나중에..
우현 시간 되실 때 읽어주세요. (원고 주는)
부록 (건성) 알았어. (나가고)
우현, 표정.
씬7/ 사무실 (D)
부록, 인쇄소 사장과 마주앉아 대화하고 있다.
사장 제가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신용하나로 살아왔습니다. 이번에 부장님 믿었다가 손해본 게 얼만지 아세요?
부록 (굽신) 저희가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테니까, 이번만 부탁드립니다.
사장 (단호) 손해 본 거 메우려면 기계나 사람이나 놀릴 순 없 습니다. 그쪽도 우리 고객이라 거절할 수 있는 일도 아니구요.. 다른 쪽으로 알아보십시오.
부록 정사장님! 사정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가 믿을 사람이 사장님 밖에 없다는 거..
사장 (고민하다가) 작가는 구하셨습니까?
부록 (당황) ... 아직.. 곧 구할 예정입니다.
사장 그럼 그때 다시 이야기합시다. (나가고)
부록, 하.. 한숨쉰다.
씬8/ 방송국 회의실 (D)
미자, 현우 앉아서 대화하고 있다.
현우 이게 오늘 읽을 사연들이고, 이게.. 대본이고..
미자 응..
미자 그럼 조금 이따 봐.. (가려는데)
현우 (손 잡으며) 어디가?
미자 드라마 대본 연습..
현우 아.. 조금만 있다 가라..
미자 안돼, 가야 돼.. 이따 봐. (가려는데)
현우, 얼른 미자 뒤에서 안으며,
현우 (능글) 조금만 있다 가라.
미자 왜 그래? 누가 보면 어쩌려구?
현우 뭐 어때? 내 껀데..
미자 챠.. (미소 짓는데)
미자, 핸드폰 벨 울린다.
미자 (받으며) 여보세요?
씬9/ 거실 (D)
영옥, 전화하고 있고,
영숙, 옆에서 TV보고 있다.
영옥 미자냐? 너 오늘 몇시에 올꺼야?
미자(F) 모르겠는데?
영옥 저녁은? 집에 와서 먹을 거지?
미자(F) 모른다니까..
영옥 모르긴 뭘 몰라... 하여간.. 싸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일찍 들어와~ 어.. (끊고는) 거 얼마나 남았다고.. 참.. 집에도 일찍 좀 들어오면 좀 좋아..?
영숙 (보고) 그렇게 아쉽수?
영옥 (보곤) 그러는 넌 안 아쉽냐? (하다가 한숨) 고 기집애 품에 안고 맘 졸인 게 30년인데.. 어떻게 안아쉽겠냐... 어떻게 안아쉽겠어...
영숙 그래도 보내야지.. 어떡해요? 섭섭해한들.. 뭐 어쩌겠수? 어차피.. 다.. 떠나가는 거.. 우리 인생이야 이별하면서 사는 거 아니우...
영옥 (괜히 심통) ..나이두 어린 년이 건방지게..
영숙 (한숨)
영옥, 표정.
씬10/ 남자원룸 (D)
정민, 주방에서 물 먹으면서 나오다가,
난을 물끄러미 본다.
정민 ... 너도 물줄까?
정민, 난에 먹던 물 주려다가 멈칫
정민 아! 함부로 물 주는 거 아니랬지.. (앞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본다) ..너도.. 따라가고 싶었겠다.. (자신을 보는 거 같다) 아프지? 니 맘 다 안다.. 나두 아프거든... 나두 누가 버리고 떠나거든.. (한숨) 기분도 그런데.. 물이나 한잔 하고 잊어버려라~
정민, 물 주고 피식 웃으면서 들어간다.
씬11/ 사무실 (D)
부록과 희도 앉아서 대화하고 있다.
희도 어떻게 되셨어요? 뭐래요?
부록 (고개 절레절레 흔드는)
희도 (한숨) 뭐.. 그쪽 입장도 이해는 가죠.
부록 작가나 구하고나서 얘기 하자는데.. 갑자기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되던지..
희도 아! 맞다! (하며, 얼른 원고뭉치 꺼내 주는) 이거 좀 봐 보세요.
부록 이게 뭔데?
희도 저번부터 눈 여겨 봤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요즘 인터넷에서 최고로 인기 끄는 글이에요.
부록 보면, 부치치 못한 편지라는 원고다.
희도 최작가 글보다 백배 천배는 나아요. 완전히 대박감인데..
부록 그래..? 작가가 누구야?
희도 쓰레파스라고.. 인터넷 아이디만 알려졌는데.. 지금 수소문 중이에요.. 다른 출판사들도 아주 혈안이 돼있을텐데...
부록 쓰레파스? (표정)
씬/ 집 외경 (N)
미자 (OFF) 다녀왔습니다.
씬12/ 거실 (N)
할머니들은 주방에서 저녁 먹고 있고
미자, 가봉 맡겼던 웨딩 드레서 찾아서 왔는지
콧노래 흥얼거리며 몸에 대보고 신나한다.
할셋, 나오며
영옥 저녁은?
미자, 여전히 웨딩 드레스 대 보며
미자 (신나서) 별로 생각 없어어~~
영옥 (섭섭해서 심통 난다) 아 어여와 저녁 안먹어? 바빠서 못 먹고.. 생각 없어서 안먹고.. 무슨 단식 투쟁하냐 년아? 빨리 씻고 들어와~
영옥,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면
영숙, 혜옥도 따라 들어간다.
미자, 약간 머쓱하다. 2층으로 올라간다.
씬13/ 남자원룸 (N)
정민, 열심히 난을 닦고 있다.
정민 기분 풀어라~ (닦다가, 한숨 쉰다) 주인 보고 싶냐? 그러지마라.. 너만 아프다.. 다 잊어라.. 힘들겠지만.. 다 잊어.. (다시 닦으며) 그래.. 우리 같이 잊자.. 안 잊으면 우리만 바보 같잖냐..
이때, 핸드폰 벨 울린다.
정민 (받고) 왜?
동직 (F) 술 한잔 하자. 지영이랑 윤아랑 다 있어~
정민 (기운 없다) 난 안갈란다.. 난 돌봐야 돼!
씬14/ 까페 (N)
동직, 전화 끊으면,
지영, 윤아 옆에서 술 마시다가,
지영 뭐래? 못 온대?
동직 응..
지영 왜?
동직 난 돌봐야 한데..
지영 난? 화초 난?
동직 응.. 아는 선배가 나한테 맡긴 건데.. 정민이 줬거든.. 이 자식 안 어울리게 요즘 부쩍 그 난을 챙기네..
지영 정민오빠가 난 좋아하나부지..
동직 그런가? ..뭐, 우리끼리 놀지 뭐.
윤아 응.. (표정)
씬15/ 부록방 (N)
부록, 감동 받은 표정으로 원고 읽고 있다.
부록 허.. 좋네.. 감동적이야..
이때, 우현 들어오며,
우현 매형.. 제 원고 읽어보셨어요?
부록 내가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딨냐?
우현 ... 그래도 읽어보셔야..
부록 임마! 나 지금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우현 그래두.... (하며 보는데 자기 글 읽고 있다.)
부록 너 때문에 감정의 리듬이 끊기잖냐.
우현 (피식) ...누구 꺼에요?
부록 쓰레파스라고.. 이런 게 진짜 글이라는 거다. 이런 게.. 맨날.. 되도 않는 거나 써제끼고..
우현 (섭섭한 척) .. 남의 글은 읽으시면서, 제 글은 안 읽어주시고.. 섭섭해요..
부록 야! 이 글이 얼마나 가슴이 아리고 절절한지 알아? 넌 죽었다 깨어나도 못 쓰는 글이야. 모름지기 글이란 이렇게 가슴으로 써야 하는거야!
우현 (삐죽) 저도 가슴으로 써요...
부록 그 새가슴으로 글을 쓰니까 니 글이 새가 되는 거야..
우현 (화났다. 얼굴 들이밀며) 저 그럼 진짜 다른 데하고 계약합니다.
부록 (얼굴 밀치며) 그래. 계약을 하든지 말든지 일단 좀 멀어져라! 좀 나가든가...
우현, 표정.
씬16/ 거실 (N)
미자와 할머니들 같이 TV보고 있다.
미자만 혼자 깔깔거리며 보고 있고
할머니들은 그런 미자 바라보면서
이렇게 같이 둘러 앉아 TV보는 것도 이젠 못하겠구나..싶어
아무도 웃지 않는다. 영옥의 눈에는 눈물까지 맺힌다.
미자, 분위기 이상한 걸 눈치 챈다
미자 할머니.. 무슨 일 있어?
할셋 (대꾸 없이 외면한다.)
미자 (다시 TV보며 깔깔거린다.)
영옥, 그런 미자를 보고 있다가
미자의 등짝을 한 대 날린다.
영옥 그렇게 좋냐? 그렇게 좋아?
미자 (영문도 모르고.. 아파한다)
영옥 가족들 두고 시집 갈 생각하니까 그렇게 마냥 웃음만 나냐?
할머니 셋, 미자 외면하고 한숨만 쉰다.
미자 (그제서야 왜 그랬는지 안다)
씬17/ 할머니방 (N)
심란해 있는 할머니 셋
미자, 한사람 한사람과 눈 맞추면서 얘기하는
미자 할머니! 나 결혼하면 좋은 거두 더 많이 생기잖아요~
할셋 ...
미자 손주사위 재롱도 보고, 현우씨가 재롱을 얼마나 잘 부리는데.. 그리구.. 조금 더 기다리면 증손주도 볼 수 있고, 점점 어른 돼가는 손녀딸 모습도 볼 수 있고..
할셋 ...
미자 지금까지 못 겪어본 또 다른 행복이 더 많을 거에요. 제가 보여드릴게요. 할머니.. 그러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할셋, 미자 말 듣고 보니 그렇다.
할셋 (조금 위안이 되는 듯)
미자 아 할머니이~~ 좀 웃어봐요~~ 제바알~~
영옥 (난감해하다가 어색하게 웃음 지어 보이면)
혜옥 어머 깜짝이야! (영숙에게 팔뚝 보여주며) 언니 여기 봐.. 소름 쫘악 돋은 거 보여? (하다가) 큰언니 웃는 얼굴은 너무 소름 끼쳐~
영옥, 열받아 혜옥 잡들이 하면 영숙 말리고
미자 (그런 할머니들 보며 웃는다. 섭섭하지만)
씬/ 오피스텔 외경 (D)
씬18/ 남자 원룸, 베란다 (D)
정민, 난을 베란다에 내놓는다.
정민 햇볕이다.. 햇볕.. 어때? 오랜만에 햇볕 쬐니까 좋지?
이때, 핸드폰 울리자,
정민 (받고) 여보세요? 네. 사무장님. (‘사이) 네? 지금요? 아.. 네.. 아.. 그럼 가야죠. 네.. (나가고)
베란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난.
씬19/ 사무실 (D)
부록, 희도와 대화하고 있다.
희도 어제 글 읽어보셨어요?
부록 응.. 읽는데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게 잔잔한 글인데도 온 몸에 백만볼트 전류가 흐르는 것 같더라니까.
희도 그렇죠?
부록 작가가 누구야? 알아봤어?
이때 이대리 급하게 들어온다.
대리 알아냈어요.. 이름이 우현이래요. 우현!
부록 (놀란다) 우현?
대리 네. 쌍문동에 사는 신인 작가라던데요.
부록 (어안이 벙벙) 쌍문동... 우현? 쌍문동에 우현이 또 있는 거야? (하다)
부록, 얼른 가방에서 뭔가를 뒤져 꺼내면,
우현이 준 부치지 못한 편지 원고가 있다.
얼른, 희도가 준 원고와 비교하다 놀라는.
부록 어?
희도 어? 이 원고는 어디서 나셨어요?
부록 ...!!
씬20/ 부록방 (D)
우현, 글 쓰고 있는데,
문 벌컥! 열리며, 부록 들어온다.
부록 야!!
우현 (놀라) 왜요?
부록 니가 부치지 못한 편지 썼어?
우현 네.
부록 야 임마! 그걸 왜 지금 말해?
우현 저번부터 말했잖아요~ 근데 매형이 안 들으셨잖아요.
부록 (감격한 듯) 장하네. 장해.. 잘썼다. 아주 잘썼어.
우현 (삐죽) 언제는 되도 않는 글만 쓴다면서요?
부록 (시침 뚝) 무슨 소리야? 아냐~ 자네 글 아주 제대로 쓰네~ 좋아. 당장 계약하지?
우현 이미 계약했어요.
부록 어?
우현 계약 했다구요.. 어제 매형이 계약하랬잖아요!
부록 아니.. 야 임마! 아무리 그래도.. (돌겠다) 진짜 했어? 도장 찍었어? (정신 없다) ..무르면 안되냐?
우현 무슨 바둑이에요. 무르게.
부록 아이구.. 이걸 어쩌나.. (하다, 버럭) 그러게 임마! 내가 세상 똑바로 살랬지! 니가 얼마나 한심하게 살았으면 내가 니 말을 무시했겠냐?
우현 아니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부록 그러게.. (하다) 야.. 어떻게 좀 물러봐~ 좀~
우현 안된다니까요!
부록, 미치겠는 표정.
씬/ 동네 외경 (N)
씬21/ 집 마당 (N)
영숙, 멍하게 앉아있는데,
영옥, 물 조리개 가지고 나온다.
영옥 뭐하냐?
영숙 그냥 있수.. 화분에 물 주게요?
영옥 응..
영숙 이제 좀 괜찮수?
영옥 뭐가?
영숙 미자 보내는 거 말이유..
영옥 (미소) 미자 고거 어찌나 말도 이쁘게 하는지.. 시댁에서도 이쁨 받을꺼야. 고건.. (한숨쉬다) 괜찮아아야지 어쩌겠냐.. 보낼 사람은 보내야지..
영숙 ...
영옥 근데.. 넌 왜 그러구 앉았냐?
영숙 ...언니.. 아까 미영이 한테 전화왔었수...
영옥 그래? 뭐 별 일은 없대구?
영숙 .. 나보구 미국 와서 같이 살자구 하네요.
영옥 (놀라는) !!!...
영숙 이래 저래 많이 힘든가 봐요.. 애도 키워야지.. 직장도 다녀야지..
영옥 (뭐라 말 못하고 착잡하다)
영숙 ...근데.. 자꾸 혜옥이가 눈에 밟히네요.
영옥 (보면)
영숙 언니도 기억나죠? 삼 년전에 내가 미국 가겠다고 했을 때 혜옥이가 난리 난리 쳤던 거...
영옥 (끄덕하며 회상하는)
씬22/ 거실 (D, 회상)
혜옥, 울며불며, 영숙 다리 잡고 매달리고 있고,
영옥 중간에서 말리고 있다.
혜옥 언니! 가지마아~ 가지마아!~
영옥 혜옥아~~
영숙, 먹먹하며, 가슴이 무너질 듯 슬프다.
혜옥 가지마아! 언니~ 어? 가지마아~
영숙, 혜옥을 한참 보다가
영옥을 보며 고개 절레절레하며
영숙 (달랜다) 알았어. 안가! 안갈게! 언니 안갈게!
혜옥 정말이지? 정말이지?
영숙 그럼.. 정말이지~ 너 시집가기 전까진 아무데도 안갈게...
혜옥 (다시 울음 터지며) 그러다. 또 나 몰래 가버리면 어떡해~~
영숙 (안되겠다. 손에 끼고 있던 금가락지 보여주며) 이거 뭔 줄 알지?
혜옥 응..
영숙 언니가 한번이라도 이거 뺐던 거 봤어?
혜옥 ...
영숙 이거 언니가 제일 아끼는 물건이잖아.. 언니가 약속 못 지키면 이거 줄게.
혜옥, 훌쩍이며 고개 끄덕~하는 모습에서.
씬23/ 마당 (N)
영숙, 착찹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영옥,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영숙 ...혜옥이가 기억하면 못 가는 거구.. 기억 못하면 .. 가려구요...
영옥 꼭 가야겠냐?
영숙 살날이 얼마 남았다구요... 나도 이젠 내 피붙이들 보면서.. 자식 손주들 재롱 보면서.. 살구 싶기두 해서요..
영옥 그럼 가야지.. (한숨) 미자도 가고.. 너도 이제 가는구나..
영숙 미안해요..
영옥 니가 미안할 게 뭐 있냐..(한숨)
씬/ 거리 외경 (D)
씬24/ 변호사 사무실 (D) -ENG
정민, 책상위에서 엎드려 자고 있다.
이때, 비서 들어와, 정민 흔들어 깨우며,
비서 변호사님! 변호사님!
정민 (부스스 일어나) 아.. 네..
비서 여기서 밤새셨어요?
정민 네.. 아.. 벌써 아침이네..
비서 안 추우셨어요?
정민 ... 좀 춥네요..
비서 밤새 기온이 많이 떨어졌어요.
정민 그렇구나.. (하다) 난! 맞다! 난!
후다닥 나가는 정민
씬25/ 부록방 (D)
부록, 하.. 한숨쉬고 있다.
부록 아.. 이걸 어쩌나..? 이걸 어째..
한숨 쉬는데, 책상위에 있던 우현 핸드폰 울린다.
부록 (받으며) 여보세요. 우현씨 핸드폰입니다.
남자 (F) 우현 작가님 안계십니까?
부록 (우현작가는.. 떨떠름) ...네.
남자 (F) 실례지만 누구신지..
부록 전 매형되는 사람입니다만..
남자 (F) 아, 예~ 안녕하세요. 전 스타 출판사의 박영식이라고 합니다.
부록 (응?) 그런데요?
남자 (F) 뭐.. 한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부록 뭘요?
남자 (F) 우작가님이 계약한 걸로 아는데.. 계약금이 얼마나 되는지 해서요..
부록 네?
남자 (F) 사실 저희가 계속 우작가님이랑 계약을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주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 다른 출판사랑 계약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매형께서 좀 도와주시면 저희가 웃돈을 얹어서라도 계약을 했으면 해서요..
부록 ...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그 계약한 출판사가 어디랩니까?
남자 (F) 글쎄.. 처음 들어본 출판사였는데.. 부록 출판사라고 하던가..?
부록 (놀라는데) 네?
이때, 우현 들어오자,
부록 (얼른 전화 끊고) 너 임마...
우현 왜? 싫어요? 싫으면 관두세요..
부록 어마어마한 돈은...?
우현 (웃으며) 매형이 지금까지 저 돌봐주신 거.. 그게 어마어마한 돈이 아니고 뭐에요?
부록 (우현 손 꼭잡고) 고맙네.. 고마워..
우현 (미소 짓는데)
부록 근데 임마! 그걸 왜 지금 말해?
우현 (다시 정색) 왜요? 그래서? 싫다는 거에요?
부록 (화들짝 놀라) 싫긴.. (비굴) 지금 말해야지.. 그럼~ 나 지옥까지 보냈다가 지금 말해야 타이밍이 딱 좋은 거지.. (끄덕거리면)
우현, 미소 지으며 옆에 앉는데
부록 (와락 헤드록 걸며) 그러다가 이 매형이 심장마비라도 걸려서 잘못되면 니가 책임질거야? 응?
하며 계속 헤드록 걸고 우현 비명 지른다.
씬26/ 거실 (D)
혜옥, TV 보고 있는데,
영옥 영숙, 방에서 나와 옆에 앉는다.
영숙 (영옥 눈치 한번 보고) 혜옥아~
혜옥 (보면)
영숙 (반지 빼서 보이며) 너 이 반지 알지?
혜옥 어.. 그게 뭐?
영숙 이 반지.. 너 가져~
혜옥 (놀라며) 정말?
영숙 ... 응. 너 가져..
혜옥 (좋아라) 언니! 정말이야? (하다, 표정 굳어지며) 언니.. 설마..?
영/숙 (보면)
혜옥 나중에 달라고 딴소리 하는 거 아니지?
영숙 (영옥 본다)
영옥 (한숨 쉬며 눈 감는다)
영숙 어? 아냐. 아냐. 안그래! 너 진짜 가져.
혜옥 와~ 신난다.
영숙 너.. 뭐 다른 건 생각나는 거 없지?
혜옥 뭐? (하다) 아! 맞다! 언니 고마워! (속 없이 웃는다)
영숙 표정. 영옥 표정.
씬27/ 집 마당 (D)
영옥, 멍하게 앉아있는데,
영숙, 나와, 조심스레 영옥 옆에 앉으며,
영숙 나 갈께요.. 언니..
영옥 그래..
영숙 미안해요.
영옥 뭐가 자꾸 미안하냐..?
영옥, 영숙 말 없이 앉아 있다..
영옥 고거 참 이상하지.. 세상 살면서..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이별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떻게 그때마다 이렇게 아픈지.. 이젠 덤덤할 때도 됐는데.. 이젠 무뎌질 때도 됐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힘이 들고 아픈지.. 나이 들면서 온몸에 굳은살은 박히는데.. 이놈의 마음엔.. 평생 굳은살이 안 박히는 모양이야..
영숙 (눈물 글썽이고) ...
두 사람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에서.
씬28/ 남자원룸 (D)
정민, 후다닥~ 들어오더니,
베란다쪽으로 가서, 난을 확인하는데
난에 꽃이 폈다.
정민 어..? 뭐야? 꽃이 폈네? 밤새 추운데 있었더니 미쳤나? 얘가? 아 씨~ 뭐야?
정민, 얼른 난 가지고 나간다.
씬29/ 난가게 (D) -ENG
정민,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있고,
난가게 주인, 난을 잘 살펴보다가,
주인 건강해요.
정민 정말요? 밤새 추운데 있었는데.. 언 거 아니에요? 원래 얘가 10년동안 꽃도 안 폈다고 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꽃도 피고.. 사람으로 치자면.. 돈 거 아닌가요?
주인 (피식~) 아니에요.. 춘화현상이에요.
정민 네?
주인 난을 너무 애지중지하면서 따뜻한 데에만 놓으면 안돼요. 차가운 바람앞에도 내놔야 꽃도 피고 그러는거거든요. 그래야 생육상 전환이 일어나서 더 아름다운 꽃도 필수 있는 거구요.
정민 죽지 않구요?
주인 난이 보기보다 얼마나 건강한데요.. 걱정마세요.
정민, 표정.
씬30/ 남자원룸 (D)
정민, 꽃이 핀 난을 보고 있다.
정민 너 무지 강하구나.. 몰랐네.. 너.. 멋지다.. 나라면 다 포기하고 얼어죽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다) 그래.. 너도 하는데.. 이 형이라고 못하겠냐? 너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내가 포기할 수 없잖아..?
정민, 핸드폰 보다가, 얼른 전화 건다.
정민 (당당하게) 윤아씨? 나야.. 뭐해?
정민, 자신 있는 표정으로 전화하는 모습에서,
F.O.
씬31/ 미자방 (D, 에필로그)
F.I. 따르릉! 자명종 시계가 울리면,
턱!하고 손으로 끄는 미자의 손.
보면, 미자, 침대위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다.
이때, 영옥 (OFF) 일어나! 야야! 늦었다!
미자 아... (정신 못차리고 계속 자는)
영옥, 미자 흔들어 깨우며,
영옥 미자야! 늦었어! 회사 가야지.
미자 (이불 뒤집어쓰며) 조금만.. 더 자구..
영옥 (이불 확! 제끼며) 아~ 일어나!!
하며, 짜아악~! 영옥, 어느때 보다도
더 세게 미자 엉덩이를 때린다.
미자 (진짜 아픈 듯, 비명) 아! 아파~~~
영옥 아, 일어나!
미자 아니, 내일 모레면 시집가는 다 큰 손녀딸을 그것도 엉덩이를 이렇게 세게 때리면 어뜩해?
영옥 (히죽거리며) 이것도 며칠있으면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서..
미자 할머니두 참.. (하다가 시계보곤) 어머! 어머! 늦었다! (짜증) 왜 일찍 안깨웠어? 늦었잖아~
미자, 후다닥~ 나가고,
영옥 ... 저거.. 볼기짝 때리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영옥, 아쉬운 웃음 짓는데서...